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 “카약 첫 銅 부크페티 누구야?”…외신보도후 열광

베이징 | 특별취재단

12일 베이징올림픽 남자 카약 슬라럼 1인승(K-1) 시상식장. 관중들은 금메달 리스트보다도 한 동메달 수상자에게 눈길을 보냈다. 백인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카약에서 흑인이 시상대에 오른 것이다.

토고 “카약 첫 銅 부크페티 누구야?”…외신보도후 열광

벤자민 부크페티(27)가 시상대에 오른 뒤 독일, 프랑스, 토고의 국기가 올라가자 관중들은 박수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올림픽에서 토고의 국기가 시상대에 올려진 것도 처음 있는 ‘사건’이었다.

같은 시각 부크페티의 ‘고국’ 토고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언론은 물론 정부도 그가 토고 대표로 출전한 사실을 몰랐다. 토고는 부크페티가 토고 대표로 나가 올림픽 첫 메달을 따냈다는 외신을 접한 뒤에야 열광에 빠져 들었다.

사정은 이렇다. 부크페티의 몸속에는 토고의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머리는 프랑스인이었다. 그는 1981년 프랑스에서 토고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학교 교사인 부크페티는 갓난아이 때 딱 한번 토고에 가봤을 뿐이다. 살고 있는 곳도 프랑스의 대도시 툴루즈로 부크페티는 토고를 잊고 살았다.

그는 4년 전 아테네올림픽에선 프랑스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당시 18위에 그친 부크페티는 4년간의 맹훈련 끝에 급류를 극복하는 비법을 터득했지만 대표팀의 높은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카약 선수 치고는 나이가 많은 데다 영원한 라이벌 파비앵 르페브르(은메달)와의 경쟁에서 탈락한 것이다.

올림픽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부크페티는 기억조차 아련한 조국 토고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중국적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올림픽 출전이 가능했다.

부크페티는 “부상에 시달리고 나이까지 많아 매우 치열한 프랑스 대표 경합을 뚫지 못했다”며 “이번 올림픽은 프랑스 대신 토고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후 “다시 (토고로) 돌아갈 이유가 생겼다”고 환하게 웃었다.

부크페티가 토고에 사상 첫 메달을 안기자 토고 국민들은 다소 황당해하면서도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있다. 토고 정부는 “토고의 명예를 드높인 업적”이라고 치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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