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천일염 명예회복운동

전남 영광군 백수읍 해안 한 염전에서 인부들이 갓 생산한 천일염을 손수레에 싣고 창고로 옮기고 있다.

전남 영광군 백수읍 해안 한 염전에서 인부들이 갓 생산한 천일염을 손수레에 싣고 창고로 옮기고 있다.

현행법상 ‘못먹는 식품’으로 규정돼 있는 국산 천일염에 대한 ‘명예회복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수입 자유화 여파로 국산 소금생산업계가 파산위기를 맞고 있는데다 천일염을 ‘웰빙식품’으로 보는 학계의 연구가 활기를 띠면서 힘을 얻고 있다.

◇‘42년간 불량식품’=국산 천일염은 김치나 젓갈, 간장을 담그는데 없어서는 안될 식품이면서도 법적으로는 엄연히 ‘불량식품’이다. 1963년 만들어진 염관리법에서 천일염을 식품이 아니라 광물로 규정해놓은 것이 불씨가 됐다. 바닷물을 증발시키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당시 군사정부가 ‘가공소금 업자’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광물’로 분류해놓은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대손손 먹어온 천일염이 갑자기 ‘못먹는 식품’이 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불신을 받기 시작했다”면서 “소금생산 업계가 사양길로 접어들었지만 누구 하나 수십년 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97년부터 소금수입이 자유화되자 정부는 ‘염전 규모축소’에만 매달린채 업계의 ‘품질향상 지원 대책요구’ 등을 외면했다. 이같은 상황을 틈타 국내 소금 시장은 외국산에 점령당한 상태. 현재 국산 천일염의 시장 점유율은 12% 수준. 수입소금은 가격도 국내산의 3분의 1에 불과해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알고 보니 웰빙식품’=갯벌에서 나는 국산 천일염은 육지의 ‘소금 바위’를 잘게 깨서 만든 수입소금과 품질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목포대 함경식 교수가 2년간 연구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산은 염화나트륨 함량이 80~85%로 중국산이나 호주산보다 10% 이상 낮았다. 대신 미네랄과 칼슘 등이 다량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물에 녹였을 때 국산은 알칼리성인데 비해 수입소금은 산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함 교수는 “김치 등 전통 발효식품을 만드는데는 국산 천일염을 쓰는 것이 맛이 훨씬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천일염 명예회복 운동’을 펼치고 있는 목포경실련 김종익 사무국장은 “그동안 잘못된 정책으로 푸대접을 당해온 천일염을 법개정 등을 통해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명재기자 ninapl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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