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꼬리 못 자르고…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 “종결”

박채영 기자

경찰 변사사건심의위, 사건 발생 두 달여 만에 결론

유가족, 동석자 고소 등 불복에 규명 작업은 계속될 듯

서울 고속터미널역 인근에서 지난 12일 ‘고 손정민 군 추모 및 서초경찰서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고속터미널역 인근에서 지난 12일 ‘고 손정민 군 추모 및 서초경찰서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변사사건심의위원회가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 사건을 종결하라고 의결했다. 그러나 손씨 유가족은 실종 당일 함께 술을 마신 친구를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고소하는 등 경찰 수사에 불복하고 있어 사망 경위를 규명하는 작업은 검찰 단계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찰이 손씨 사망을 타살이 아닌 쪽으로 종결한 이 사건은 공권력과 기성언론에 대한 불신, 상업적 유튜버를 통해 확산한 음모론 등 한국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9일 변사사건심의위원회를 열고 손씨 사망 사건을 논의한 결과 이 사건을 종결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지난 4월25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다 실종된 손씨가 닷새 뒤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날로부터 두 달 만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간의 수사 상황과 전문가 의견 등을 바탕으로 총 8명의 내·외부 위원이 보강수사 필요성과 변사사건 종결 여부를 종합적으로 심의한 결과 본건은 종결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고 말했다.

변사사건처리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유가족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심의위를 열어 계속 수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심의위는 경찰 내부위원 4명과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됐다. 본래 3~4명의 내부위원과 1~2명의 외부위원으로 구성하는 게 원칙이지만 사회적 관심을 반영해 외부위원 수를 늘리고 형사과장이 맡아온 위원장 자리도 경찰서장으로 격상했다.

서초서는 심의위 의결에 따라 이 사건을 종결하되 강력 1개팀은 변사자의 사망 전 최종 행적 등을 계속 확인하고, 형사 1개팀은 유가족의 고소 사건을 절차에 따라 수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총 6시간30분 분량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5월27일과 6월21일 유가족이 열람케 했고, 이번 심의위 결과도 유가족에게 직접 설명했다.

이 사건은 손씨의 아버지 손현씨가 실종 단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들을 찾는다’는 글을 올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손씨가 숨진 채 발견된 뒤 사망 경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자 A씨를 용의자로 의심하는 음모론이 난무했다. A씨가 잠든 손씨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사진이 공개된 뒤 ‘A씨가 손씨에게 약물을 주입해 잠들게 한 후 물에 빠트렸다’는 소문이 퍼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손씨 몸에서는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유튜버 ‘종이의 TV’가 만든 네이버 온라인 카페 ‘반포한강사건 진실을 찾는 사람들’은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A씨를 피의자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A씨의 친·인척이 경찰 고위간부라는 가짜뉴스가 돌아 당사자들이 직접 ‘모르는 사이’라고 해명하는 일도 있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손씨의 타살 가능성이 낮다고 방송하자 한 유튜버는 “A씨의 변호인 정병원 변호사와 SBS 기자가 형제 사이로 정 변호사가 유리한 방송을 청탁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지난 4일 A씨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가 ‘A씨를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유튜버와 누리꾼들에게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자 약 2주간 1200여건의 ‘선처 요청’이 쇄도했다.

경찰은 주요 강력사건에 버금가는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수사를 벌였다. 서초서 7개 강력팀 35명이 편성돼 한강공원 인근 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하고 목격자를 조사하는 등 A씨와 그의 가족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포렌식도 진행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이번 사건에 온갖 음모론이 난무했는데 수사기관이 흔들리지 않고 수사를 할 수 있으려면 수사기관을 믿고 기다리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며 “경찰도 여론의 관심이 쏠리는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을 초기에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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