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의 ‘김용균’

(상)전체 선원의 절반이 이주노동자인데…임금·재해 보상 등 각종 차별, 위험 노출

최민지 기자
[바다 위의 ‘김용균’](상)전체 선원의 절반이 이주노동자인데…임금·재해 보상 등 각종 차별, 위험 노출

한국 어업은 이주 선원 노동자의 노동력에 기대 굴러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9년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으로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은 2만6321명이다. 전체 선원(6만1072명)의 43%에 달한다. 이 비율은 업무 강도가 높은 선박일수록 높아진다. 원양어선 선원의 65%, 20t 이상 연근해어선 선원의 38%가 외국인이다. 20t 미만 연근해어선·양식장 노동자의 경우 16%다. 한국인 선원 대부분이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이주 선원의 수는 계속 늘 수밖에 없다. 전체 어업재해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마찬가지다.

어업재해는 국내외 선원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지만, 재해 전후의 과정은 이주 선원들에게 더 가혹하다. 전문가들은 이들 선원이 현지에서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서부터 각종 차별과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한다.

이주 선원이 한국에 올 때 발급받는 비자는 ‘E-9’, ‘E-10’ 크게 두 가지다. E-9은 20t 미만 연근해어선의 선원들이 받는 비자로, 고용노동부가 담당한다. 정부 간 협약을 통해 선원 규모를 정하고, 현지 정부가 일정한 절차를 거쳐 선발한 선원들이 한국 땅을 밟게 된다. 고용허가제·근로기준법이 적용되고, 최저임금법의 보호를 받는다. 산업인력공단을 통해 사후 관리를 한다. 한국 정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16개국(동티모르·스리랑카 등)이 대상이다.

E-10은 20t 이상 연근해어선 선원을 위한 비자다. 해양수산부가 주무부처이지만 실제 운영은 수협중앙회가 맡는다. 수협은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3개국 현지 송출 업체와의 계약을 맺고 선원들을 데려온다. 고용허가제와 근로기준법 대신 외국인 선원제도와 선원법이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민간 업체에 의한 ‘다단계 착취 구조’가 생긴다. 업체들은 소개비 등 명목으로 보증금과 수수료를 챙긴다. 보증금의 규모는 작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여만원에 달한다. 노동자 이탈을 방지한다며 ‘집문서’를 요구하는 업체도 있다. 입국 후에도 민간 관리(송입)업체가 다달이 수만원의 관리비를 받아낸다.

재해나 인권침해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 구조는 적절한 해결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다리 골절상을 입은 인도네시아 선원 ㄷ씨가 “보상은 필요없다. 업체와 갈등이 생기면 보증금과 집문서를 받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송출입업체가 되레 노동자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다.

작업 중 다치거나 목숨을 잃어도 이주 선원들이 받는 보상은 ‘최저 수준’이다. 선원법은 선원의 최저임금을 해수부 장관 고시로 정하도록 한다. 그러나 이주 선원들의 임금은 선원법 규정과 상관없이 노사합의로 결정, 한국인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된다. 2020년 선원의 최저임금은 월 221만5960원이다. 그러나 이주 선원은 172만3497원으로 한국인의 77.7%에 불과하다. 이 최저임금은 매달 받는 월급의 차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재해보상액을 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같은 사고를 당해도 이주 선원은 한국인보다 적은 돈을 받는다. 그나마도 3t 미만의 연근해어선의 경우 어선원재해보상보험 가입이 강제되지 않아 선주가 보험을 들지 않은 경우 보상을 아예 받지 못할 수 있다.

부실한 안전·한국어 교육도 사고를 부르는 요인 중 하나다. 이주 선원들이 현장 투입 전 받는 교육은 현지에서 이뤄지는 약 한 달간의 실무 및 한국어 교육과 한국 입국 후 수협이 주관하는 2박3일 짜리 합숙 훈련이 전부다. 이마저도 이론 교육의 비중이 높아 실질적 효과가 적은 데다, 한국과 현지의 문화 차이를 배우는 데 집중된다. 교육 비용은 노동자가 부담한다.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오세용 소장은 “실제 이주 어선원들에게 물어보면 교육을 통해 배운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며 “현지 업체들의 교육은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 현지 교육에 (노동자들을 위한) 인권 교육을 배치해달라고 요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