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대 입시의 쏠림 현상과 경제성장

서울대의 부유층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져 교육의 공정경쟁은 물론 경제성장의 잠재력까지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대학입시가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된다는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있어 왔지만 그 부정적 영향이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은 보기 드문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특히 연구자가 서울대 교수라는 점에서 입시당국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서울대 김세직 교수가 서울대 경제연구소의 학술지 ‘경제논집’에 발표한 <경제성장과 교육의 공정경쟁> 논문에 따르면 2014년 학생 100명당 서울대 합격자가 강남구는 2.1명인 데 비해 강북구는 0.1명으로 21배 차이가 났다. 서초구는 1.5명, 송파구는 0.8명인 데 비해 구로구와 금천구는 각각 0.2명으로 8~15배 벌어졌다. 서울대 합격자로 본 상위 3개구와 하위 3개구의 순위는 아파트 매매가격과 거의 정확하게 일치한다. 부모의 빈부 차이가 자녀의 학력 차이로 고스란히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고교 유형별 차이도 뚜렷해 서울지역 일반고에서는 100명당 0.6명이 서울대에 합격했지만 외국어고와 과학고에서는 10명과 41명이 합격해 그 차이가 15~65배 났다. 특목고는 학비도 비싸지만 돈이 많이 드는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입학이 어렵다. 결국 지역별로 보나 학교 유형별로 보나 돈 있는 집 아이가 서울대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부의 대물림이 학력의 대물림을 낳고 학력의 대물림이 다시 부의 대물림을 가져오는 식이다. 이것은 교육의 공정경쟁을 근본부터 저해하는 사회적 악순환이다. 인적 자원의 배분을 왜곡해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훼손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 김 교수의 결론에 공감하는 이유다.

특정지역 특정계층 학생들이 서울대를 독점하기 시작한 것은 공교육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정책들이 본격 시행되면서부터다. 특목고와 자사고 등 평준화를 무력화시키는 학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공교육의 상징인 일반고는 맥없이 몰락해버렸다. 대학은 대학대로 성적 우수자 선발에만 급급하면서 교육을 통한 계층 간 이동의 기회가 사실상 막혀버린 것이다.

서울대가 ‘그들만의 대학’이라는 폐쇄성에서 벗어나는 길은 일차적으로 구성원의 다양성 확보에 있다. 이를 위해선 농촌지역 학생에게 입학의 기회를 주는 지역균형선발 같은 제도를 대폭 늘리는 게 좋다. 한국 최고의 대학이라면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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