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부문 - 조영한 ‘무너진 식탁’

글 | 조영한

영목은 더부룩해진 배를 쓸며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뱃속에서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그는 신트림을 내뱉으며 통증이 일어나는 옆구리를 손으로 짚었다. 그러나 요통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는 엉덩이까지 축 처진 배부른 가방을 멘 채 계단을 오르다가 결국 층계참에 신물을 툽, 하고 뱉어냈다. 층계참 바닥으로 누렇고 자그마한 얼룩이 파스텔처럼 번졌다. 그는 원망스런 눈초리로 얼룩을 쏘아보더니 다시 가방을 들썩이며 계단을 올랐다.

영목은 계단을 오르면서 점심 때 교내식당에서 먹었던 수수밥과 시금치된장국, 고등어조림과 계란찜을 떠올리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점심시간 때, 영목은 밥과 반찬들을 식판에 넉넉히 퍼 담고는 기울기가 비스듬한 식탁 위에 그것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그가 수저를 가져오려고 자리를 비운 사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던 식탁은 평형을 잃고 폭삭 주저앉고 말았다. 수저를 들고 온 영목은 식판과 국그릇이 엎어지고 밥과 반찬이 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곧바로 매점으로 달려가 식권을 다시 끊어달라고 여직원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살이 뒤룩뒤룩하게 찐 여직원은 땀범벅인 얼굴을 가로저을 뿐 냉담하게 반응했다.

“그냥 다시 구입하시는 게 어떨까요? 죄송하지만 이런 건 아무래도 선생님 실수인 것 같은데요.”

영목은 타이르듯 조곤조곤하게 말했다.

“내 생각에는 학교 비품이 불량해서 이런 문제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식권을 다시 주든지, 아니면 환불을 해주세요.”

여직원은 영목을 아래위로 훑더니 서랍 속에 갈무리했던 식권 뭉치를 꺼내 색조가 흐린 종이쪽을 그에게 건넸다. 영목은 ‘일반식 삼천 원’이라는 글씨가 반쯤은 지워진 종이쪽을 받았다. 그녀는 식권 뭉치를 서랍에 팽개치듯 집어넣고는 볼에 맺힌 땀방울을 신경질적인 손길로 닦아냈다.

영목은 매점에서 나왔을 때, 음식물로 지저분해진 바닥을 치우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다리가 부러진 식탁은 이미 대문 언저리로 치워져 있었다. 그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색상이 엷고 글씨가 흐리터분한 식권을 내밀었다. 아주머니가 식권을 받자 그는 다시 식판을 들고 좀 전보다 훨씬 적게 음식을 받았다. 식욕은 떨어져 있었지만 현기증을 업은 공복감은 견디기 어려웠다. 그는 이번에는 튼튼해 보이는 식탁에 식판을 올려놓고 받은 음식들을 멀거니 내려다보았다. 수수밥과 시금치된장국, 고등어조림과 계란찜이 한 움큼씩 식판에 담겨 있었다. 영목은 셔츠 윗주머니에 챙겼던 수저를 꺼내더니 꾸들꾸들해진 밥과 밍밍해진 된장국을 천천히, 역겨워하면서 먹었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도서관 맨 위층까지 올라왔을 때 영목은 격자무늬가 그려진 유리 천장으로 불볕이 쏟아지는 것을 목격했다. 쨍쨍한 뙤약볕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괴어들고 있었다. 영목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도서관 바닥과 감질나게 가동되는 에어컨도 살펴보았다. 방학 중이라 직원들을 제외하자면 도서관을 찾아온 사람은 그 밖에 없었다. 그는 어깨를 짓누르던 가방을 손에 그러쥐더니 흠투성이 책상 쪽으로 발을 옮겼다.

영목은 크기가 방석만한 구식 노트북을 켜고 수신된 이메일들을 확인했다. 메일함에는 그가 그저께 읽었던 원고 청탁용 편지 한 통과, 일영이 보낸 편지 두 통이 있었다. 갑자기 마우스를 누르는 그의 손길이 떨렸다. 곧 왼쪽으로 기울어진 흰색 화살표는 ‘김일영’이라는 글씨를 여러 차례 클릭하고 있었다. 화면이 바뀌었고 굳게 맞붙어 있던 그의 입술이 열렸다. 첫 번째 메일에는 뜻이 이어지지 않는 짧은 문장들이 어지러이 나열되어 있었다. 영목은 일영이 쓴 거친 문장들을 하나씩 읽어보았다.

“왜 성적을 고쳐주지 않는 거죠, 지금 젠장 제가 나이 많은 편입생이라서 무시하는 건가요, 당신이라는 강사의 아량은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 건가…….”

영목은 문장을 다 읽어내지 못하고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주먹이 얼얼해지면서 저절로 그의 입가에서 욕설이 비어져 나왔다.

“개새끼, 위아래도 없는 씹새끼.”

영목은 도서관 여직원이 지나가는 광경을 보면서도 악에 받친 욕설을 중얼거렸다. 그만큼 화는 진정되지 않았다. 그의 눈앞으로 일영의 우람한 덩치와 널찍한 이마, 뭉툭한 콧등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는 오른뺨을 실룩이면서 일영이 수업시간에 저질렀던 행동을 상기했다. 일영의 투박한 목소리가 들렸던 순간, 영목의 머리 위로 두툼한 교재 한 권이 날아들었다. 교재는 칠판에 맞아 떨어졌고 일영은 자리를 박차더니 교실을 빠져나갔다. 소강당에 남아 있던 마흔아홉 명의 학생들은 볼펜을 내려놓고 영목의 얼굴색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감상했다. 영목의 얼굴은 납빛처럼 파리해져 있었다. 그는 실핏줄이 곤두선 양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턱을 이따금 떨었다.

그는 격앙된 숨결을 다스리고는 두 번째 편지를 열어보았다. 두 번째 편지에는 약 십여 장의 사진들이 담겨 있었다.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머리를 반삭으로 깎은 일영의 모습도 있었고, 쓰러질 듯한 누옥들이 늘어선 판자촌의 풍경도 있었고, 팔뚝에 주사기를 꽂은 채 숨을 헐떡이는 노인의 몰골도 있었다. 그는 낱장의 사진들을 헤아리면서 측은함보다는 외려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특히나 편지의 맨 아랫부분에는 종아리가 핏빛으로 부어오른 어떤 할머니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 밑으로 이런 글귀들이 적혀 있었다.

‘나는 가난한 학생입니다. 시팔 거지입니다 거지.’

그는 경련이 이는 손으로 일영이 보낸 편지들을 죄다 삭제하고 논문 파일을 열었다. 그러나 문서를 채운 글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데다 그는 머릿속이 굳은 듯 간단한 단어조차 생각해낼 수 없었다. 누빔점, 이라는 단어를 그가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는 무려 오 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어느덧 천장으로 투과된 햇살이 책상을 노랗게 뒤덮었고 그의 기름진 얼굴 위로 땀방울들이 솟아나고 있었다. 손바닥으로 땀을 닦아내며 트림을 할 때마다 그의 목젖으로 삭지 않은 시금치 몇 가닥이 올라왔다.

영목은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는 배를 쓸어내리며 에어컨 바람이 가늘게 흘러나오는 서가 끝으로 걸어갔다. 시원스런 바람이 맴도는 곳으로 오자 그는 곰팡내와 고린내가 섞인 책 냄새를 맡으며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럼에도 심장 고동치는 소리는 귓가에 도돌이표처럼 들려왔다. 그는 서가에 꽂힌 케케묵은 영어책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깨알 같은 글씨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는 뜻도 모르는 단어 하나하나를 읊조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더위가 잦아들고 머릿속이 개운해졌을 때 영목은 읽던 영어책을 서가에 올려놓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는 주눅 든 눈길로 책상을 응시하다가 문득 노트북 옆에 놓아둔 핸드폰이 진동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폭염에 달구어진 핸드폰을 붙잡고 화장실 쪽으로 뛰어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아내였다.

“당신 어디야? 학교야, 카페야? 빨리 집으로 와. 아니, 병원으로 와야 돼. 얼른!”

평소 단조로웠던 아내의 억양은 격정과 불안이 뒤섞여 날카롭게 바뀌어 있었다. 영목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아내는 쇳소리에 가까운 목소리로 아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려주었다. 여섯 살짜리 아들이 세발자전거를 타며 아파트 앞에서 놀던 도중, 낯선 오토바이가 달려와 자전거를 들이받고는 그대로 뺑소니를 쳤다고 했다. 기어이 아내의 울음소리가 말끝에 묻어났을 때 영목은 어질증을 느끼며 똑바로 서 있기가 힘들어졌다. 결국 그는 물기가 번질거리는 타일 바닥에 주저앉았다. 털푸덕, 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아내는 무슨 일이냐며 고함을 쳤다. 그는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떠듬거리는 목소리로 범인의 정체를 물어보았다. 아내는 그에게 벌컥 화를 냈다.

“그걸 알면 내가 그 개자식을 가만히 내버려뒀겠어. 여하튼 빨리 와. 만사 제끼고 얼른 오라구.”

아내와 통화를 끊은 뒤 영목은 어찌할 바를 몰라 고개를 내두르며 발을 굴렸다. 잠잠해졌던 요통은 다시 허리를 짓쑤시고 있었다. 그는 허리를 문지르면서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그의 입안에서는 미처 삼켜지지 못한 비명이 요동치고 있었다.

영목이 병원 3층에 있던 응급실 입구로 도착했을 때, 아내는 엄지손톱을 짓씹으며 수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응급실의 반투명한 유리문 너머로 초록색 수술복을 입은 의사들 몇 명이 부산스레 움직였다. 영목은 유리문 위쪽에 나붙은 수술 중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올려다보았다. 아내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빨리 왔네. 유진이 지금 수술 받고 있어. 들어간 지 꽤 됐으니까 곧 나올 거야.”

영목은 아내의 얼굴을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다가 언뜻 빨갛게 부르튼 그녀의 입술을 흘끔거렸다. 아내는 산발이 된 머리칼을 간추리지도 않은 채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그는 아내의 불규칙한 숨소리를 들으면서 자신의 왼쪽 가슴을 어루만졌다. 심장 뛰는 소리가 가파르게 울려나오고 있었다.

아내가 무언가 말을 꺼내려는 찰나, 응급실 문이 열리면서 병원용 침대가 밀려 나왔다. 영목과 아내의 시선은 일제히 침대 위에 있던 아이에게로 쏠렸다. 이윽고 아내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신음소리를 토해냈고 영목은 어금니를 악물고는 실눈을 떴다. 아래턱과 볼에 흉터가 난 까까머리 아이는 눈물로 얼룩진 두 눈만 휘둥그렇게 뜨고 있을 뿐 아프다는 말도, 무섭다는 말도 꺼내지 않았다. 아이의 수척한 얼굴빛과 붕대로 감싸인 가느다란 다리가 기이하게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때, 침대 옆에 있던 왜소하고 뚱뚱한 사내가 입김에 젖은 마스크를 벗고 보호자를 찾았다. 아내는 넋을 놓고 앉아 있었고 영목은 고개를 끄떡이며 두 손을 모아 앞배에 붙였다. 사내는 아내를 스쳐보더니 결과를 기다리자는 말만 남기며 영목의 팔을 두드려 주었다.

아이를 육인 병실로 옮겼을 때 아내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아내는 흐리멍덩한 눈길로 액정에 그려진 핸드폰 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힘이 없었던 아내는 전화를 건 상대방의 말에 점차 또렷한 말소리로 응답하고 있었다. 영목이 의아해하는 사이 아내는 전화를 끊더니 설핏한 미소를 입가에 품었다.

“됐어. 이제 그놈, 잡을 수 있을 거야. 이웃집 아줌마가 유진이 사고 현장에 있던 게 천만다행이네.”

영목이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아내는 자신감에 찬 어조로 형사라고 말해 주었다.

“내가 유진이 입원시켰을 때 이웃집 아줌마가 형사도 바로 불렀어. 그 아줌마가 기억력이 좋아서 범인 놈이 어떻게 생겼는지, 오토바이 번호가 뭔지도 다 기억해서 형사한테 알려주더라구.”

아내는 범인의 인상착의에 대해 세세히 털어 놓기 시작했다. 그녀의 음성이 워낙 카랑하고 공격적이었던 탓에 침대에 누워 있던 환자들이 점점 시선을 아내 쪽으로 돌렸으며, 심지어는 아이까지도 무연한 눈빛으로 엄마의 입매를 더듬고 있었다. 그런데 아내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영목의 주름진 이마로 푸른빛 정맥이 두 줄기로 도드라졌다. 아내가 입에 붙은 침들을 닦으며 할 말을 끝냈을 때, 영목은 어지럼증을 느낀 나머지 병실 바닥에 무릎을 꿇을 뻔했다.

영목은 병실에서 나왔다. 병원 내부에 깔린 포르말린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있었다. 영목은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뼈만 남은 환자들과 아랫배가 튀어나온 간호사들, 허리가 구붓한 의사들을 스쳐 지나갔다. 그들과 단지 옷자락이 스쳤을 뿐인데도 영목은 병자가 된 것처럼 온몸이 저릿저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오줌 지린내가 풍기는 화장실로 들어가서는 물때 낀 거울을 쳐다보았다. 거울 표면으로 턱이 뾰조록한 일영의 모습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영목은 방광이 터질 것 같은 느낌도 참고 아내가 좀 전에 했던 얘기들을 정리해 보았다.

다부지게 생긴 반삭한 청년이 붉은색 오토바이를 몰고 있었다는 것, 그가 헬멧도 쓰지 않은 채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는 것, 그가 몰던 오토바이의 번호가 1010(일영일영)이었다는 것을 그는 차례로 되짚어 보았다. 순간 그의 앙상한 팔뚝으로 자디잔 소름들이 내돋았다.

오줌 몇 방울이 영목의 속옷을 적시고 있었다. 그는 소변기 앞에 하반신을 붙이더니 부들거리는 손으로 바지 지퍼를 내리고 성기를 꺼냈다. 졸아붙은 성기에서 터져 나온 오줌 줄기가 활꼴로 휘어져 그의 바짓부리 위로 쏟아졌다. 그러나 그는 발목 가장자리가 젖어 버린 것도 잊은 채 일영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읊조렸다. 오줌 줄기가 그쳤지만 그는 성기를 바지로 집어넣을 생각도 없이 멍해진 상태로 서 있었다. 일영의 거칫한 웃음소리가 이명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영목이 병실로 돌아왔을 때, 아내는 맥 빠진 모습으로 간이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는 아내에게 황급히 말을 건넸다가 돌연 혀끝을 깨물었다. 아내는 영목이 말을 잇지 못하고 어물거리는 것을 보자 눈을 흘겼다.

“할 말이 있으면 빨리 꺼내지, 왜 늑장을 부려.”

“아, 저기 있잖아…… 혹시 집에 있던 식탁 고쳤어? 그거 그저께부터 한쪽 다리에 금 갔잖아.”

영목은 말을 꺼내고도 겸연쩍어 양 볼을 붉혔다. 아내는 기가 막혔는지 삿대질을 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온종일 받았던 스트레스를 영목에게 풀고 있었다.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환자들은 아내의 목소리를 듣고 다 같이 영목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영목은 아내의 허연 눈자위와 벌게진 입술을 보면서 뱃속이 몹시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아내의 말이 귓가로 넘어올수록 따끈한 물이 뱃속에서 흘러넘치는 것 같았다. 아내의 푸념이 간단없이 흘러나오자 아이는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엄마를 보챘다.

아내는 말을 끊더니 환자복 윗도리에 손을 집어넣고는 차가워져 가는 아이의 복부를 어루만졌다. 아이는 다리에 스몄던 마취가 풀렸는지 울상을 지으며 몸을 버르적거렸다. 사람들의 눈길은 앳되고 예쁘장한 연예인이 나오는 텔레비전 화면으로 다시 집중되었다. 그는 아내의 잔소리가 끝난 것을 확인하고는 가방을 챙기며 저녁을 먹고 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내는 아이의 쪼그라든 배만 쓰다듬을 뿐이었다.

영목은 병원 근처에 있던 아담한 카페로 들어가 곧장 노트북부터 켰다. 냉커피 한 잔과 마늘빵 세 조각이 조붓한 식탁 위로 배달되었지만 영목은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일영의 이메일 주소만을 찾았다.

그는 일영의 주소를 찾아내자마자 담배를 피워 물고 재빠른 손놀림으로 자판을 두드렸다. 그러나 깜박이는 커서를 밀어내며 문장이 하나씩 올라올 때마다 그는 오만상을 찡그렸다. 에어컨들이 여기저기에서 가동되고 있었지만 그의 등줄기와 콧등으로 진땀이 흐르고 있었다. 결국 그는 열 줄이 넘게 썼던 글을 모조리 지워 버리고 단 두 문장을 썼다.

-설마 자네가 내 아들 친 범인이야? 그런 거야?

영목의 손가락이 자판을 힘 있게 눌러 댈수록 다리 하나가 짤막했던 식탁은 한쪽으로 실그러졌다. 그는 이메일을 보내고 난 뒤 양 팔꿈치를 식탁에 괴고 딱딱해진 빵 조각을 앞니로 깨물었다. 그러나 씹으면 씹을수록 빵에서는 짜디짠 소금 맛이 우러났다. 그는 잇자국이 찍힌 빵을 퉤 뱉더니 소름이 오른 귀밑을 만지작거렸다.

영목이 병실로 돌아왔을 때 아내는 여전히 아이의 배를 쓸어주고 있었다. 아이는 산소호흡기에 간간이 밭은기침만 터뜨리고 있을 뿐 무감각한 표정을 계속 유지했다. 아이는 다리뿐만이 아니라 마치 뇌 한쪽이 심하게 손상된 사람처럼 보였다. 이불 바깥으로 삐져나온 아이의 붕대 감긴 다리는 서늘하고도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올리고 있었다. 영목은 아이를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목을 움츠렸다.

아내가 지갑을 들고 병실 밖으로 나간 뒤, 그는 아이의 손을 주물거리다가 도서관에서 보았던 청탁용 메일을 기억했다. 영목은 가방을 집으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아이의 조그마한 손이 그의 마른 손을 붙잡았다. 아이는 창백해진 두 눈을 빤히 뜬 채 영목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아이에게 손을 잡히면 잡힐수록 끔찍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온기를 잃어버린 아이의 손은 영목의 손등을 덮으면서 그의 손가락을 끈질기게 주무르고 있었다. 영목은 뒷목을 부르르 떨더니 아이의 손을 뿌리치고 즉시 가방을 잡았다.

영목이 손을 뿌리치자마자 아이는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아이는 붕대 사이로 빠져나온 발가락을 꿈틀거리더니 잘 움직이지도 않는 하반신을 뒤틀기 시작했다. 하반신에서 일어난 발작이 상반신까지 이어지면서 아이는 입가에 붙은 산소호흡기로 게거품을 게워냈다. 영목은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처음에는 손을 붙잡았다가 나중에는 아이의 어깨를 짓누르고는 도와달라며 소리를 쳤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곧이어 간호사 두 명이 들어와 격렬하게 몸부림치는 아이를 달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아이의 발작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느덧 의사까지 병실로 달려와서는 간호사에게 마취 주사를 놓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간호사는 신중한 솜씨로 아이의 팔뚝에 박혀 있던 수액 주사를 뽑아내고 굵고 예리한 마취 주사를 꽂았다. 아이는 발악에 가까운 몸부림을 보여주다가 결국에는 눈꺼풀을 닫고 입을 다물었다. 영목은 간이침대에 앉아 머리를 아래로 떨구었다. 병실의 환자들은 팔짱을 낀 채 영목과 아이를 번갈아보며 혀를 찼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병실에서 빠져 나갔을 때, 영목은 고개를 들고는 병실 문 앞에 서 있던 귀기 어린 아내의 모습을 발견했다.

주사를 맞은 아이는 미동 없이 잠을 청했고 아내는 침대에 두 손을 얹고 있을 뿐 말을 꺼내지 않았다. 영목은 무슨 말이라도 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에는 아무 말 없이 간이침대에서 일어났다. 그가 뒤로 돌아서려는 순간, 아내는 방금 전 원장을 만나고 왔다면서 볼멘 음성으로 말했다. 아내는 원장으로부터 들었던 얘기를 풀어 놓더니 곧 몸을 간이침대에 눕혔다. 그는 병실 밖으로 나가면서 휠체어를 끌며 유치원을 가는 아이의 모습을 상상했다. 아이는 뼈대가 오롯이 드러난 두 다리를 고정시킨 채 작은 손으로 휠체어 바퀴를 돌리고 있었다.

영목은 널따란 휴게실에 홀로 있었다. 그는 책상 위에 구식 노트북을 올려놓고 전원을 켰다. 침침했던 화면이 밝아지면서 그는 담배 대신 볼펜을 입에 물고는 가방에서 얄팍한 양장본 한 권을 꺼냈다. 어떤 신인이 썼다는 현대인의 소통과 불안, 고독을 다룬 소설집이었다. 그는 다시 한 번 그 책을 훑어보면서 비문과 오문, 어색한 비유와 과장적인 수사를 찾아내고 이마를 손바닥으로 쳤다. 그는 에이포 용지 두세 장 분량으로 쓸 말을 단 한 단어로 압축했다.

“병신.”

그의 손가락은 자판으로 옮겨졌다. 선선한 밤바람이 내벽에 뚫어 놓은 몇 개의 채광창을 통해 건너들고 있을 뿐 휴게실에는 후끈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영목은 인중과 볼살로 내려오는 땀을 훔칠 새도 없이 자판만 기계적으로 두드렸다. 그렇게 글쓰기에 몰입하던 중, 그는 자신이 휘갈겨 쓴 서른 줄 남짓한 문장들을 검토하더니 이내 지워 버렸다. 그의 입술에 물려져 있던 볼펜도 책상으로 떨어졌다. 그는 책상에 팔을 괴더니 땀으로 젖은 머리칼들을 쥐어뜯었다. 탈모가 시작되는 듯 가느스름한 머리카락 몇 올이 그의 손바닥에 뒤엉겨 있었다.

영목은 손바닥으로 땀을 닦고 인터넷을 열어 이메일을 확인했다. 일영이 보내온 답장은 없었다. 그는 휴게실이 금연 구역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담배를 붙여 물고는 장문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느새 노트북 화면 위로 폭언과 욕설과 조롱으로 가득한 비문들이 빠른 속도로 적혀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끝으로 갈수록 아이의 사고에 대한 얘기가 사라지면서 스스로를 멸시하는 자학적인 글들이 올라왔다. 팔십 줄이 넘는 글이 쓰였을 때, 영목은 마구잡이로 날뛰는 자신의 손가락들을 지켜보았다. 손가락으로 광기와 희열이 쏠린 듯했다. 그는 자유롭게 뛰노는 손가락에 힘을 주어 주먹을 부르쥔 다음, 손때로 번들거리는 자판을 힘껏 내리쳤다. 그 순간 무의미한 자음과 모음들이 화면으로 줄줄이 쏟아졌다. 그는 화면을 멍청히 들여다보았다.

영목은 써 놓은 편지를 지워버리고 학교 홈페이지로 들어가 일영의 성적을 고쳐 주었다. 그리고는 노트북과 소설책을 챙기고 가방을 움켜쥔 채 휴게실에서 나왔다. 그는 일부러 엘리베이터에 타지 않고 가방을 바닥에 끌면서 계단을 올라갔다. 병실 앞에 도착했을 때 그는 담배 냄새와 땀 냄새가 섞인 자신의 티셔츠 내음을 맡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병실에 들어가 대자로 뻗은 아이와 간이침대에서 새우잠을 자는 아내를 갈마보았다. 아내가 상체를 움직일 때면 간이침대에서는 삐거덕거리는 소음이 튀어 나왔다. 영목은 가방을 간이침대 옆에 붙이고 병실 안을 둘러보았다. 모두들 코를 골거나 이를 갈면서 잠을 이루는 중이었고, 어떤 젊은 환자만이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그는 맨바닥에 퍼더앉더니 지속적으로 바뀌는 텔레비전 영상을 쳐다보았다.

젊은 환자는 채널을 빈번히 바꾸면서도 실은 영화 채널에서 방영하는 일본 성인영화를 감상하던 중이었다. 화면에서는 토끼 귀 모양의 머리띠를 두른 젊은 여자가 뿔테 안경을 쓴 중년 남성을 유혹하고 있었다. 머리숱이 적은 남자는 여자가 자신의 가슴을 만지거나 엉덩이를 흔드는 광경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장면이 바뀌면서 이제 그들은 잿빛 플라스틱 식탁 위에서 열정적인 정사를 치르고 있었다. 엉덩이에 윤기가 도는 여자는 남자의 목을 끌어안고 교성을 터뜨렸다. 남자는 배가 불룩하게 나온 몸을 들썩거리더니 기모찌(기분)라는 낱말을 탁한 음색으로 되뇌었다. 남자의 얼굴은 한없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영목은 텔레비전을 뚫어지게 노려보다가 바닥을 짚고 일어났다. 비만한 몸을 놀리던 중년의 모습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젊은 환자는 당직 의사가 왔나 싶어 채널을 뉴스 방송으로 돌렸다. 영목은 아이가 누운 침대로 다가들더니 주사에 맞아 퍼렇게 부풀어 오른 녀석의 팔뚝을 매만져 주었다. 아이가 쓰고 있던 산소호흡기는 투명한 새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아이의 이마에 두 번 입술을 맞추었다. 유독 두 번째로 입술을 맞추던 시간은 전번보다 길었다. 이윽고 그는 간이침대 끄트머리에 포개진 아내의 구멍 난 스타킹과 헐렁해진 머리띠를 살폈다. 그녀의 소지품들이 그의 시선을 단단히 붙잡아 두고 있었다.

영목은 편의점에서 구입한 도시락을 든 채 버스정류장에 서 있었다. 버스정류장 앞으로 십대들이 모는 오토바이들이 지나갈 때마다 그는 눈매를 세모지게 만들었다. 빠라빠라빠라밤, 하는 소리가 어둑어둑한 밤하늘 위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빨간색 오토바이가 까까머리 아이를 들이받고 떠나버리는 영상은 그의 머릿속에서 연이어 재생되었다. 그는 고개를 수그린 채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한참 만에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그는 교통카드의 잔액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당황했다. 그의 지갑에는 만 원짜리 두 장만 있었을 뿐 천 원짜리 지폐나 동전이 없었다. 기사는 버스에 오르는 유일한 손님을 보더니 그냥 타라며 호기롭게 말했다. 영목은 기사의 클클거리는 웃음소리를 듣고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돈 통에 쑤셔 넣었다. 기사의 웃음소리가 멎었다.

그가 버스 맨 뒷좌석에 앉았을 때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병원에서 아내와 통화를 했던 형사였다. 형사는 아내와 연락이 되지 않아 영목에게로 전화를 걸었다는 말을 꺼냈다. 영목은 형사의 목소리에 온 신경을 기울였지만 그의 예상과는 동떨어진 얘기들만이 흘러나왔다. 형사는 근방에 있는 중국집과 통닭집, 오토바이 수리점과 카센터를 샅샅이 뒤졌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말을 성마르게 늘어놓았다. 그가 내일부터 수사에 들어갈 지역은 영목이 머무는 아파트 단지와는 멀리 떨어진 조선족 거주지였다. 그는 의기양양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 동네에서 범죄 일으키는 집단은 크게 두 부류죠, 불량 청소년들이나 외국인 노동자들, 아마 그 치들이 이번 사건을 저질렀을 거라고 나는 보구 있습니다. 아, 거기서 오래 사셨으면 알조 아닙니까.”

영목은 대답 없이 핸드폰을 끄고 배터리도 빼 버렸다. 어느덧 희부연 가로등 불빛이 그가 앉아 있던 차창으로 건너오자 운전기사는 종점이라는 말을 외치며 출입문을 열어 주었다. 그는 차갑고 눅눅해진 도시락을 가슴팍에 그러당기고 버스에서 내렸다. 그의 시야로 포장되지 않은 논둑길이 쭉 뻗어 있었으며 그 끝에는 후줄근한 아파트 여섯 채가 무너질 듯 서 있었다.

영목은 아파트 복도 끝으로 희미한 소실점처럼 보이는 현관문을 건너다보았다. 한 발자국씩 내딛을 때마다 그의 눈앞으로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르고 있었다. 길고 깡마른 영목의 손과는 달리 아버지의 손은 옹이가 진 것처럼 두껍고 험상했다. 어렸을 적 그는 언제나 안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아버지가 나무를 자르고, 겉껍질을 벗기고, 사포질을 하고, 니스를 칠하는 광경을 주시하곤 했다. 아버지의 작업이 끝나는 순간이면 마당에는 니스 냄새가 농밀하게 묻어나는 식탁이 만들어져 있었다. 영목은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때가 묻은 손으로 식탁의 다리를 만져 보았다. 식탁은 군데군데 거스러미가 있기는 했지만 매우 민틋하고 부드러웠다. 그가 새로 생긴 식탁을 만지는 동안 아버지는 담배를 그슬리며 갓 제작된 완성품을 응시했다.

가족들의 식사는 마당에 있는 식탁에서 가끔씩 이루어졌다. 식탁 위에는 바특하게 끓인 김치찌개와 짠맛이 강한 멸치볶음, 낱알이 도톰한 콩자반, 군내가 배어나는 오징어젓갈 등속이 올라왔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숟가락을 들고 동생들이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적거릴 때도 영목은 손으로 식탁 가두리만 하염없이 쓸어 보았다. 자고로 어린놈들은 나무의 기운을 받아야 근력도 생기고 꼬추도 커지는 게지, 아버지는 숟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면서 영목에게 말했다.

그는 옛 생각에 잠겨 걷다가 하마터면 현관문에 이마를 부딪칠 뻔했다. 곧 그의 손가락이 잠금장치 위로 돌출된 숫자들로 옮겨졌다. 일, 삼, 오, 구라는 숫자를 차례대로 누르자 현관문이 철컹, 소리와 함께 열리면서 후터분한 공기가 그의 얼굴로 밀려들었다. 영목은 어둠침침한 십오 평 공간으로 들어오더니 난장판이 된 부엌 쪽을 돌아보았다. 그는 이번에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며칠 전까지 금이 가 있던 식탁 다리는 부러져 있었다. 식탁은 다리가 부러진 쪽으로 주저앉아 있었고 그 위에 놓였던 소금 통과 후추 통, 컵과 물병 따위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한쪽만 무너진 식탁은 마치 경사진 미끄럼틀처럼 보였다. 그는 물이 흥건하게 엎질러진 방바닥을 걷다가 들고 있던 도시락을 식탁 쪽으로 던졌다.

영목은 마루에 책상다리로 앉아 노트북을 켰다. 부팅이 이루어지는 동안 그는 책가방에서 양장본을 꺼내고는 다시 한 번 그 내용을 훑어보았다. 희끄무레한 종잇장마다 괴이한 오문이 나타났고 설익은 관념어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그는 충혈된 눈을 끔벅이더니 낱장들을 하나씩 찢어 버렸다.

그는 시선을 아래로 내려뜨리고 노트북 화면에 떠오른 메일함을 열어보았다. 메일함에는 뜻밖에도 일영이 보낸 답장이 도착해 있었다. 그는 숨을 죽인 채 편지를 열었다. 일영이 그에게 보낸 문장은 매우 짧았다.

‘감사합니다.’

영목은 스크롤바를 밑으로 내렸지만 다른 글은 없었다.

그는 안방으로 들어가려다가 경사진 식탁을 눈여겨보았다. 식탁은 주저앉기는 했지만 남은 두 다리가 벽을 받치고, 한 다리는 바닥을 짚고 있었다. 그의 발길은 푹신한 침대가 아닌 경사진 식탁으로 이동했다. 그는 딱딱한 식탁 표면에 등을 붙이고 좀 전에 던졌던 비닐봉지에서 구겨진 도시락을 꺼냈다. 포장을 벗기고 둥글넓적한 닭튀김을 이로 뭉개자 비린 살덩이들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공복감은 조금씩 가라앉았지만 옆구리에는 다시금 요통이 찾아들고 있었다.

허리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때 영목은 아이가 없는 틈을 타 아내와 부엌에서 정사를 나누곤 했다. 소파나 침대에서 일을 치르는 것보다 그곳에서 섹스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야릇하면서도 짜릿했다. 그는 등이 배겨 오는 것을 참고 손가락을 쭉쭉거리며 외설적인 장면들을 연상했다. 그의 허리는 상하좌우로 자신 있게 움직였고 아내의 아랫도리는 애액이 질 바깥으로 번져 나올 정도로 축축해져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손은 개수대를 잡았다가, 가스레인지를 움켰다가, 종국에는 식탁을 붙들었다.

영목은 불현듯이, 은회색 화강암 건물과 연둣빛 금잔디, 웃음을 머금은 학생들의 얼굴을 상상했다. 그러자 아내의 몸 뒤에서 후배위를 하고 있던 남자는 젊고 우람한 일영으로 바뀌었다. 암갈색으로 부푼 일영의 가슴 근육이 꿈틀거릴 때마다 아내가 외치는 신음소리도 커져 갔다. 오르가슴에 다다른 아내의 신음소리는 그에게 더없이 낯설게 느껴졌다. 일순간 삐꺽거리는 식탁은 일영과 아내의 오붓한 침대로 변하고 있었다.

그는 입속에 넣었던 손가락을 호두 씹듯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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