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이행 감시’ 유엔 패널 내달 종료···러시아 거부권 행사

선명수 기자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가 25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가 25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북 제재가 지켜지는지 감시해온 유엔 전문가 패널의 활동이 내달 말 종료된다. 해마다 연장해왔던 것에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인데, 북한과의 무기 거래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이행 감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온 패널 활동이 종료되면 대북 제재의 이행 강도가 기존보다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연장하기 위한 결의안을 28일(현지시간) 표결에 부쳤으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15개 이사국 가운데 13개국은 찬성했고 중국은 기권했다.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상임이사국 5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가운데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등 각국에서 파견된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은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출범했다. 패널은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를 보조해 유엔의 대북 제재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조사하고, 매년 두 차례 대북 제재 이행 위반 사안에 대한 심층 보고서를 내왔다.

안보리는 매년 3월 결의안 채택 방식으로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1년씩 연장해 왔으나, 15년 만에 처음으로 임기 연장이 불발됐다. 이에 따라 패널 임기는 내달 30일 종료된다.

러시아는 대북 제재안에 일몰 조항을 도입하자는 자국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를 명분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일몰 조항을 도입하면 러시아가 언제든 거부권을 행사해 제재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이사국들이 사실상 수용할 수 없는 요구였다.

패널 임기가 종료된다고 해서 대북 제재가 해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패널 활동이 없으면 각국의 개별 정보와 제재 의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북 제재의 이행 강도가 기존보다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가 북한과의 무기 거래에서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패널 활동을 무산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북한으로부터 대규모 무기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러시아는 전문가 패널이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지 몇주 만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최근 발간된 연례 패널 보고서에는 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위반해 북한과 무기 거래를 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그러나 러시아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기 거래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이날 결의안이 부결된 후 “이는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CC(폐쇄회로)TV를 파손한 것과 비슷하다”며 “현시점에서 러시아는 핵무기 비확산 체제 수호나 안보리의 온전한 기능 유지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탄약 및 탄도미사일 공급을 위해 북한을 두둔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외교부도 이날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유엔의 대북 제재 이행 모니터링 기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시점에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이사국의 총의에 역행하면서 스스로 옹호해온 유엔의 제재 레짐(체제)과 안보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을 택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러시아의 무모한 행동은 미국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여러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부과한 매우 중요한 제재를 더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에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곧 (자신들의)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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