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e메일로 포르노 보냈다가 경찰에 체포···범죄 예방? 사생활 침해?

주영재 기자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사는 존 헨리 스킬런(41)이라는 남성은 구글의 G메일을 이용해 친구에게 아동 포르노 사진을 보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온라인 성범죄를 막기 위해 검색과 e메일 서비스에서 자동으로 아동 포르노물을 식별해내는 구글이 제보자였다.

구글 e메일로 포르노 보냈다가 경찰에 체포···범죄 예방? 사생활 침해?

■아동 포르노 걸러낸 구글의 e메일 감시

구글은 현재 자동적으로 아동 포르노 사진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이미지 파일 중에서 아동 포르노를 구분해내는 데는 해시 값이 이용된다. e메일로 전송될 때 이미지 파일은 데이터 길이에 관계없이 고정된 길이의 값으로 변환한 해시 값으로 바뀐다.

구글은 메일에 포함된 이미지 파일의 해시 값을 이미 알려진 아동 포르노 사진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한다. 만약 기존의 아동 포르노 사진의 해시 값과 메일에 담긴 이미지 파일의 해시 값이 일치할 경우 이는 아동 포르노물로 간주된다.

구글은 이 사실을 미 국립실종학대아동센터(NCMEC)와 영국의 아동 포르노 퇴치 단체인 인터넷감시재단(IWF)에 알린다. 해당 기관 전문가들의조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아동 포르노 사진으로 판명되면 이는 다시 사법당국에 통보된다.

이런 공조 체제를 전혀 모르고 G메일 서비스를 이용한 스킬런은 아동 포르노 소지 및 유포 혐의로 기소됐다. 구글의 제보로 범죄자를 검거한 경찰과 성범죄자 검거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구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에선 범죄예방은 좋지만 구글이 과연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어디까지 침해하면서 e메일을 모니터링 하고 있는지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e메일 감시는 우리에게 안도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주고 있다.

■아동 포르노 퇴치에 손맞잡은 기업·정부·민간

구글은 2008년 이후 아동 학대와 관련한 검색 결과를 꾸준히 삭제해 왔다. 지난해 이후에는 미국과 영국의 사법 당국과 아동보호 단체에 아동 포르노물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과 정부, 민간단체는 아동 포르노물과 관련한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고 있다.

구글 법무담당 최고 임원인 데이비드 드럼몬드는 지난해 이런 공조 체제에 대해 “기업과 법집행기구, 시민단체들이 아동학대 이미지를 적발하고 제거하는 작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글은 정보를 더욱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왔으며 항상 표현의 자유를 지지했다”면서도 “아동 성학대와 관련한 이미지들에 있어서는 어떤 표현의 자유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구글은 스킬런 사건으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자 4일 성명을 내고 “e메일 내용을 검열한 게 아니라 이미지의 특정 고유정보를 분석해 걸러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메일 모니터링 기술은 “오직 아동 성범죄에 대해서만 사용되고 있다”며 “다른 범죄를 포함한 일상적인 e메일에는 이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생활 보호단체는 이 기술이 다른 영역으로 손쉽게 확대 적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특정 단어나 이미지와 결부된 해시 값을 기업의 데이터베이스에 적용하도록 한 후 그 해시 값이 담긴 메일을 넘겨달라고 명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나 기업의 입맛에 맞지 않는 정보의 전달을 중간에서 가로채고 그 송·수신자를 제재하는 방식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크리스토퍼 소고이언은 가디언에 “만약 정부가 특정 콘텐츠의 송·수신 여부를 식별해달라고 구글에 요구한다면 감시는 매우 쉬워질 것”고 말했다.

■SNS, 클라우드 드라이브도 감시받아

구글이 아동 성학대 이미지를 걸러내기 위해 개인 e메일을 검색하는 유일한 회사는 아니다. 지난해 1월에는 브랜슨이라는 이름의 46세 미국 남성이 AOL의 e메일 계정을 이용해 아동 포르노 사진을 공유하려다 붙잡혔다. 아동 성범죄는 최대 160년형을 받을 수 있는 중범죄이다.

브랜슨은 이 사건으로 ‘e메일은 사적이지 않다’는 현실을 여실히 깨달았다. 그의 변호인인 로빈슨 윈은 “e메일과 관련해 사생활이 보호받을 것이라는 어떤 합리적 기대도 가질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의 경찰과 연방 수사 당국은 거대 인터넷 기업들의 정보 제공으로 수천건의 아동 포르노 사건을 처리할 수 있었다. AOL과 구글, 페이스북,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인터넷 기업들은 1998년 이후 법적으로 자신들의 네트워크 안에서 아동 포르노물을 발견할 시 이를 당국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이 법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NCMEC는 1998년 이후 아동 포르노와 관련해 약 170만건의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NCMEC의 한 부서 책임자는 “인터넷을 검색하다 아동 포르노물을 발견한 시민들의 제보도 있지만 대다수는 기업들의 제보였다”며 “기업들은 사용자의 e메일과 클라우드 드라이브, SNS 사이트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 의회의 지원을 받아 실종아동 및 아동 포르노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민간 기구를 운영하는 존 세헌은 “제보 건수가 2011년 32만6000건에서 2012년 40만건 이상으로 증가했다”며 “아동 포르노를 소지한 이들의 메일 계정과 IP주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이같은 정보 제공 사실을 공개하는 걸 꺼려하고 있다. 범법자들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사생활 보호와 관련된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의 파수꾼’과 ‘빅 브라더’ 사이

미 버지니아 주검찰 대변인인 켄 쿠치넬리는 e메일 감시활동이 합법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은 자신들의 서버가 불법 콘텐츠를 저장하고 유통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하고 있다”며 “택배업체들이 마약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소포를 당국에 신고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각 기업은 고유의 e메일 검사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만 작동 방식은 앞서 말한 구글의 방식과 같다. 세헌은 “기업에 속한 누구도 e메일을 열어 안을 들여다 보지 않는다”며 “이는 완전히 자동화되어 있다”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동 포르노물을 찾아내려는 노력으로 2009년 ‘포토디엔에이’(PhotoDNA)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동 포르노 퇴치 단체에 기부했다. 포토디엔에이는 현재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SkyDrive’와 e메일 서비스인 핫메일에 올라온 사진들을 검사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사법당국은 포토디엔에이와 같은 아동 포르노 퇴치 도구를 칭송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런 기술들이 기업에 ‘빅브라더’와 같은 강력한 권력을 부여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시민권 단체인 ‘루터포드재단’의 존 화이트헤드는 “아동 포르노는 퇴치되어야 할 것이지만 이를 위해 우리가 늘 감시를 받아야 하느냐”며 “컴퓨터를 켤 때마다 ‘그들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경고 문구가 떠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미 거대 기술 기업들은 사람들의 사생활은 물론 내면의 의식까지 들여다 보려 한다. 앞서 지난 6월 페이스북은 ‘감정 전염 실험’ 결과를 발표해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들이 전체적인 뉴스피드의 분위기가 부정적이면 부정적으로, 긍정적이면 긍정적으로 바뀐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험 과정에서 친구들이 올린 기분좋다는 표현들을 의도적으로 삭제하거나 슬프거나 힘든 표현들을 숨긴 사실이 드러나 “뉴스피드의 정서 표현을 조작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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