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로에 시민 3000명…백남기 농민 ‘마지막 길’ 외롭지 않았다

강현석·노도현 기자

5·18옛묘역에 안장…명동성당 장례미사 이어 보성·광주서 노제

“내가 백남기” 애도 물결…유족·투쟁본부 “끝이 아닌 이제 시작”

6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백남기 농민의 노제가 열려 운구 행렬이 장지인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지로 향하고 있다. 앞서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백씨에 대한 영결식이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졌다.  연합뉴스

6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백남기 농민의 노제가 열려 운구 행렬이 장지인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지로 향하고 있다. 앞서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백씨에 대한 영결식이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졌다. 연합뉴스

고 백남기 농민(69)이 6일 광주 북구 망월동 5·18옛묘역(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유족과 투쟁본부는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밝혔다.

하루 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영결식을 가진 뒤 이날 고향인 전남 보성과 광주 금남로에서 노제를 치른 고인의 유해는 민주열사들 곁에 안장됐다.

이날 보성과 광주에서는 노제가 열렸다. 백씨의 생가인 전남 보성군 웅치면 부춘마을을 출발한 운구행렬은 낮 12시 광주 금남로에 도착했다. 금남로에서는 3000여명(경찰 추산 1500여명)의 시민들이 고인을 맞았다. 백씨의 막내딸 민주화씨는 “아버지 가시는 길에 함께해준 국민들 덕분에 부검이라는 끔찍한 현실에서 아버지를 구해냈고, 결국 이렇게 고향으로 돌아오시게 됐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경식 장례위원장은 조사에서 “참으로 치열한 40여일을 보내고 이제 고인을 보내드리게 됐다”면서 “고인의 정신을 계승해 살인정권을 몰아내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한편 이 땅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회복하겠다”며 애도했다. 시민 김민호씨(38)는 “백씨는 ‘부당하다’는 의사를 표출하다가 공권력에 의해 사망했다. 이런 국가의 국민이라는 사실에 분노한다. 내가 바로 백남기다”라고 말했다. 금남로를 출발한 백씨의 시신은 서방시장을 거쳐 광주 북구 망월동 5·18옛묘역에 도착했다. 백씨는 이날 오후 5시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사망한 시민들이 맨 처음 묻혔던 5·18옛묘역에 영면했다. 사망 42일 만이다.

앞서 지난 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집전으로 장례미사가 열렸다.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강론에서 “우리 먹거리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바라는 고인의 외침이 살수 대포에 의해 참혹하게 죽어야 할 정도로 부당한 요구였냐”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국가가 이렇게 해도 되느냐”고 말했다. 미사가 끝난 후 운구행렬은 이날 오후 2시 고인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종로구청 사거리를 지나 광화문광장에 도착했다. 영결식에는 1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358일 만에야 이뤄진 백씨의 귀향길을 배웅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결의문을 통해 “오늘 우리는 백남기 농민을 보내며 끝나지 않은 투쟁의 시작을 선포한다”며 “국가폭력 없는 세상, 국민을 살리는 국가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족들도 책임자 처벌 등을 위해 계속 싸워가겠다고 다짐했다. 백씨의 장녀 도라지씨는 “저희에게는 여러 숙제가 남았다. 기소조차 되지 않는 살인범 경찰들을 꼭 처벌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고인은 지난해 11월1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다 끝내 숨졌다. 정부는 백씨의 사망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았고,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백씨의 장례를 ‘민주사회장’으로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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