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회 헌법은 가해자, 박근혜는 피해자?

이대근 논설위원

<박근혜 담화를 번역기로 돌려보니>

박근혜 대통령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요지는 이렇다. ‘나는 잘못한 게 없다. 다 최순실의 잘못이다. 그런데도 나는 물러날 용의가 있다.’ 여기에 논리적 모순이 있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물러날 수도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박대통령의 말이 논리적인 것이 되려면 ‘나는 잘못한 것이 없으니까 물러날 수 없다’여야 한다. 아니면 ‘잘못했으니 물러나겠다’고 해야 한다. 하여튼 박대통령의 말귀는 좀처럼 알아듣기 어렵다.

29일 박근혜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 입장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29일 박근혜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 입장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다음 말은 더 알아듣기 어렵다.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첫째, 자기 일을 왜 남에게 맡기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둘째, 임기 단축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시민, 정치권이 제기하고 있는 것은 퇴진이다. 잘못을 스스로 알고 물러나라는 건데 임기 단축으로 바꿔치기 했다. 임기 단축이라는 용어는 ‘헌법을 바꾸려면 대통령 임기를 단축해야 한다’며 개헌론자들이 즐겨 쓰던 것이다. 이 용어는, ‘내가 조금 일찍 대통령 자리를 떠나는 것은 나 때문이 아니라 국회가 개헌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즉 개헌 절차상 국회가 요청해 오면 자신이 선의로 임기를 줄여줄 수 있는 아량을 베풀주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사임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무관한 국회의 사정 때문이라는 뜻이다.

셋째, 물러난다는 건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그는 퇴진문제가 아니라 진퇴문제라고 했다. 퇴진은 물러나는 것이고, 진퇴는 계속 대통령을 할지 말지 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박대통령은 이렇게 발표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이는 논리상 ‘안정적인 정권 이양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물러나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굳이 이런 암시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야당이 양보하지 않으면 임기 단축은 없을 수도 있다’는 일종의 야당 협박으로 보인다. 야당에게 임기 단축이란 선물을 줄테니 수사도 받지 않게 해주고, 사임 한 뒤 기소도 하지 않는 보상해달라는 일종의 협상 제안이라고 볼 수도 있다.

넷째, 야당에 대해 ‘내가 물러날 때까지 황교안 총리 그대로 둬도 괜찮겠느냐’고 약올리는 것처럼 들린다. 한마디로 야당이 거국 중립내각이라는 미끼를 물어주기 바라는 것 같다. 누가 새 총리가 되어야 할지를 둘러싸고 여야간, 야당간 분란을 불러일으키려는 숨은 의도가 느껴진다. 검찰, 특검, 국회가 조사를 진행하고 박대통령을 퇴진시키고 대선을 치러야 할 상황에 거국내각 문제로 초점을 흐리게 해서 탈출구를 만들어 내려는 것이다. 이 미끼를 누가 물을까? 현 국면에서는 절대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대선주자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거국 중립 내각 구성해야 한다며 야당의 전열을 흐트러뜨리기 위한 미끼를 덥석 물었다.

다섯째, 박대통령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이 말한다. “하루 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정치권에서도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혼란과 궤도 이탈, 희망 대신 불행을 초래한 사람이 누구인지 박대통령에게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고민스럽다.

☞ ‘이대근의 단언컨대’ 팟캐스트 듣기

<박근혜 게이트가 왜 헌법 때문인가?>

■ 박근혜 게이트의 7가지 원인

① 박대통령의 개인적, 인격적 결함

지구상에 박근혜 게이트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박근혜 뿐이다. 박근혜-최태민 관계는 지구상에서 유일하다. 이 유일성이 바로 박근혜 게이트를 낳은 본질이다. 다른 사람이 부패 스캔들을 일으켜도 이런 방식으로 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말하자면 반복 및 재생가능성이 제로인 스캔들이다.

② 눈 먼 새누리당

그런데도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문제 많은 사람을 당 지도자로 떠받들고 지키고 옹호하고 추종한 집권당 때문이다. 대통령이 사고 치면 뒷수습만 하는 ‘사고처리반’으로서의 기능만 한 집권당의 직무 유기가 아니었으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었다.

[이대근의 단언컨대] 131회 헌법은 가해자, 박근혜는 피해자?

③ 검찰의 굴종

만일 검찰이 좀 더 자율적이고 중립적이었으면 박근혜 정권 초기 최순실 감옥에 잡아넣음으로써 박대통령을 구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청와대가 시키는대로 하다 박근혜 게이트를 방치했고 결국 정권을 무너뜨리는 일등 공신이 되었다.

④ 정경유착

재벌개혁을 했으면 박근혜-최순실의 먹잇감이 없으니 게이트도 없었을 것이다.

⑤ 정치 제도의 한계

공천이 투명하고 공정했으면 새누리당이 친박의원들로 넘치지 않았을 것이고, 대통령 덕을 본적이 없는 의원들은 대통령의 무능과 실정을 눈감아 주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⑥ 공영방송의 왜곡

공영방송이 말 그대로 공공을 위한 방송을 했다면,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권의 전위대, 선전대 노릇을 하지 않았다면 박대통령이 불법을 닥치는 대로 저지르고도 무사하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⑦ 야당의 견제 실패

야당이 집권세력을 제대로 견제하기만 했어도 야당 무서워 정부기관, 검찰을 동원해 약탈할 생각을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 헌법 때문에?

새누리당의 김무성, 이정현, 정진석, 야당의 박지원, 김종인, 손학규, 김부겸 같은 이는 헌법 때문에 박근혜 게이트가 생겼으니 개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에 어디에도 국정 농단하라고 쓰여 있지 않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박근혜 게이트는 박근혜 그 자신과 새누리당 등 7가지 이유 때문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개헌을 했으면 이런 일 없었다는 식의 발언을 했는데 진실은 김무성 같은 이가 당대표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보는데 더 타당하다.

개헌론은 멀쩡한 헌법에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다. 헌법이 말할 줄 안다면 “정말 억울하다”고 하소연 할 것이다. 박근혜 게이트가 헌법 때문이라는 주장은 헌법이 가해자이고 박근혜는 피해자라는 의미다. 이는 박근혜-최순실 면책론이자 박근혜와 함께 헌법을 공범으로 모는 누명 씌우기다.

■ 정부 형태 때문에?

만일 제도가 문제라면 해답은 간단하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제도 아니면 차선의 제도라도 선택하면 된다. 그런데 어느 게 좋은 제도인지 알 수 있을까? 내각제, 대통령제, 이원정부제 가운데 어느 것이 나은지 합의할 수 있나? 어느 것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생각하나? 우리는 이미 제 2공화국 때 내각제를 해봤다. 그러나 이후 내각제는 국정혼란의 상징이 됐다. 그래서 대통령제로 바꿔 지금까지 유지했다. 이제는 대통령제도 문제라고 한다. 이렇게 대표적인 민주주의 정부 형태인 내각제와 대통령제, 두 제도가 다 문제라면 선택의 여지는 없다. 이원정부제를 해야 한다.

그런데 정말 외치와 내치를 나눈다는 발상이 21세기에 가능한가? 내각제 개헌을 주장하는 이는 2공의 내각제 문제는 정치 환경이 나쁘다는 특수한 시대적 조건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그걸 이유로 반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제도가 아닌 정치와 운영의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는 자기 모순에 빠지게 한다.

■ 일본 록히드 추문도 내각제 때문인가?

1976년 일본 록히드 스캔들이 발생했다. 록히드사가 항공기 판매를 위해 일본 정계에 거액의 로비 자금을 뿌린 사실이 드러났고, 자민당의 거물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가 뇌물을 받은 죄로 체포된 사건이다. 당시 일본으로서는 박근혜 게이트 만큼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일본 정치인은 내각제 때문에 록히드 스캔들이 생겼다고 대통령제로 개헌하자고 하지 않았다. 미국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 때도 미국 정치인들은 대통령제가 원인이라며 내각제로 개헌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다. 박근혜 게이트가 대통령제 때문이라면 미국, 프랑스의 역대 정부에서도 대형 스캔들이 발생해야 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았다. 외국 민주주의 국가는 정부형태 고민 별로 안하는데 우리는 정부형태를 두고 정말 너무 고민하고 있다.

록히드 스캔들은 자민당 파벌정치가 원인이었고, 이후 일본은 파벌정치 개혁에 나섰고 성공했다. 헌법 때문이 아니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게이트의 재발을 막고자 한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그 근본을 고치는 자세가 필요하다.

■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

우리의 특수한 경험만으로 흔히 ‘대통령제는 제왕적 권력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입법 효율성등 박대통령 의제를 관철한 사례를 따져 보자. 별로 한 게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대통령제는 제왕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을까? 이런 가설 하나를 제시해 볼 수 있다. 국정 성과가 낮으니 권력이 커 보인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성과 대비 권력의 정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하는 일이 없다보니 권력만 커 보이는 것이다. 만일 국정 성과를 냈다면 권력이 크니 작으니 하는 시비가 잦아들지도 모른다.

제왕적이라고 여기게 하는 다른 요인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제는 본래 권력 분산형이다. 국회와 행정부가 상호 견제하도록 설계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집권당이 대통령만 추종하며 공천권도 대통령에게 헌납하고 사법부가 독립성을, 검찰이 중립성을 상실하고, 공영방송이 정권의 선전매체로 전락하면 견제와 감시가 이루어질 수 없고, 자연히 행정부 권력만 비대해질 수 밖에 없다. 현행 헌법은 이들 감시 제도들이 행정부를 감시 및 견제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헌법대로 하지 않은 것이 문제인 것이다. 만일 박 대통령이 내각제 총리이고 나머지 제도는 그대로였다고 상상해 보자. 그러면 박근혜 게이트가 없었을까? 제왕적 총리로서 박근혜 게이트를 또 일으켰을 것이다.

■ 권력 분산이 아닌 권력 견제를!

내각제를 흔히 권력 분산형으로 이해하지만 실제로는 권력 집중형이다. 의회 다수당이 정부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분산형처럼 비치는 것은 내각제 국가들이 보통 비례 대표제에 의해 다당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권력 집중/분산은 정부형태의 제도적 효과가 아니라, 정당체제의 효과이다. 그러므로 진정 권력 분산을 원하면 우선 다당제를 도입해야 한다.

권력 분산은 선이요, 권력 집중은 악이라는 식의 이분법도 타당하지 않다. 민주주의 체제면 기본적으로 권력 집중을 무한정 가능하게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너무 권력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만일 권력 분산과 축소가 선이면 또 다른 의미의 국정 마비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일을 못하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국정의 목표는 시민의 삶의 개선이다. 이걸 위해서 적당한 분산도 집중도 필요한 것이다. 당장 문제라고 분산만 생각하면 더 나은 삶을 위한 개혁을 차단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지금 한국 정치의 과제는 권력을 작게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권력을 줬는데도 시민 다수가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딴 짓을 하는데 있다. 권력을 올바로 쓰지 못한다고 권력을 회수하겠다는 발상은 해경해체를 세월호 참사 대응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다시 정리해보자. 우리의 과제는 ① 시민이 맡겨준 권력을 회수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권력으로 성과를 나게 하는 것이다. ② 권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어떻게 잘 견제할까 하는 것이다. 만일 재벌개혁, 검찰 개혁, 방송개혁 가운데 단 하나라도 이루어졌다면 박근혜 게이트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작동하는데 어떻게 권력 남용을 할 수 있겠는가? 혹시 박대통령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내가 이렇게 되도록 왜 그냥 놔뒀느냐.”

민주주의는 박근혜,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같은 이상한 사람이 나와도 견제와 제어가 되도록 설계된 제도이다. 당연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므로 헌법에도 그렇게 하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누구의 잘못인가? 무엇이 잘못되었나?

<국민의당과 안철수는 어떤 선택을 할까?>

■ 제3지대론의 의미

제3정당도 아닌, 제3 지대는 갈 곳 없는 대선 주자들이 잠시 머물 거처라는 뜻이다. 일시적, 잠정적 집합의 개념이다. 필요에 따라 모이고 해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집단으로서의 신뢰성, 책임성,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집합의 경계는 친박·친문 아닌 것, 민주· 새누리를 제외한 것으로 너무 큰 집합이자 모호한 집합이다. 지구의 99.9%가 이 집합에 들어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의 정책과 이념 차이가 별로 없다고 하는 판에 그 사이에 자리 잡겠다면 그 입지가 명확할 수가 없다. 정당, 정치 집단이라면 자기 고유한 비전과 정체성을 가져야지 어떤 정책을 반대하는 것도 아닌, 특정 인물을 배제하기 위해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뭉친다는 건 전혀 설득력이 없다.

특정한 정치적 상황에 일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 하나의 단일 세력으로 뭉친다 해도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친박은 곧 사라질 존재이니 제3지대가 의존하는 기둥 하나가 무너진다. 남은 것은 친문인데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 주자로 1,2위를 다투기는 하지만 그게 나머지 세력 합쳐야 할만한 대의를 제공할 수 있을까? 문재인이 악마도 아닌데.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저 유력 대선 주자일 뿐이다. 그리고 친박, 친문을 비판한다고 비박, 비문이 선인 것도 아니다. 단지 우연히, 어떤 이유로 여야에서 각각 주류가 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선악의 대립도 아니고, 여야 대립도 아니며 개혁과 반개혁의 대립도 아닌, 이런 구도가 얼마나 오래갈까? 더구나 대선 판에서 디딜만한 발판이 없는 사람들이 모임이라면 더 말할 나위없다.

■ 제3지대의 명분으로서 개헌

3지대가 내세울 명분은 겨우 개헌이다. 개헌 내용에 대해 합의도 못한 채 그냥 개헌하자는 의사로 하나의 정치세력이 형성되는게 바람직한지, 아니 가능한지 의문이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개헌 대 호헌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었다. 물론 그 때도 직선제 개헌이라는 개헌의 분명한 내용을 둘러싼 투쟁을 했다. 이번에는 그것조차 없다.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영삼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식에서 손학규 전 의원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영삼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식에서 손학규 전 의원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지금 대선 주자나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제기하는 개헌론은 대선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측이 게임의 규칙을 바꾸기 위한 것으로 변질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덮으려고, 김무성은 국면 전환을 위해, 박지원 손학규 김종인 김부겸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 위해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개헌에 관한 의견으로 정치인을 분류해 보면, 자신의 입지와 정확히 일치한다. 첫째, 무조건 개헌론자인 친박과 비박일부는 다음 재집권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개헌에 가장 적극적이다. 분권형 권력 구조로 바꾸면 권력 일부라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개헌과 탄핵 병행론 혹은 탄핵 후 개헌국면 전환론을 주장하는 비박 일부와 손학규 박지원 김종인 김부겸 등은 현 상태에서는 대선 가능성이 낮거나, 향후 정치적 영향력을 더 확장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개헌판을 펼침으로써 영향력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할 처지이다. 셋째, 개헌은 대선 이후 생각해 볼 문제라는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은 현 구도가 유리하거나 현 구도를 바꿀 의향이 없는 사람들이다.

개헌론이 이렇게 특정 정파나 특정인의 유불리에 완전히 종속되는 당파적, 정치공학적 논의에 함몰되어 있는 한 추진력을 갖기는 어렵다. 개헌론이, 누구 좋으라고 호헌하고 개헌하느냐는 시비로 발전하는 한 정치계급들만의 의제로 갇힐 수 밖에 없고, 따라서 더 이상 진척될 수 없다. 특히 갑자기 7공화국론 제기하면서 마치 다른 세상을 순식간에 만들어줄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며 ‘최순실 행복시대’를 연 박대통령의 사기극과 별로 다를 바 없다.

[이대근의 단언컨대] 131회 헌법은 가해자, 박근혜는 피해자?

■ 달라진 대선의 성격

이번 대선은 이전과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 즉 정권의 공과를 따지는 선거라기 보다 정권 심판을 기정사실로 한 상태에서 박근혜 정권을 청산하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① 정권 비판과 견제를 누가 잘 했느냐에 따른 전리품 챙기는 선거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제1야당이 유리하고 부역자, 일말이라도 책임 있는 세력이나 인물은 선택받기 어렵다. ②누가 대안인지 경쟁하는 선거다. 대안은 막연한 것이 아니라 촛불 집회 이래 대선까지 갖은 위기와 곡절 속에서 나라 이끌 지도력과 비전을 갖고 있느냐의 선거가 될 것이다. ③ 과도기는 야당 주도 국면이므로 야당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도 어느 정도 포함될 수 밖에 없는 선거다.

다자 구도 가능성이 있다. 많으면 4~5개 정당과 세력이 경쟁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야당 우세 상황에서 야당 단일화에 대한 요구나 압박은 낮아질 것이다. 다자 대결에 대비되는 구도는 민주당 대 제3지대 대 새누리당의 대결로 재편되는 것이다. 제3지대에는 국민의당, 새누리 탈당파, 반기문, 손학규등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는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이 참여하는 전통적인 야권 단일 구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국민의당과 안철수는 이 사이에서 모험을 해야할지 모른다. 단일화 게임을 할 수도 있지만 열세라는 조건에서는 결과가 뻔하다. 대신 제3지대 독자후보로 나설 수 있지만 이합집산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또한 남경필 김무성과 손잡을지를 두고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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