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 - ‘불감’

“이윤보다 안전”은 한철 매미 소리였다

김보미 기자

비용절감·효율성만 우선

▲ 지하철 직원 25%가 간접고용
대중교통 ‘안전 외주’ 일상화
세월호 이후 변한 것이 없다

서울메트로 하청업체 직원 ㄱ씨는 전동차가 운행을 마치고 차량기지에 들어오면 잠시 기다려야 한다. 전력을 끄고 원청 직원들이 먼저 들어가 안팎 정비를 하고, 그 후 하청 직원들이 투입된다. 지붕에 올라가 냉방필터를 바꿀 때면 자꾸 눈치가 보인다. 원청 직원들이 전동차를 빼려고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둘러 마치고 내려가야 한다. ㄱ씨는 “전동차 위든, 내부든 원청 일이 끝나고 하려니까 심리적으로 쫓긴다”고 했다. 작업 도중 전기가 들어온 사고도 두 번이나 겪었다.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가 지난해 작성한 ‘서울메트로 경정비 비정규직 실태조사 보고서’에 실린 ㄱ씨의 증언 내용이다. 외주화는 승객 안전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의 일상 점검 작업에도 심리·구조적인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메트로가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 1~4호선은 객실 점검부터 변압기·공기압축기·교류제어기·단로기 등 90여가지 검사를 하청 직원이 한다. 세월호 갑판과 조종실에서 13시간 넘게 운항을 책임졌던 선원 17명 중 12명도 기간제 노동자였다. 사고가 나자 어떻게 수습할지 회사에 먼저 연락해 지시를 받아야 했던 비정규직이었다. 비용절감과 노동유연성을 이유로 외면한 외주화 문제가 참사 원인 중 하나였다. 세월호 이후 1년이 지났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비용절감과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을 보면 안전 관련 20개 공공기관 직원 4만5348명 중 1만5986명이 비정규직이다. 기간제·단시간·무기계약직과 소속 외 인원으로 표시된 간접고용도 포함한 수치다. 10명 중 3명(35.3%)이 넘는 꼴이다. 세월호 전(2013년 기준)에는 1만5311명으로 34.9%였다. 비정규직 중 80% 이상이 간접고용인 상황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1년 - ‘불감’]“이윤보다 안전”은 한철 매미 소리였다

매일 수십만 승객을 태우는 대중교통은 안전의 외주화가 일상화돼 있다. 전국 7개 지하철공사 직원의 25.2%(지방정부와 좋은 일자리 위원회 조사 결과)가 간접고용이다.

코레일은 철도시설을 유지·보수하는 전기·토목·건축직 8527명 중 17%가 외주 인력이다. 서울메트로는 전동차 정비뿐 아니라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등도 하청업체로 넘겼다. 2012년 304명이던 간접고용 인원은 2014년 528명으로 늘었다.

이승우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7~8년 새 차량부터 신호·기계·전기·궤도 부문까지 안전관리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검사주기를 완화하고, 이에 따라 인원이 감축돼 규정에 맞는 관리가 힘들어지면서 기준을 후퇴시킨다”고 했다.

생명을 다루는 병원도 마찬가지다. 의료보건노조가 국립대병원 14곳을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은 일반 직원(무기계약직 포함) 중 17%(간접고용 포함하면 28%)다. 청소·급식에 시설유지도 외주업체에 맡긴다. 서울대병원은 기술(관리)직원 전원이 비정규직이다.

정부는 상시·지속적 업무를 맡은 비정규직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대책으로 본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공부문의 무기계약직은 ‘공무원이 아닌 자’로 규정돼 처우 개선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무기계약직 임금은 정규직의 50~60% 수준이다. 조 교수는 “생명·안전 공공업무를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해야 하는 이유는 이런 구조 때문”이라고 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연구위원은 “무기계약직 전환도 차별을 구조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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