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외교 성적표

김준형 |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이에 대한 평가들은 대체로 대외관계는 잘했지만, 내치는 인사실패와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개입을 비롯한 여러 불협화음들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정말 그렇게 평가하는 것이 맞을까?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과 친미일변도 외교로부터의 변화를 약속하며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지난 6개월간 과연 그 약속을 실천하고 있는 것일까?

대북정책의 변화를 약속했지만 북한이 로켓발사와 3차 핵실험에 성공하고, 연이어 도발에 나서면서 대화 부분이 위축되고, 위기에도 대북대결을 불사하고 미국의 무력시위에 편승하면서 전임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국제칼럼]박근혜 정부의 외교 성적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자체를 아예 소멸시켜 버린 이명박 정부와는 다른 점을 보였다. 동시에 보수 세력의 의도적 프레임에 의한 왜곡된 인식이기는 하지만, 북한에 퍼주기만 했다고 해석하는 진보정부 10년과도 구별되는 것으로 국민들은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려되는 지점들이 많다. 대북 자세는 전임 정부 이상으로 유연하지 못하고 강경하다. 개성공단협상과정에서 보여 주었듯이 협상을 주도해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관계파탄의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도 자존심 싸움에 기필코 이기겠다는 자세로 일관했다. 북한의 타협적 행보를 굴복으로 간주하고, 과도한 자신감으로 압박 일변도로 나갈 경우 사태는 언제든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 대북 강경자세를 유지할수록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은 남한사회 전체를 안보담론으로 매몰시키고, 냉전적 대결구조의 과거로 회귀시키는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대외정책을 국내 권력 강화용으로 계속 이용하면서 이런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군부 중심의 정책결정 과정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편 외교에 관해서는 중국과의 관계개선 노력이 돋보인다. 중국 내부의 자체적 고민과 손익계산 끝에 나온 결론이긴 하다. 하지만 친북 일변도를 벗어나 한·중 공조 또는 협력 기조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한·일 관계 역시 원칙 없이 친일과 반일을 오갔던 것에 비해 우경화에 대해 단호하고 일관된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반면에 가장 중요하다는 대미 외교는 오히려 걱정스럽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동맹의 확고한 기초를 재확인한 것까지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반도 위기국면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안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여기서도 냉전구조의 한계를 탈피하기보다는 다시 진입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더욱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없이 글로벌협력만 우선적으로 논의함으로써 미국의 군사전략적 필요에 따라 움직일 개연성을 증대시켰다.

이와 함께 미국의 공식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전작권 재연기는 고질적인 대미 저자세 외교의 재현이다. 이는 주한미군 주둔부담금 협상, 미사일방어 참여, 한·미 원자력협상, 그리고 차세대전투기(FX) 사업을 포함한 무기구입 등에서 한국의 대미 협상력 약화를 가져올 큰 변수로 작동할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재정위기에서도 대아시아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복안으로 추진해 온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전략의 성패는 한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참여 및 비용분담 여부에 크게 의존한다. 현재 아베 정권의 우경화와 미·중 협력관계의 조성이라는 두 변수로 인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원래 전략의 중심에 내포된 대중 봉쇄의 근간이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미·중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경우 한국은 대중 봉쇄의 첨병역할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현재의 소강국면이 한국이 서둘러 한반도 평화체제를 이끌어냄으로써 강대국의 권력 재편에 휘말리지 않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이념과 그동안의 정치이력은 물론이고, 지난 6개월간 대미 외교에서 보인 박근혜 대통령의 대미 의존과 동맹절대주의 성향을 감안할 때 현재 국면을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주도할 의지와 전략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래서 흐르는 시간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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