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확답 거부 ‘안개 화법’…황교안, 특검 연장엔 ‘부정적’

유정인·박송이·허남설 기자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출석

32차례 질문에 “국정 챙기기 전념”

여론 추이 살피며 ‘의도적 모호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0일 오후 국회 비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 도중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0일 오후 국회 비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 도중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59)은 10일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오로지 어려운 국정을 챙기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이 32차례 집중적으로 물었지만 황 권한대행은 끝내 ‘불출마’를 못 박지는 않았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의 수사 기간 연장을 두고는 “지금 시점에서 연장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 비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19대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된 의원들 질문에 “국정 안정화에 모든 역량을 모으고 있다”며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언뜻 출마에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원칙적 답변에 가까웠다. 황 권한대행은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12차례에 걸쳐 입장 표명을 요구하자 “거듭 말씀드렸다. 제 말의 취지는 문맥을 보면 잘 아실 것”이라며 해석을 정치권에 넘겼다. 그는 앞서 바른정당 황영철 의원이 “답변을 회피하는 것은 결국 출마할 생각이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는 데에도 ‘안개화법’을 이어갔다.

황 권한대행의 모호한 태도에는 ‘유사 미래권력 후보’ 지위로 국정 장악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요동치는 탄핵 정국에서 여론 추이를 살피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보수 지지층의 ‘황교안 쏠림 현상’은 뚜렷해지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2월 둘째주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지난주보다 2%포인트 오른 11%로 보수 후보 중 선두를 차지했다.

황 권한대행은 오는 28일 1차 시한을 앞둔 특검 연장 여부에는 “20일 남은 기간 동안 충실히 수사를 하고, 그때 가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황 의원이 ‘특검이 연장을 요청한다면’이라고 묻자 “특검이 만약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20일 동안 열심히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거 아니냐”고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이 특검의 ‘피의사실 공표’ 의혹을 제기하자 “구체적으로 해당하는지 여부를 파악하겠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 측과 새누리당이 대대적인 ‘탄핵 기각’ 공세로 전환한 것과 맞물려 황 권한대행도 ‘박근혜 지키기’에 힘을 싣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자신을 향한 비판에는 ‘정색화법’으로 나섰다. 황 권한대행은 추혜선 의원이 ‘대통령 코스프레’라고 비판한 뒤 자리로 돌아가라고 하자 “답변을 하겠다. 의원님은 들어가도 좋다는데 국민들이 궁금해하지 않겠느냐”고 버티며 신경전을 벌였다. 황 권한대행은 이어 “소통하라고 해서 민생·경제·안전을 챙기는 자리를 힘들지만 다닌다. 그걸 챙긴 게 대통령 흉내내기인가”라고 했다.

대정부질문에서는 황 권한대행을 향한 새누리당의 기대와 야당의 견제가 드러났다. 새누리당 윤상직 의원은 “황 권한대행 지지율이 높아진 것은 국정을 안정적으로 잘 관리하는 것을 국민들이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황 권한대행이 출마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는 데 대해 “국민들을 우습게 알지 말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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