이스라엘 “가자지구 주민 절반 24시간 이내 철수” 통보

정원식 기자

지상군 투입 임박했다 관측

이·팔 사상자 1만명 넘어서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가자시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EPA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가자시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EPA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면서 양측 사상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110만명에게 24시간 안에 대피하라고 통보하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며칠 내로 대규모 작전을 실시할 것”이라면서 “가자시티 시민들은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지도에서 볼 때 와디 가자 이남으로 대피하고 당신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려 하는 하마스 테러리스트들과 거리를 두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발표가 있어야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베나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1일 “하마스는 모두 죽은 목숨”이라면서 “모두 부수고 파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P통신은 하마스를 파괴해 이스라엘 시민을 더는 위협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을 준비해왔으며 이날 발표는 지상전이 실제로 임박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앞서 유엔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체 주민(230만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110만명에게 24시간 이내에 가자시티 등을 떠나 가자지구 남쪽으로 대피할 것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그처럼 짧은 시간 안에 100만명 넘는 사람들이 대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인도주의적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마스 당국은 가자지구 시민들을 향해 “집에 가만히 머물면서 (이스라엘의) 구역질 나는 심리전에 굳건히 맞서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의 맹렬한 공습과 물·가스·전기·생필품 완전 차단 조치로 인해 가자지구 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12일까지 가자지구에서 3600개 이상의 목표물에 폭탄 6000발을 퍼부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스라엘이 지난 10일과 11일 비인도적 무기인 백린탄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과 구호단체들은 가자지구 남쪽에 있는 이집트에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대피 통로를 열어줄 것을 요청해왔으나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12일 “가자지구 시민들은 그들의 땅에 가만히 머물러야 한다”며 협력 요청을 거절했다.

12일 기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상자는 모두 합해 1만명을 넘었다.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1300여명, 부상자는 3200여명으로 집계됐다.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는 1400여명, 부상자는 6800여명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제를 촉구하는 한편 하마스 후원자인 이란을 압박했다. 12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한다면서도 “민간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당초 동결을 해제하려했던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60억달러(약 8조원)를 다시 동결하기로 했다. 이 돈은 과거 이란이 한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받은 대금으로, 지난달 동결이 해제돼 카타르 은행에 송금됐지만 미국과 카타르는 이란이 이 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합의했다.

이스라엘은 12일 블링컨 장관과 나토 국방장관들에게 살해된 이스라엘 민간인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관련 자료를 올리는 등 국제사회에 하마스의 잔혹성을 환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마스 공격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엇갈리면서 증오범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는 12일 외부인의 캠퍼스 출입을 통제했다. 지난 11일 한 이스라엘 학생이 도서관 앞에서 폭행을 당한 데 따른 조치다. 뉴욕 유대인 학교들도 학생들의 안전을 이유로 12일부터 휴교하고 월요일에 다시 문을 열기로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2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미화하거나 하마스의 상징을 사용하는 행위,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는 행위를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같은날 일체의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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