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 지 사흘만이다. 북한이 폭파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어떤 의미를 지닌 장소일까.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는 지난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정상의 합의로 만들어졌다. 상시적으로 교류·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북 쌍방의 당국자가 상주하기로 했다. 아울러 장소는 ‘개성공단 내’로 합의했다. 이어 약 5개월이 지난 2018년 9월 공동연락사무소가 세워지고 개소식이 열렸다.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는 판문점 선언 이행 첫 사업이었다는 ‘상징성’도 있다. 판문점 선언 이후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양측은 공동연락사무소 설치를 첫번째 사업으로 하자는 데 가장 먼저 합의를 이뤘다.
남한이 상시적인 대화·교류를 할 수 있는 공동연락사무소 설치를 희망 해 온지는 오래됐다. 지난 1990년 9월 1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부터 상시적으로 대면 접촉을 할 수 있는 ‘상주연락사무소’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실제로 공동연락사무소가 만들어지기까지 18년이 걸린 셈이다.
상설 소통 공간이 중요한 이유는 남북 긴장 국면에서도 대면접촉 여지를 남겨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남북간 연락 채널은 모두 비대면이었고 그마저도 남북관계 부침에 따라 차단과 복원이 반복돼 왔다. 이를테면 1971년 개설된 판문점 직통전화의 경우 2000년대 이후 네 차례 단절됐다. 유엔에서의 ‘대북 인권결의안 논쟁’이 불거졌던 2008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정부의 5·24 조치가 시행된 2010년,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 제재가 나온 2013년,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한 2016년에 판문점 직통전화가 끊겼다. 북한은 단절 이후 적절한 계기가 있을 때 직통전화를 복원했다. 해빙 무드가 무르익기 시작한 2018년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로 이 전화채널이 복원됐다. 그러나 지난 9일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를 강도높게 비난하면서 판문점 직통전화를 포함해 모든 통신연락선을 끊어버렸다.
비대면 통신선은 끊어버리기 쉽지만 상대적으로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는 공간은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의 보루로 기능할 여지가 있었다. 남북관계가 순조로울 때는 다양한 교류의 채널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공간에서 산림협력과 보건의료 협력, 국제경기 단일팀 진출 등에 관한 논의와 합의가 이뤄졌다.
각종 협력 사업이 논의되며 활기를 띠던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는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침묵이 흐르게 됐다. 남북의 소장회의도 중단됐다 이어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지난 1월 남측 인원이 철수했다.
북한이 16일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어렵게 만들어 낸 상설 대면접촉 공간은 19개월만에 사라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