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런던에서 초연

임소정 기자

새로운 모습, 20년 넘게 승승장구

흉측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무대 위 여가수를 짝사랑하는 어둠 속 남자. 프랑스의 작가 가스통 르루가 1910년 발표한 <오페라의 유령>은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로 공포와 긴장감을 자극하는 추리 스릴러였다. <노란 방의 비밀> 등 추리소설로 이름을 떨친 르루는 기자 출신답게 파리 오페라극장의 화려한 내부와 미로 같은 지하 수로를 철저히 답사했고,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과 샹들리에 추락 등 실제 사건들로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했다. 1925년 처음 무성영화로 만들어질 당시에는 유령의 외모가 거의 괴물에 가까웠을 만큼 공포적 요소가 강화됐다.

[어제의 오늘]1986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런던에서 초연

살인까지 불사하는 유령을 무섭지만 미워할 수 없는 주인공으로 다듬은 건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였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 <에비타>, <캣츠>의 히트 이후 새로운 뮤지컬을 찾던 로이드 웨버는 원작소설에서 낭만적 요소를 뽑아냈다. 첫 번째 작사가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작사가가 수차례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뮤지컬은 1986년 10월9일 런던 웨스트엔드의 허 마제스티 극장에서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주인공들은 로이드 웨버의 아름다운 사랑 노래들과 극중 삽입된 오페라를 함께 소화해야 했다.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할을 맡은 배우는 로이드 웨버의 두 번째 부인인 사라 브라이트만이었다. <캣츠>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단역을 맡았던 그는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클래식과 팝을 넘나드는 신비로운 음색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유령 에릭 역을 맡은 40대 중년의 마이클 크로퍼드는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들은 88년 1월 뉴욕 맨해튼 초연에서도 매진사례를 불러왔다.

올리버상과 토니상을 휩쓸며 20년 넘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은 뉴욕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 기록을 세웠다. 92년 영국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로이드 웨버는 <오페라의 유령>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지는 못했지만 암치료 중에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스릴러 작가 프레더릭 포사이스가 원작의 뒷이야기로 창조해낸 <오페라의 유령 2: 러브 네버 다이즈>가 런던 아델피 극장 무대에 올려졌으나 1편만큼 오랜 사랑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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