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억원 만들기’와 동반자살

로또복권과 주식투자로 ‘10억원 만들기’에 나섰다가 밑천마저 모두 날리고 끝내 동반자살을 택해야 했던 어느 부녀의 소식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허황된 꿈속에 빠져들어 대박을 노리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이 시대의 그늘진 단면을 반영한다. ‘인생역전’의 신드롬을 부추기는 그럴 듯한 제목들이 책방의 신간코너를 가득 차지하고 있는 요즘의 세태가 그것을 말해준다.

심각한 것은 지식수준이나 계층에 관계없이 이런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수재 소리를 들은 데다 번듯한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입장인 데도 이번 비극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았는가. 아무리 승진에 뒤처지고 업무가 힘들더라도 로또에 목숨을 걸 정도는 분명히 아니었을 것이다. 생활고가 고달프긴 했어도 빚더미에 시달리거나 질환을 앓았던 처지도 아니었다는 얘기다.

더욱이 5천만원을 단번에 10억원으로 불리는 재주는 누구에게도 가능하지 않다. 매주 30만원어치씩 복권을 샀다지만 행운을 장담할 수 있는 방법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카지노라고 다르지 않다. 강원랜드 손님들 대부분이 돈을 잃은 데다 도박중독증에 걸려 있다는 또 다른 연구보고가 그 증거다. 따겠다고 덤벼들었다가 1억원 이상을 날려버린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한탕 심리를 부추기는 요인들이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는 사실이다. 복권·카지노 외에도 경마는 물론 뒷골목 전자오락실에서도 불법 노름판이 은밀히 성행하고 있다. 단순히 심심풀이 차원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지 한몫 건져보겠다는 요행심이 사회 전체에 팽배해 있는 것이다. 사행심에 기대어 손쉽게 재원을 마련하려는 정부도 책임을 벗을 수는 없는 일이다.



Today`s HOT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