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반고 슬럼화 심각성 드러낸 서울대 입시

입학정원의 83%를 선발하는 서울대 수시모집 전형에서 일반고 출신 합격자 비율이 처음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54.0%에서 7.7%포인트 떨어져 46.3%에 그쳤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사고와 특목고 출신 합격자 비율이 늘어난 것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정시모집 전형이 남아 있긴 하지만 2014학년도 서울대 입학생의 다수는 특별한 학교 출신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일반고는 정책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공교육의 대명사다. 고교 평준화 원칙이 많이 훼손되었다고는 해도 절대 다수의 학생은 여전히 평준화 학교, 즉 일반고에 진학한다. 외국어고, 영재고, 국제고, 자사고 등 다양한 이름의 고교들이 생겨났지만 국내 전체 고교의 65.7%는 일반고다. 그런데 일반고를 나와서는 국내 최고의 국립대학에 입학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공교육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우수학생들이 일반고를 기피하면 그 자리에는 여건상 학업에 열중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몰리게 되고, 이는 일반고 학력 저하와 대학진학률 저조, 나아가 슬럼화 현상으로 악순환하게 된다. 이번 서울대 발표를 가볍게 보아넘길 수 없는 이유다.

서울대에서도 문제 인식은 하고 있는 것 같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번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교유형 다양화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가 현실이 된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이번 결과를 다각도로 검토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정책이다. 서울대는 내년도 입시에서 그나마 균형선발의 통로가 되고 있는 수시모집 비중을 되레 줄이고 정시모집 비중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시모집은 내신보다 수능성적 위주로 선발하는 것이니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전형이다. 입으로는 일반고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정책으로는 일반고 출신의 입학 길을 더 좁히는 셈이다.

정부의 교육정책도 일반고 살리기와는 거리가 먼 쪽으로 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에는 자사고 폐지를 검토한다고 하더니 얼마 전 자사고에 학생 선발권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정책 환경에서 자사고와 일반고는 충돌하는 관계인 만큼, 자사고 입지가 강화되면 일반고는 더 변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교육은 현대사회 발전에 중요한 요인이다. 교육을 통한 계층 간 이동이 있어야 사회에 활력이 있고, 차별 없이 적용되는 교육 기회의 평등이 확보되어야 사회 안정이 온다. 서울대는 이런 사회적 책임감을 입시에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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