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측불허 세계 IT시장, 생태계 복원 서둘러야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키로 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망과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보유한 소프트웨어 강자가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상용화한 전통의 하드웨어 제조업체를 손에 넣은 것이다. 운영체제와 하드웨어 업체가 결합하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최근 흐름을 보여주는 동시에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 예측불허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사건이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배경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최근 글로벌 IT 업체들 간에 격화하고 있는 특허전쟁에서 애플 등 경쟁업체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한 목적과 함께 애플처럼 독자적인 모바일 생태계를 갖추기 위한 포석이 그것이다. 실제로 구글은 최근 캐나다 통신장비 업체 노텔의 통신 관련 특허 6000여건에 대한 입찰에서 애플 컨소시엄에 패배한 바 있는데, 이번 모토로라 인수로 1만7000건 이상의 특허를 확보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파장은 양면성을 갖는다. 우선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진영’은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과의 특허소송에서 구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구글이 장기적으로 모토로라의 스마트폰 사업을 키우면서 동시에 운영체제 개방정책을 접을 경우 구글은 폐쇄적인 사업전략을 펴온 ‘제2의 애플’로 변신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모토로라도 삼성·LG 등 안드로이드 진영 제조회사들의 강력한 경쟁자로 다시 부상하게 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개방체제를 유지하고 모토로라는 분리된 사업체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구글의 향후 사업방향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애플처럼 스마트폰을 뛰어넘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융합하는 혁신을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적과 동지가 뒤바뀌거나 잘나가다 추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고 합종연횡이 빈번한 IT업계에서 두드러진다. 특정 업체나 특정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 기술에 기반한 사업구조를 갖추지 않으면 협력관계가 예속관계로 돌변할 수 있다. 시장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기초체력도 중요하다.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했듯 세계 IT산업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반면 국내 IT산업은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의 성장을 계속 중이다. 시장이 하드웨어 대기업 중심으로 굳어지고 소프트웨어 중소기업의 터전이 황폐화한 탓이다. 격변하는 세계 시장에 적응하려면 건강한 IT 생태계부터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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