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지 없으면 이번 性戰도 일회성 될 것”

유인경 선임기자

2000년 ‘매매춘과의 전쟁’ 김강자 前종암경찰서장

성매매방지법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매매춘과의 전쟁’을 통해 혁혁한 공로를 세운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62·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이다. 2000년 종암경찰서장 재임 당시 ‘미아리 포청천’으로 불리며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집창촌 필요성’을 제기해 성매매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온 여성계로부터는 기피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성매매방지법 시행 4년, 그리고 후배들이 성전을 벌이고 있는 지금 그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 없이는 이번 성전도 일회성으로 끝날 것 같아 후배들의 열정과 노력이 안타깝다”고 말문을 열었다.

공개형 집창촌보다 음성적인 성매매를 뿌리 뽑아야 청소년도 보호하고 두 얼굴의 남성들도 처벌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김강자 교수.

공개형 집창촌보다 음성적인 성매매를 뿌리 뽑아야 청소년도 보호하고 두 얼굴의 남성들도 처벌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김강자 교수.

“4년 동안 정부는 왜 제대로 된 대책도, 교육도 하지 않고 무조건 경찰들의 단속에만 의지하는지 모르겠어요. 정부가 성교육을 비롯해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생계대책 등을 확실하게 마련해 차근차근 성매매를 없애야지 무조건 경찰의 강력단속에만 맡기면 부작용이 클 겁니다. 아직까지 성매매 전담경찰관이 없고 여성청소년계가 맡고 있는데 실종아동, 가정폭력, 학교폭력, 청소년 위해업소 단속 등으로도 바쁜데다 타 부서까지 동원해 성매매 단속만 하면 고유업무가 마비되니 각종 치안이며 아동범죄 등으로 또 경찰만 욕을 먹을 겁니다. 이번 성전도 안마시술소 등이 사라지니 눈에 띄는 혐오시설만 없애고 끝나는 게 아닐까 걱정이에요.”

김강자 교수는 평소부터 성매매에 대해 혐오감을 갖고 있어 옥천경찰서장 시절 티켓다방 철퇴 등에 앞장섰다. 하지만 그는 전방위적 성매매 단속보다는 전략적이고 분야별 단속을 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그는 종암경찰서장 당시 미성년자를 고용한 업소만 단속해서 경찰인력을 최소화하면서도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미아리 텍사스라 불리는 곳의 실태 파악부터 해서 업주들을 불러 ‘당신들은 바지사장(고용된 업주)이니 진짜 주인을 처벌하겠다’며 264개 업소를 6개 구역으로 나눠 1개 업소만 위반해도 전체 공동책임을 묻겠다고 했더니 업주들이 자율정화위원회를 만들어 자발적으로 미성년자들을 내보냈다. 만약 성인 고용자를 포함한 전체 업소를 무조건 단속했으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집창촌 폐지를 ‘한강에 정화조를 깨뜨려 강 전체를 오염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던 그는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제한적인 공창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우리나라 매춘은 유형별로 크게 두 종류가 있어요. 하나는 공개형으로 집창촌을 말하고, 나머지 하나는 술집이나 다방, 인터넷이나 보도방 등을 통해 몰래 하는 음성형입니다. 집창촌의 공급자(여성종사자)는 대개 생계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수요자(성을 사는 남성)는 결혼 못한 사람, 밀입국자, 홀아비, 장애인 등 대부분 성(性)으로부터 소외되고 돈도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죠. 반면 음성형은 여대생, 주부 등 성매매를 안해도 되는 여성이 더 많은 용돈을 위해 그 일을 하는 경우와 집창촌에서 나온 여성이 생계를 위해 일하는 경우가 혼합돼 있습니다. 원조교제, 출장도우미, 매미부대, 다람쥐부대, 박카스부대 등 음성형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음성적으로 매춘을 하고 수요자는 사회지도층, 상류층도 있어요. 그러니 정말 인생의 막장에 흘러온 생계형 집창촌 여성, 또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 공창제도를 합법화하자는 겁니다. 다만 음성적인 성매매업소엔 철퇴를 가해서 ‘팬티만 내려서’ 더 많은 돈을 벌려는 여성들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데도 습관적으로 성을 사려는 남성들, 성매매 여성들을 착취해 자신들은 호의호식하는 악덕업주들을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겁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고 생계형이 아니기 때문에 철저하고 집요하게 단속하면 확실히 줄어듭니다.”

그는 “성매매의 기본이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보호인데 지난 10년간 인권유린 신고도 집창촌에서 접수된 것은 9%에 불과했고, 91%가 음성형에서 접수된 것”이라고 전했다. 살인마 유영철에 의해 죽임을 당한 피해여성들 중 상당수도 보도방 여성들이며 음성화될수록 주부나 청소년의 성매매 피해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문제점을 파악해야 해요. 제가 미아리 텍사스 단속에 전력을 기울일 때 방범대원들까지 동원했거든요. 그러니 자연 치안에 허점이 생겨 폐지를 주워 살아온 할아버지가 평생 모은 돈 840만원을 은행에서 찾아오다 날치기 당한 사건이 관내에서 발생했어요. 더욱 소중한 국민의 재산과 안녕에 소홀한 것은 아니었나 싶어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또 당시 1000여명의 성매매 여성들을 모두 모아 무엇이 불법인지, 얼마나 인권유린을 당하고 살았는지 교육시키고 ‘성매매 선불금은 무효이니 빚걱정 말고 이곳을 자유롭게 떠나라’고 했어요. 그런데 정작 102명만 떠났어요. 왜 안 가느냐고 물었더니 ‘부도나 병 나서 길바닥에 나앉았을 때 친척도 친구도 은행도 안 주는 돈을 포주는 주더라, 이젠 더 나빠질 것도 갈 곳도 없다’고 포기한 이들과 ‘도망가봤자 또 찾아내 더 괴롭힐 것’이라며 자포자기한 여성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이들의 안전과 생계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고는 성매매법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는 우선 미성년자들을 내보내고 업주들에게는 감금이나 목욕갈 때 따라가는 것 등이 인권유린이니 처벌하겠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 1인당 7만원이던 화대에서 여성들에게 1만원만 지급하던 것을 5대5로 나눠 봉급통장에 넣어주게 하고 휴가와 명절을 쉬게 했다. 경제관념도, 미래에 대한 계획도 전혀 없던 성매매 여성들이 통장에 차곡차곡 돈이 모이자 교육을 받거나 취업을 하는 등 자발적인 탈성매매를 시도해 성공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성매매여성에 대한 교육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성매수자인 남성들의 교육이다. 김 서장은 “미아리 텍사스에서 만난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이제야 진짜 남자가 됐다’고 자랑하고, 군대에 가거나 결혼 전에 단체로 집창촌을 드나드는 것이 관습처럼 되어 있는 성의식이 문제이므로 이들에 대한 바른 성교육, 성매매는 불법이며 자신과 남을 파괴하는 행위란 것을 알려주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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