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넘버불러요’ ‘이다일번사고남기리기이다일번~’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일터소리 ③

이진주 기자
[영상]‘자 넘버불러요’ ‘이다일번사고남기리기이다일번~’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일터소리 ③

시장은 늘 소란스럽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싱싱한 농수산물을 제 값에 팔려는 사람과 한 푼이라도 더 깎아서 사려는 사람이 어우러진다. 지난 9일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이런경향>-일터소리는 ‘서울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을 찾아가 봤다.

자정을 넘긴 채소와 과일을 도매로 취급하는 서울청과의 과일 경매장에선 본격적인 경매를 앞두고 하역 작업이 한창이었다. 과일 경매장은 1만3000여㎡ 규모로 전국 각지에서 전날 수확한 참외, 수박, 토마토 등의 과일을 실은 대형 트럭이 곳곳에 정차한 가운데 하역 작업이 이뤄진다. 하역 작업은 각종 농산물을 경매장 내 정해진 구역에 차곡차곡 쌓는 일이다.

하역 작업이 끝난 구간에는 중도매인들이 들어와 과일의 상태를 체크한다. 박스를 열어 과일의 외형을 꼼꼼하게 살피고 과육을 맛보기도 한다. 40년째 과일 도매업을 하고 있다는 한 도매인은 “구입해야 할 과일 전체를 다 봐야해요. 표피가 깔끔한지, 선도가 좋은지 등을 두루 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수첩에 체크를 하죠. 그래야 경매 때 경매사가 상품을 호명하면 재빨리 금액을 입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벽 2시가 되자 경매 시작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흘러 나온다. 전광판이 설치된 경매대가 들어오자 중도매인들이 휴대폰처럼 생긴 전자 경매 응찰기를 들고 모여든다. 이현구 경매사가 참외 경매를 시작하자 중도매인들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이다일번사고남기리기이다일번~” 이 경매사의 경매 소리가 마치 마법사의 주문이나 힙합 가수의 랩처럼 스피커를 통해 경매장에 울려퍼졌다. 한 도매업자는 “일반인들은 들어도 무슨말인지 알 수 없죠. 도매업을 한지 10년 정도 됐는데 처음에는 (경매 소리를 못 알아들어) 놓칠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상품이 낙찰되면 전광판에 상품명, 무게, 수량, 가격 등과 누구에게 낙찰 됐는지가 뜬다. 낙찰된 상품은 3륜 운반차나 지게차에 실려 해당 가게로 바로바로 옮겨졌다. 시장 곳곳에 있는 경매장에는 경매소리와 상품을 나르는 차량들의 경적소리가 동이 틀 때까지 이어졌다.

[영상]‘자 넘버불러요’ ‘이다일번사고남기리기이다일번~’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일터소리 ③

경매가 끝난 뒤 이 경매사를 만났다. 1993년 서울청과에 입사한 이 경매사는 올해로 25년째 경매일을 하고 있다. 경매사의 일과는 어떨까. 이 경매사는 “자정쯤에 출근해 경매할 상품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경매 준비를 해요. 경매가 끝난 뒤에는 그날의 시세나 시장 흐름을 체크하고 출하지랑 통화도 합니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직접 산지에 내려가서 작황 상태를 살피고 출하주분들과도 만나 상품에 대한 여러 의견을 나눕니다”라고 말했다.

랩처럼 쏟아내는 경매가 신기하다고 하니 이 경매사는 “특별할 것은 없어요. 등급을 말해주는 거에요. 그리고 제가 받고 싶은 단가에 대해서 말하는 거죠. 경매사 입장에서는 1000원이라도 더 받아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매 도중 ‘빨리 단가를 놔라~’ ‘나도 바쁘다’ 등의 추임새는 왜 넣을까. 이 경매사는 “경매 내용만으로 끌고가면 물건 사는 사람들도 지루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는 온라인 경매도 도입됐다. 이 경매사는 온라인 경매 시범사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온라인 경매를 한다고 해서 지금과 같은 경매 시스템이 없어지는건 아니예요. 경매 방식이 다양해지는 거죠. 앞으로는 해야할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매인들 입장에서는 현물을 직접 보고 구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현물의 상태를 우려하는데 이런 부분들은 앞으로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26년째 낮밤이 바뀐 삶을 살고 있는 이 경매사에게 일의 매력을 물었다. 이 경매사는 “밤에 잠을 못자니까 몸이 피곤한데도 출근을 하면 시장 특유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어서 되려 힘이난다”며 “우리 농민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판매한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텨온거 같다”고 말했다.

생동감 넘치는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의 과일경매 현장과 이 경매사의 속사포 같은 경매 소리는 <이런경향>-일터소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영상]‘자 넘버불러요’ ‘이다일번사고남기리기이다일번~’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일터소리 ③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