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권소녀 황경선 “앞 못 보는 엄마…”

고양|황민국 기자

“운동은 당분간 계속 해야죠. 그래도 이젠 아픈 엄마를 위해 요리를 배우고 싶어요.”

황경선(26)은 요새 새로운 꿈을 키우고 있다. 한국 태권도 사상 최초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그의 꿈은 바로 요리사. 정식으로 요리사의 길을 걷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벌써부터 “요리학원을 알아보느라 바쁘다”고 했다. 뜻밖의 말이었지만 그 속엔 애절한 효심이 깃들어 있었다.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어머니 조순자씨(52)를 향한 막내딸의 애절한 마음이다.

“아픈 엄마 병수발을 들던 언니가 형부와 함께 곧 미국으로 떠난답니다. 이젠 제가 모셔야 하는데 운동을 하는 처지라 당장 그럴 수도 없으니, 맛있는 것이라도 많이 해드리고 싶고….”

런던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황경선이 인터뷰 도중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민규기자

런던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황경선이 인터뷰 도중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민규기자

황경선은 이번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며 수심이 가득했다. 올림픽 성적도 성적이지만 2년 전 심각한 당뇨증상으로 쓰러진 어머니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 한때 위독한 상황까지 맞았던 어머니는 가족의 극진한 간호 속에 일어섰지만 합병증으로 그만 시력을 대부분 잃고 말았다. 아끼는 둘째딸이 금메달을 따는 모습도 자신의 눈으로 직접 지켜보지 못하고 주위의 설명을 통해 듣고 느껴야 했다.

황경선은 “직접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얼마나 답답하셨을까요. 엄마한테는 결승전이 굉장히 긴 시간이었을 거예요”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이 요리다. 2004 아테네올림픽 때부터 막연히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했던 일을 과감히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엄마가 지금도 흐릿한 눈으로 조금씩 요리를 하세요. 그래도 이젠 쉬어도 되니까, 내가 컸으니까, 대신 해드리려는 생각에 요리를 배우려고요. 태릉선수촌이 아니라 소속팀에 있을 땐 저녁에 시간이 비거든요. 고양시 근처에 요리학원을 알아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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