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앞에 놓인 과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승리했다. 문 후보는 전국 13곳을 돌며 벌인 경선에서 전승과 함께 누적 득표율 56.5%를 기록해 결선투표 없이 본선에 진출했다.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는 각각 22.2%, 14.3%, 7.0%를 얻었다. 이로써 연말 대선은 이미 경선을 마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 후보, 출마선언이 임박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3파전 구도로 짜여졌다. 문 후보의 승리를 축하하며 막판까지 최선을 다한 손·김·정 후보에게도 격려를 보낸다.

그러나 문 후보에게 축하만 보낼 수 없는 게 민주당이 처한 현실이다. 출범 때부터 ‘이(이해찬 대표)-박(박지원 원내대표)’ 담합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보인 당 지도부는 리더십을 상실한 지 오래고, 경선 과정에서 ‘친노’들의 노골적인 ‘문재인 후보 만들기’는 대선 후보군을 ‘문 대 비문’의 대결 구도로 갈랐다. 문 후보가 선출된 직후 “당내 계파와 시민사회까지 아우르는 ‘용광로 선대위’를 만들겠다”고 밝힌 소감 속에 그러한 현실 인식이 녹아 있다. 모바일 경선이 21세기형 정치혁명의 총아에서 동원경쟁의 논란거리로 전락하고 만 데는 이러한 불신이 큰 몫을 했다. 당 지도부가 엊그제 대선 때까지 후보에게 최고위 권한 자체를 넘기겠다고 초강수를 둔 것도 이러한 비판을 염두에 둔 궁여지책의 성격이 짙다. 문 후보가 친노의 대표주자가 아닌 당의 명실상부한 후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당의 혁신과 화합은 한시라도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얘기다.

안 원장과의 야권후보 단일화는 또 다른 산이다. 당의 혁신과 화합이 내부 과제라면 단일화는 보다 큰 틀의 야권 재구성과 맞물려 있다. 당 문제는 상당 부분 문 후보의 능력과 의지에 달려 있지만 단일화는 그 영역을 넘어서는 제3의 요인에 좌우될 공산이 큰, 고도의 정치 영역이라는 점에서 더 까다로운 숙제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눈과 귀는 두 사람의 단일화 논의로 쏠릴 수밖에 없다. 문 후보는 같은 편이라는 막연한 진영 논리를 벗어나 대통령이 되면 누구와 더불어 무엇을 할 것인가 등을 놓고 정책과 비전 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 경쟁이 뜨거울수록 상호 경쟁력이 배가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문 후보는 이제 본격적인 출발선에 섰다. 문 후보는 그간 ‘친노’라는 안온한 울타리 안에서 비교적 손쉬운 게임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른 시일 내에 ‘뉴 민주당’ 구상부터 내놓기 바란다. 안 원장과의 경쟁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겠지만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는 게 우선임은 물론이다. 또 ‘노무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참여정부의 과오부터 깨끗이 인정하는 게 그 출발점이다. 민주당이 지난 4·11 총선에서 참여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대한 사과도 없이 재협상론을 폈다가 역풍을 맞은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문 후보가 자신의 어깨에 걸린 무거운 책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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