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인물탐구

(9) 롤모델·리더십 - 문재인

김진우 기자

대공황 극복 루스벨트 지도력 높이 사

경청하되 일관성·유연성 갖춘 통합형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롤(역할) 모델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다.

루스벨트는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4선 대통령이다.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미증유의 국가 위기를 탁월한 리더십으로 극복한 지도자로 평가된다.

루스벨트 리더십은 소통과 통합, 도전과 비전 제시 등으로 간추려진다. 취임 당시 미국은 대공황으로 1500만명이 실업상태에 내몰렸고, 금융기관이 연쇄도산하는 등 전대미문의 위기에 빠져 있었다. 루스벨트는 1933년 3월4일 취임식에서 불안과 좌절에 빠진 국민에게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고 호소했다. 절망과 패배감 대신에 희망과 낙관주의를 설파했고, ‘뉴딜(New Deal)’ 정책으로 정면 돌파했다. 소통 방식도 달랐다. 라디오 연설을 통해 국민 협력을 호소했던 ‘노변정담(爐邊情談)’은 지금도 여러 국가 지도자가 벤치마킹하고 있다.

[대선 후보 인물탐구](9) 롤모델·리더십 - 문재인

▲ 친노와 당내 문제서 돌파 능력 보여
‘새 시대 첫 대통령’이라는 믿음 줘야

저명한 컨설턴트이자 전기작가인 앨런 액슬로드는 저서 <두려움은 없다>에서 루스벨트가 올바른 목표 설정과 목표를 향한 자신감과 용기, 도전정신을 갖고 있었으며 반대파를 배척하지 않고 설득해 동참시켰다고 평가했다. 강요보다는 호소를, 자극보다는 인도를 택함으로써 자발적 동의를 얻어낸 점도 거론했다.

문 후보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루스벨트 리더십을 언급하면서 “대공황 이후 진보적 개혁정책을 추진해 복지·공정거래 등 진보적 정책의 기틀을 마련했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야당을 설득하는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대통령 리더십으로 ‘소통의 리더십’을 우선 꼽았다. 지난 4일 대선후보 1차 TV토론에서 “소통하려면 우선 먼저 많이 들어야 한다”며 “정치는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는 변호사 시절 민원인의 말을 끝까지 ‘경청’한 것으로 유명하다.

노동문제연구소에서 그와 함께 일한 소설가 정광모씨는 “이마의 땀을 훔치며 오래도록 귀를 기울이고 냉철하게 상담 내용에 맞는 답을 내줬다”고 밝혔다.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시 갈등 현장을 찾아가 의견을 듣고 중재를 해온 점도 평가받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시간 이상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문 후보는 한 시간 이상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도 있다.

문 후보가 제시한 또 다른 리더십은 ‘정직’이다. 루스벨트는 첫 취임식에서 “지금은 진실을, 온전한 진실을 솔직하고 담대하게 말해야 할 시간”이라고 했다. 진실을 말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문 후보도 ‘진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말과 행동과 살아온 길이 일치한다”(윤여준 전 장관)는 것이다.

문 후보는 ‘통합’의 리더십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특히 개혁 추진 과정에서 보수 세력과 갈등했던 노 전 대통령을 극복하려는 의지로도 보인다. 당내 경선과정에서 다른 후보들의 결선투표제 도입 요구를 전격 수용하고, 경선 이후 ‘용광로 선대위’를 출범시킨 것은 통합의 지도자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당내에서 나왔다. 문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합리적인 성격에 중도보수 인사들까지 ‘괜찮다’라고 평가할 정도”라면서 ‘스폰지 리더십’이라고 별칭했다.

원칙주의자로서의 모습에는 긍정과 부정의 평이 나란히 따라붙는다. 캠프 관계자는 “선대위 회의할 때 참석자들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지만 결론을 낼 때 본인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밀고 간다”고 했다. 다만 원칙주의가 완고함이나 고집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관성’이 리더십의 주요 자질이기도 하지만 ‘유연성’도 함께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 후보가 루스벨트 리더십으로 ‘비전 제시 능력’을 꼽기도 했다. 다만 그의 ‘비전 제시 능력’을 놓고는 ‘유보’ 의견도 나온다. 액슬로드는 루스벨트가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했다고 평가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루스벨트는 일주일에 두번 꼴로 기자회견을 하고 주말이면 국민을 상대로 편지를 쓰면서 국민을 하나로 묶어내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며 “문 후보는 민생 경제를 이룩할 수 있는 대통령감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주고 국가 발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실 문 후보는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한 지 1년 밖에 안돼 리더십을 검증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여기에 ‘노무현의 비서실장’이란 꼬리표 때문에 ‘친노’ 이미지나 ‘참모형 리더십’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최진 소장은 “제1야당 대선 후보로서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켰는지, 국민 마음을 사로잡는 대중적인 호소력을 지녔는지에는 의문”이라고 했다.

다만 문 후보가 투표시간 연장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새누리당에서 주장한 중도 포기 후보의 국고 보조금 환수법을 전격 수용한 것이나 단일화 조건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점 등은 ‘문재인식 리더십’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정작 중요한 것은 문 후보가 ‘친노’와 민주당의 문제를 돌파해낼 리더의 자질을 갖췄느냐는 지적도 있다. 그가 내세우고 있는 ‘새 시대의 첫 대통령’이라는 믿음을 대중들에게 주느냐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경선과 단일화를 통해 단련되고 성장해온 문 후보의 리더십은 어쩌면 5일을 남긴 막판 대선 과정에서 검증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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