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사회 결합 교황 메시지, 신·구교 모두에 이정표 제시”

김석종 선임기자

교황 방한 계기로 천주교·개신교 합동 심포지엄 연 박종천 목사·백운철 신부

오는 8월 방한을 앞둔 프란치스코 교황의 뛰어난 리더십과 메시지가 천주교를 넘어 모든 기독교 교파를 하나로 모으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11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성신교정에서 만난 감리교신학대 총장 박종천 목사(60)와 가톨릭대 신학대학장 백운철 신부(55)는 교황을 연결고리로 신·구교 간 에큐메니컬(교회일치)의 물꼬를 튼 주역들이다. 이들은 지난 7일 교황의 권고인 ‘복음의 기쁨’을 주제로 가톨릭대 신학대학에서 열린 가톨릭·개신교 합동심포지엄을 이끌었다.

“천주교뿐 아니라 우리 시대 뛰어난 기독교 지도자인 교황의 권고문 ‘복음의 기쁨’을 교파를 초월해 함께 공부하면서 신학적 의미를 정리하고 공감하는 자리였습니다. 신학자들이 앞장서서 복음의 진리와 기쁨을 교회와 사회에 널리 알리면 두 교파의 동질성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톨릭을 넘어 한국 기독교 전체가 교황을 영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봅니다.”(박 목사)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개신교와 천주교가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이며, 신앙의 연대 차원에서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로 가톨릭과 개신교 신학자 간의 학술 대화가 이루어질 것입니다.”(백 신부)

개신교·가톨릭 신학자를 대표해 합동심포지엄을 성사시킨 감신대 총장 박종천 목사(왼쪽)와 가톨릭대 신학대학장 백운철 신부는 “교파를 초월해 강한 형제애를 느꼈다”고 말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개신교·가톨릭 신학자를 대표해 합동심포지엄을 성사시킨 감신대 총장 박종천 목사(왼쪽)와 가톨릭대 신학대학장 백운철 신부는 “교파를 초월해 강한 형제애를 느꼈다”고 말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복음의 기쁨’은 지난해 11월23일 세계 가톨릭교회의 ‘신앙의 해’를 폐막하며 발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번째 권고문이다. 백 신부는 “‘복음의 기쁨’은 현대 세계의 문제점과 과제를 고민하면서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과 교회의 쇄신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이자 지침서”라며 “교황은 신앙을 의무가 아닌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을 활짝 열어 세상에 기쁜 소식을 전하자고 거듭 권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목사는 “복음을 중심으로 하나였던 초대 교회의 신앙을 현대 언어로 소통하려는 참목자의 말씀”이라며 “딱딱하고 관념적인 교리가 아니라 체험에서 우러난 가슴의 언어로 기독교인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아 복음을 사회적 차원과 결합시킨 위대한 문서”라고 평가했다. 그는 교황이 보여준 목자로서의 리더십과 길을 잃은 교회의 복음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표명한 ‘복음의 기쁨’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박 목사는 지난 2월 대학 총장 모임에서 가톨릭대 총장 박영식 신부를 만나 심포지엄을 제안했다.

백 신부가 심포지엄 주최의 책임을 맡았다. 개신교에서 박 목사 외에 서울신학대 총장 유석성 목사와 한신대 교수 강성영 목사 등 ‘거물급’ 신학자들이 참여했다. 백 신부는 “가톨릭과 개신교 신학자들이 함께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교황 방한을 앞두고 개신교에서 먼저 제안해 ‘복음의 기쁨’을 조명하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고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서 신약학자인 백 신부는 ‘복음의 기쁨의 신약성경적 배경과 한국 교회의 과제’, 조직신학자인 박 목사는 ‘복음의 기쁨에 대한 조직신학적 이해’에 대해 발표했다.

백 신부는 ‘복음의 기쁨’ 중 마음에 새기는 구절로 ‘저는 이 땅에서 하나의 사명입니다’(273항)를 꼽았다. 그는 “기독교인의 삶의 출발점이고 원동력인 ‘복음의 기쁨’에서 교황은 기쁨을 나누는 대상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우선적으로 선택했다”며 “교황은 특히 구조적으로 사회를 양극화하고 가난을 영속화하는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주적으로 적시해 집중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신부는 “한국 교회도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을 통한 샘솟는 기쁨에서 출발해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 자본주의 횡포에 대한 저항과 비판, 사회평화와 진선미를 위한 그리스도교 일치운동과 타 종교와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자기 안위만을 신경쓰고 폐쇄적이며 건강하지 못한 교회보다는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받고 더럽혀진 교회를 더 좋아한다’(49항)는 구절에서 18세기 감리교를 세운 존 웨슬리 목사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했다. 그는 “웨슬리 목사도 특권과 안일을 버리고 가난한 이들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우선적 선교를 실천한 인물”이라며 “교황의 권고문과 교회가 교회되게 하자고 가르친 감리교 정신은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를 두고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에게 기회를 줬다’는 개신교 목사의 한심한 발언은 희생이 아니라 자비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과 정면 배치된다”며 “오로지 영혼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도하는 것은 종교를 사적인 영역에 국한시키는 것이며 하나님께서 우리가 이 세상에서도 행복하기 바라는 것을 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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