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스팽글리쉬

감독 제임스 L 브룩스/ 출연 애덤 샌들러·테아 레오니·파즈 베가

주인공이 한국인이었다면 제목이 ‘콩글리쉬’쯤 됐을 영화 ‘스팽글리쉬’(Spanglish)는 스페인어밖에 모르는 멕시코 출신 가정부의 재기 넘치는 백인가정 참관기이자, 요란하지 않아서 마음 편안해지는 솔직담백 코미디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제임스 L 브룩스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이 영화는 미국으로 불법이민한 히스패닉 여성이 겪는 갈등과 사랑을 씩씩하고도 감상적이지 않게 풀어나간다.

[새영화]스팽글리쉬

‘이보다…’에서 잭 니콜슨과 헬렌 헌트가 만들어낸 흐뭇한 화음을 기억하며 ‘스팽글리쉬’가 펼치는 배우들의 협연을 지켜보고 있자면, 브룩스 감독은 출연진의 앙상블을 만들어내는 탁월한 지휘자임이 분명하다는 믿음이 생긴다. 플로르가 딸을 통역사 삼아 존과 다투고 화해하는 대목은 어느 로맨틱코미디의 남녀 주인공이 연주하는 협주곡보다 빼어난 3중주를 경험하게 해준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멕 라이언이 꾸며낸 희한한 오르가슴 이후 다시 한번 관객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 테아 레오니의 격정적(?)인 희열이나 소파 위에 앉아 바닥에 발이 닿을 듯 말 듯한 상태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아스라한 감정을 한껏 녹여낸 대목 등 놓치기 아까운 장면이 많다. 이처럼 ‘스팽글리쉬’는 편안하고 예정된 진행이 다소 아쉽지만 명장면을 기억하는 재미만으로도 쏠쏠한 소득을 주는 영화다. 22일 개봉.

[새영화]스팽글리쉬

▶‘스팽글리쉬’를 빛낸 두배우

‘스팽글리쉬’는 낯선 히스패닉계 배우들의 매력을 발견하게 해주는 보람찬 영화다. 플로르역의 파즈 베가(29)는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스페인에서는 관능미로 이름을 날리는 스타. 한국 개봉작 중에는 ‘그녀에게’와 ‘노보’에서 잠깐 얼굴을 비췄고 지난해 ‘카르멘’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이번 작품에서 수수하고 억척스런 가정부로 분해 ‘미모가 캐릭터를 방해하지 않는’ 연기를 소화해냈다. 부잣집 낯선 환경에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주눅들지 않으려는 풍부한 표정은 관객 모두를 그녀의 응원단으로 만든다.

딸 역할을 맡은 셀비 브루스(14)는 텍사스 출신으로 CF와 TV시리즈 ‘ER’ 에피소드에 단역으로 나왔지만 본격적인 연기는 이번 작품이 처음. 브룩스 감독이 “(내가 캐스팅했지만) 정말 탁월한 선택”이라고 자찬했다. 울부짖으며 엄마를 비난하거나 스페인 억양으로 영어를 통역하는 까다로운 장면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송형국기자 han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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