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모바일 스트레스

유병선 논설위원

멋진 풍경사진을 찍는 데는 사진술도 좋아야 하지만 위치 선정이 결정적이다. 낚시에서 터 잘못 잡으면 허탕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진 좀 찍는다는 아마추어들이 모처럼의 출사(出寫)를 망치는 것도 삼각대를 잘못 세운 탓이 크다고 한다. 그래서 독보적인 풍경을 잡아내는 한 재야의 사진 고수는 누구에게나 바로 그 자리를 딱 짚어 주는 방법을 찾아냈다. 스마트폰이 그 해답이다. 찍고자 하는 곳에 가서 스마트폰에서 인터넷으로 적지를 검색하고, 위치정보시스템(GPS) 기능을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여적]모바일 스트레스

유선전화에서 휴대폰으로 넘어가면서 달라진 통화내용을 꼽는다면 상대에게 “거기 어디세요”라고 묻는 일이 잦아졌다는 점이다. 어디서든 걸고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어디냐’는 질문은 의미가 없어졌다. 적어도 기술적으론 그렇다. 사무실에 있는지, 커피숍에 있는지 정확한 위치 파악이 가능하다. 현실을 더 실감있게 보여주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로 있는 곳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더구나 위치를 핑계로 일을 회피할 수도 없다. 지리산 산행 중이라도 업무상 급한 e메일엔 답을 해야 한다.

전화와 인터넷을 합쳐놓은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업무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나눠주고 언제 어디서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모바일 오피스’ 도입을 서두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스마트 워크’ 시대의 도래가 얘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늘도 짙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정보 유목의 고단함을 토로하는 직장인들은 스마트폰을 족쇄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일과 쉼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삐삐(페이저)나 휴대폰에 견줄 수 없는 ‘모바일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도 여느 문명의 이기처럼 두 얼굴을 지녔다. 개인에겐 자유이지만 직장인에겐 구속이다. 회사가 주는 스마트폰에 감격했던 이들이 요즘엔 “괜히 받았어”를 합창한다고 한다. 퇴근 뒤는 물론 주말이나 휴가 때도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직원들과 달리 경영진은 모바일 오피스에 열광하고 있다고 한다. 모바일 오피스의 효율성이 모바일 스트레스의 결과라면 스마트폰의 허상(虛像)일 뿐이다. 스마트폰에도 중용(中庸)의 미덕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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