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민감한 질문만 나오면 ‘답변 거부’

이용욱·유정인 기자

구치소 찾은 여당 의원 만난 후 청문회 출석 결정

“작년 12월 권영세와 통화, 회의록 공개 상의” 실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16일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는 “형사재판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들이 있다”며 증인선서를 거부하면서도 “진실을 그대로 증언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심리전단 개편을 승인했나” “박근혜 정부에 서운한 감정은 없나” 등의 질문엔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원 전 원장은 이날 오후 2시 평소와 달리 검은 뿔테 안경을 낀 채 이동명 변호사 등 변호인과 함께 청문회장에 출석했다. 책상 위에 두 손을 깍지 낀 채 무표정한 얼굴이었으며, 왼손 검지를 가끔 까딱까딱하는 것으로 감정변화를 드러냈다. 하지만 청문회가 맥빠지게 진행되면서 긴장이 풀린 듯 일부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에이, 아니야”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구치소를 찾은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접견한 뒤 출석을 결정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왼쪽)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왼쪽)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 권영세와 회의록 유출 공모 새 의혹

지난해 대선 기간 중 박근혜 후보의 대선캠프 상황실장이던 권영세 주중대사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여부를 상의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야당에선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대선 국면에서 공모했음이 드러났다”고 공격했다.

원 전 원장은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여부를 놓고 당시 권 실장과 통화했느냐고 추궁하자 “회의록 공개는 엄청 힘들고 곤란한데, 국회 정보위에서 계속 공개를 하라는 입장이어서 (권 실장과) 상의했다”면서 “12월13일 정보위가 정회되는 동안 전화를 했다”고 실토했다.

박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비밀 대화록을 선거캠프 2인자인 실장과 논의했는데, 이거야말로 엄청난 이야기 아니냐’고 묻자, 원 전 원장은 당황한 듯 “개인적으로 가까우니까 상의를 한 거다. 저도 물어본 것”이라며 “정보위에서 계속 공개를 하라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정말 힘들다는 이야기였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6월 권 대사가 지난해 12월10일 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NLL 관련된 얘기를 해야 하는데…(중략)…자료 구하는 건 문제가 아닌데…”라고 했던 녹취록을 공개하고, 회의록 유출의 몸통으로 권 대사를 지목한 바 있다.

박영선 의원은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장이 선거캠프 상황실장과 상의했다고 했는데, 그냥 넘어가면 안되는 중요한 단서가 나온 것”이라며 권 대사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고 거부했다.

원 전 원장이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회의록을 보고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회의록을 가지고 이 전 대통령과 얘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권 대사와 회의록 공개 여부를 논의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여권 커넥션’ 의혹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 대선개입, 댓글 작업 지시했나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며 “만약 국정원장이 대선개입을 했다면 그전에 이미 (국정원 직원의) 양심선언이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본인에게 유리한 사항만 대답하지 말라”고 질타했으나, 원 전 원장은 때로는 묵묵부답하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원 전 원장은 “전혀 그런(선거개입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국정원 규정상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문재인 후보를 떨어뜨리라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했다. 검찰이 기소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전면 부인한 것이다.

국정원 여직원이 인터넷상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 반대하는 댓글 작업을 한 것을 두고는 “직원들에게 그런(댓글을 달라고) 지시를 한 바 없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받은 바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에 개입하려면 직원 몇 명 시켜 댓글 몇 개 쓰도록 하겠느냐. 검찰에도 그 얘기를 강하게 했다”고 말했다. 사건 전후로 여직원을 만났느냐는 물음에는 “만난 적이 없다. 담당 차장으로부터 보고는 받았다”고 했다. 이어 “(국정원도 대북 심리전을 위해서는) 댓글을 달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 심리전단 확대개편을 놓고는 “북한이 우리나라 인터넷 부분을 해방구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과 관계되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지 특정 정당에 대해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