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흙 가치 26조… 오염물질 정화·탄소저장 기능

김기범 기자

환경부, 표토 유실 보전 계획

큰비만 오면 하천을 누렇게 만들며 떠내려가는 지표면 흙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일까.

해마다 대량으로 유실돼온 표토의 경제적 가치가 26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환경부가 14일 밝혔다. 표토의 오염물질 정화기능만 경제적으로 평가해도 22조5067억원에 달하며 수자원 저수기능이 1조326억원으로 분석됐다. 일반 표토의 오염물질 정화능력은 ㏊당 19.01t이다. 밭·논·임야의 정화능력은 더 높아 ㏊당 34.15t에 달한다.

표토가 고령토·모래·자갈 등의 자원·골재를 저장하는 기능은 6656억원, 이산화탄소 저감기능은 4888억원으로 집계됐으며 국내 토양의 기능별 경제적 가치는 총 26조4000억원에 달한다. 표토는 지표면으로부터 30㎝까지의 흙으로 유기물·미생물이 풍부해 식물의 양분·수분의 공급원 역할을 하는 토양이다. 지표면 흙이 한번 유실되고 나면 재생속도가 매우 느린 귀중한 자원이었던 셈이다. 환경부는 비옥한 토양 1㎝가 생성되는 데에는 200여년이 걸리는 반면 유실되는 데는 1~2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30㎝가 쌓이려면 1000~1만년에 달하는 세월이 흘러야 한다.

환경부는 연평균 표토 유실량이 ㏊당 50t을 초과하여 현장조사를 실시해야 하는 지역이 전 국토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산악지형과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해 유실되는 양이 많고 개발 등 인위적인 침식도 표토 유실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환경부가 지난해 전국을 8개 권역으로 나눠 표토 침식 예비조사를 한 결과 국토의 30%가 넘는 지역에서 매년 ㏊당 33t에 달하는 표토가 유실돼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토양침식 등급에서 ‘매우 심함’에 들어가는 수준이다. 예비조사는 경사도와 식생, 토양 특성 등의 자료를 갖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침식량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환경부는 표토보전 5개년 종합계획을 마련해 표토 침식량이 ㏊당 연간 50t 이상인 지역을 대상으로 현장 실측조사를 하고 취약지역과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을 별도 관리키로 했다.

표토 유실은 생태계가 훼손되는 것뿐 아니라 직접적인 재산피해도 일으키고 있다. 2008~2010년 사이 표토 유실로 인해 북한강 물이 흐려지면서 취수장·정수장과 어업에서의 피해액이 4700억원인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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