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장관, 사상 초유 ‘필리버스터’

김진우·조미덥·박순봉 기자

새누리와 합작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저지 ‘시간끌기’ 나서

여야, 심야까지 충돌…국회의장, 차수 변경 통해 야 단독 표결

여야는 23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두고 충돌하면서 심야까지 진통을 거듭했다.

새누리당은 해임건의안 처리 저지를 위해 황교안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과 함께 사상 초유의 총리·장관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하면서 ‘시간끌기’에 나섰다. 여야는 결국 이날 밤 정세균 국회의장의 차수 변경 선언으로 날짜를 넘겨가며 대치를 이어갔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교육·사회·문화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 후 상정 예정이던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저지를 위해 의원들 질문 시간을 줄이고 국무위원들 답변을 길게 요구하는 것으로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마지막 13번째 질문자로 나선 이우현 의원은 황교안 총리에게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을 “처음부터 설명해달라”고 요구했고, 황 총리는 약 7분간 설명을 이어갔다. 이 의원은 이어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홍윤식 행정자치부, 이기권 고용노동부,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을 차례로 불러냈고, 장관들은 7~9분가량씩 답변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은 “총리 필리버스터냐”며 강력 반발했다.

이 때문에 오후 2시30분 시작된 대정부질문은 9시간30분이 지난 자정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정세균 의장은 자정 3분을 남기고 “국회법 7조에 따라 차수를 변경해 바로 본회의를 개의한다”고 선언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은 단상으로 몰려나와 “독재자, 날치기 의장”이라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정 의장은 자정 직후 대정부질문을 종료하고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상정, 표결에 들어갔다.

더민주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정부 관계자를 소집해 ‘시간끌기’를 목표로 한 ‘답변 늘리기’를 요청했다”며 “정부에 의한 필리버스터라는 듣도 보도 못한 초유의 의사방해”라고 비판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마라톤’ 의원총회를 이어가면서 국회 본회의장에 4시간 넘게 들어가지 않는 등 ‘시간끌기 전략’을 펼쳤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더민주는 표결 강행에 따라 초래되는 정기국회 파행에 대한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해임건의안은 국민들, 다수 서민들의 분노를 받아서 야당이 정부·여당과 청와대에 보내는 또 하나의 국민적 경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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