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머리’는 ‘독서이력’서 결정…다독보다 재미있게 제대로 읽어야

임아영 기자

내 아이의 독서 교육법

부모는 누구나 자녀가 책을 많이 읽고 스스로 사고하는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 그러나 돌아보자. 부모에게는 ‘인생 책’이 있는가.

2017년 한국 성인의 연평균 독서율은 59.9%, 연평균 독서량은 8.3권, 월평균 서적 구입비는 1만2157원으로 나타났다. 2016년보다 모든 수치가 떨어졌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서 부모는 책을 읽지 않으면서 자녀는 읽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조기교육과 사교육으로 점철된 사회에서 아이들이 어쩌면 어른들보다 책 읽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있는지도 모른다.

<공부머리 독서법>의 최승필 강사가 지난 21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인생수업에서 ‘내 아이의 독서교육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공부머리 독서법>의 최승필 강사가 지난 21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인생수업에서 ‘내 아이의 독서교육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21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인생수업’에서는 <공부머리 독서법>의 저자인 최승필 선생님이 “재미있는 독서만이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승필 강사는 12년 동안 독서 논술 교육을 하면서 공부는 잘하는데 책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고 그런 아이들의 경우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도 함께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부머리’는 ‘독서 이력’에 의해 결정된다며 말했다.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책을 읽게 해주세요. 재미있는 독서만이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어요. 아이를 ‘독서광’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재미있어하는 책을 읽게 해야
아이가 성장하고 독서광이 돼
공부머리의 핵심은
눈으로 글을 훑는 게 아니라
의미를 이해하는 ‘읽기능력’
읽고 이해하는 것은 세트다
아이에 책 가져다 주지말고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해야
또 하루에 1시간씩
가족이 함께 독서시간 가져야
독서편식이란 ‘악마의 이름’
어떤 분야에 집중은 좋은 의미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는 시기는 언제일까. ‘영유아기’다.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지 않고 부모들이 열성적으로 책을 읽어줄 때여서다. 초등학교 1~2학년 때까지도 책을 많이 읽지만 초등 3학년 때부터 책 읽는 비율이 떨어지기 시작해 중학생이 되면 10%대로 떨어진다.

기초학력 미달자의 비율도 늘고 있다. 수학 과목의 미달자는 중학생의 경우 2015년 4.6%였지만 2018년 11.1%로 늘었고 고등학생의 경우 2015년 5.6%였지만 2018년 10.4%로 늘었다. 4년 동안 2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아이들 읽기 능력이 심각할 정도로 떨어지고 있어요. 우리 교육 풍토가 아이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는 거예요.”

■“읽고 이해하는 것은 세트”

명호(가명)는 학교 성적은 평균 95점 이상에 운동을 좋아하고, 매 학년 학급 임원 자리를 놓친 적이 없으며 6학년 때는 전교 회장도 지냈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학원을 다녀서 영어, 수학의 기초도 탄탄했다. 공부, 운동, 리더십을 다 갖춘 ‘엄친아’ 명호의 언어 능력은 어떨까.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을 초등 5학년~중등 3학년이 볼 수 있도록 수준을 낮춘 평가지인 기초언어능력 평가지를 풀게 했더니 결과는 58점. 초등 5학년 수준으로 나왔다. 3개월 후 명호는 중학교 시험을 보고 평균 72점을 얻었다. 영어, 수학만 간신히 80점을 넘겼고 나머지 과목은 모두 60~70점대였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 성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같은 일이 왜 벌어질까?

“아이들이 지식을 자기 방식대로 체계화해 본 적이 없어요. 어릴 때부터 학원에서 체계화해줘서 커닝페이퍼도 못 만들어요. 아이들에게 교과서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곳에 줄 긋고 별표 치라고 해보세요. 아이들이 그걸 못해서 당혹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책을 들고 있는데 읽지 않는 거예요. 읽고 이해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에요.”

읽는다는 것은 뭘까. 눈으로 글자를 훑어보는 것은 ‘읽기’가 아니다.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이 ‘읽기 능력’이다. 최 강사는 이를 ‘공부머리의 핵심’이라 말한다. 부모들이 놓치는 점은 바로 이 점이다. 이해하지 않고 학원에 다니면서 뭔가를 읽는 것만으로 공부가 되지 않는다는 점. “읽고 이해하는 것은 세트라는 사실을 깊게 이해해야 해요.”

[인생수업]‘공부머리’는 ‘독서이력’서 결정…다독보다 재미있게 제대로 읽어야

■“스스로 고르고 가족 모두 책을 읽어야 ”

읽고 이해하지 않으면 읽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이제 어떻게 책을 읽기 시작해야 할까.

첫째,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에게 책을 가져다주는 걸 멈춰야 해요.” 독서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핵심은 아이가 책을 얼마나 좋아하느냐인데 ‘펼쳐지지 않는 책’을 펼치고 있으면 아이는 딴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책은 스스로 읽어야 하는데 외부로부터 배달되면 상황이 복잡해져요. 어떤 책을 읽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한데 어떻게 집중력 있게 나와 책의 거리가 밀착되느냐죠.” 아이에게 책을 고르라고 하면 아이는 말한다. “아빠, 책이 너무 많아요.” 책을 자기가 골라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첫번째 칸에서 골라봐”라는 식으로 선택지를 줄여줘서라도 스스로 고르게 해야 한다.

둘째, 하루에 1시간 가족이 함께 책을 읽는다. “‘우리 부부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책을 읽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판타지’예요. 지금은 너무 재미있는 게 많은 시대여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인위적 시공간을 확보해줘야 해요. 부모님이 옆에서 읽으세요. 부모님이 읽으면 안 읽을 수가 없어요. 협상하지 마세요. ‘우리 집은 하루에 1시간씩 가족 모두가 책을 읽는다’라고 정해두세요. 일주일 5시간을 기준으로 두고 일주일에 두세 번만 해도 충분합니다.”

아이들은 보통 한두 권의 책을 반복해 읽으며 파고든다. 그러면 부모들은 걱정한다. ‘우리 아이가 독서 편식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최 강사는 ‘독서 편식’은 악마의 이름이라고 비판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독서 편식’이라는 말을 쓸 수 없어요. 재밌게 책을 읽으면 그 시기에 집중하는 분야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독서에 빠진 아이들은 재밌어 해요. 거꾸로 아이가 그 시기에 집중하는 분야가 없다는 것은 주는 대로 대충 읽었다는 뜻이에요. 초등학교 4학년짜리가 균형 잡힌 독서를 하기 위해 하루는 이야기 책, 하루는 한국사 책을 읽는다고요? 그 아이의 뒷모습이 무섭지 않아요? 그렇게 독서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 ‘열등상태’에는 5가지 솔루션

‘읽기 열등 상태’일 때는 솔루션이 필요하다. 최 강사는 방학을 이용해 ‘독서 프로그램’을 하라고 조언했다. “우리 아이가 하루에 5시간씩 책 안 읽어요”라면서 과하게 욕심부리지 않고 “일주일에 3시간이나 읽는다”라고 생각하면서 학기 중에는 자유로운 독서를 권하되 방학 때 프로그램을 이용하라는 뜻이다. 5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독서퀴즈대회(전 연령 가능) = 방학 때 아이의 학년 수준에 맞는 책 5권을 읽고 퀴즈대회를 연다. 일정 점수 이상 되면 상품을 주면서 동기부여를 하는 방식이다. 퀴즈를 통해 아이가 얼마나 책을 읽어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목표는 5권을 읽고 학기로 돌아가는 것이다. 5권 읽고 돌아가면 다음 학기에 책을 읽는 이해도가 훨씬 높아진다.

·슬로리딩(최소 초4 이상) = 책을 읽다가 멈춰서는 독서로 한 권의 문학작품을 해부하듯 곱씹으며 읽는 독서법. ‘왜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을까?’, ‘왜 이 인물은 이런 직업을 가졌을까?’ 좋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의 답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언어 능력과 사고력이 성장한다. 초3 이전 아이들은 이면을 사고하는 법을 몰라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필사(최소 중학생 이상) = 주 5일간 책을 두 쪽씩 필사하고 필사 후에는 15분 정도 필사 내용을 바탕으로 대화하는 독법. 이야기 책을 극단적으로 슬로리딩하는 방법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 부모가 합의해 진행하는 것이다. 최 강사는 말한다. “제발 초등학생에게 시키지 마세요.”

·초록(최소 중학생 이상) = 지식도서를 제대로 읽는 법이다. 커닝페이퍼를 만들듯이 내용을 머릿속에 정리할 수 있도록 지식을 체계화시키는 것. 먼저 중요한 부분에 밑줄 긋고 별표 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다. 교과서 공부할 때 쓰면 좋다.

·반복독서(전 연령 가능) = 같은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음으로써 독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 세 번 반복해서 읽으면 책 한 권을 통해 할 수 있는 사고의 극대치를 경험할 수 있다.

최 강사는 독서가 ‘공부’가 아닐 때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 향상된다고 강조했다. 책을 읽는 것이 재미있어야 책에 손이 가고 그렇게 손이 갈 수 있어야 책을 반복해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책을 좋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강사는 말했다. “책 읽는 아이를 믿으세요. 책을 통해 아이의 언어능력을 길러주세요. 아이의 나이와 능력에 맞춰서 차근차근 해나가면 됩니다. 많이 읽는 것보다 재밌게 제대로 읽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재미있는 독서만이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독서교육방법론이 아이들에게만 통할까. 책을 안 읽는 성인들도 귀담아야 할 얘기다.

◆6월 수업은…‘곰손’ 부모들을 위한 세상에서 제일 쉬운 그림 그리기

인생수업 6월 주제는 <‘곰손’ 부모들을 위한 세상에서 제일 쉬운 그림 그리기>입니다. 유치원·초등생 자녀가 그림을 그려달라고 할 때마다 난감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스파이더맨’을 그려달라는 아이에게 항상 ‘졸라맨’을 그려주시진 않나요? 원아영 작가가 예쁜 그림 쉽게 그리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일시 : 6월17일 월요일 오후 7시~8시30분

장소 : 서울 중구 정동길3 경향신문사 5층 여적향(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도보 15분, 5호선 서대문역 도보 10분)

참가비용 및 인원 : 1인당 2만원, 30명 안팎

신청방법 : all.khan.co.kr/apply 참조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인생수업]‘공부머리’는 ‘독서이력’서 결정…다독보다 재미있게 제대로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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