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머넌트 노바라’

이로사 기자

‘사는게 다 이래’ 힘주지 않고 삶의 본질 담아

영화 <퍼머넌트 노바라>는 언뜻 작은 시골마을의 소동극으로 보인다. 미용실에 모여 야한 이야기를 만담처럼 늘어놓거나, 바람 피우는 남편을 차로 치어버리거나, 정신나간 동네 어르신이 전기톱으로 전신주를 잘라 온 동네 전기가 끊기는 식이다.

[리뷰]영화 ‘퍼머넌트 노바라’

등장인물 역시 많다. 주인공인 나오코(간노 미호)는 이혼 후 어린 딸과 함께 고향에 내려와 어머니가 운영하는 미용실 ‘퍼머넌트 노바라’에서 지내고 있다. 바닷가 작은 마을의 유일한 미용실인 ‘퍼머넌트 노바라’에 모여 이런 저런 연애 이야기를 풀어놓는 중년의 여성들, 나오코와 소꿉친구인 미짱(고이케 에이코)과 도모(이케와키 치즈루), 나오코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가지마(에구치 요스케), 그리고 그들과 얽힌 수많은 가족들….

영화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주변부의 인물을 묘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주인공은 나오코이지만 이야기는 모두에게 흩어져 있다. 영화 안에서 허투루 지나가는 인물이 없으며, 그들 각자의 삶의 무게를 생각해보게 한다. 그렇게 영화 중반에 이르러 이들 각자의 이야기가 관객의 마음 속에 자리잡게 되는 시점이 오면, 소동극은 마냥 웃고 넘길 수 없는 페이소스를 지니게 된다.

페이소스는 이들이 ‘여성의 힘’을 보여줄 때 극대화된다. 영화의 중심축을 이루는 나오코는 어딘지 불안해 보인다. 이혼 후 고향에 내려와 자신의 첫사랑이자 고교시절 은사인 가지마와 사귀고 있다. 그는 잡힐 듯 자꾸 멀어진다. 나오코는 편모가정에서 자란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데, 그 역시 딸아이를 홀로 키우게 된다. 좀처럼 말을 하지 않는 나오코의 어린 딸은 어쩌면 나오코 자신일 것이다.

나오코가 영화 후반부, 바닷가에 서서 “혹시 나, 미쳤어?”라고 묻는 장면은 이미 탄탄하게 기반을 다진 페이소스를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동네 여성들, 나오코의 엄마, 나오코의 친구들이 만드는 느슨한 공동체는 그런 나오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독인다. 그들 역시 가까스로 다잡고 있을 뿐 마음 속에 상처를 지닌 필부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오코는 겉으로 코믹해 보이는 이 모든 여성들의 내면이 현현한 유일한 인물일 뿐이다.

일견 아비 없는 세상에서 여성끼리 연대하는 <가족의 탄생>과 같은 영화를 떠올릴 만하다. 그러나 영화는 이 모든 것을 힘주어 말하지 않는다. 영화에는 “행복해?”라는 질문에 “사람 사는 게 다 이런 거지”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는 그저 ‘사람 사는 게 다 이렇다’는 정서로 소소한 삶의 본질을 노래하고 있다.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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