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왕이, 이슬람 국가들 잇단 접촉···아프간 논의 주도권 모색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화면 캡쳐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화면 캡쳐

중국이 아프가니스탄 사태 이후 이란, 이라크 등 이슬람권 국가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아프간 문제 해결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는 동시에 중동과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 18일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바르함 살리흐 이라크 대통령과 잇따라 전화 통화를 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란과 이라크는 모두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이슬람 국가로 아프간과도 가까이 있다. 시 주석은 라이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파기한 이란핵합의(JCPOA)에 관해 이란의 합리적 요구를 지지한다면서 “이란과 지역 문제에 대한 조정과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 이익을 수호하며 지역 안보와 안정을 촉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국제·지역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흔들림 없이 이란과 우호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며 “양측이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적극적으로 함께 건설해 더 많은 실무협력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바흐람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이라크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와 일대일로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이라크는 중국과 수교한 최초의 아랍국가 중 하나이자 서아시아·북아프리카 지역에 일대일로를 함께 건설한 중요한 파트너”라며 “이라크가 국가 주권과 독립, 영토 보전을 수호하고, 테러리즘과 싸워 국가 안보와 안정을 수호하는 것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시 주석과 양 정상의 통화에 대해 “미국이 아프간에서 성급히 물러나고 이란과 교착 상태에 있는 동안 중국은 주요 국가들에 분쟁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중동에서 더 큰 역할을 도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동시에 이슬람 국가들과의 접촉을 통해 아프간 문제에 있어서도 주도권을 가지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이시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이란은 아프간의 안정과 평화, 아프간인들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중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바르함 대통령도 “중국과 긴밀한 전략적 소통을 유지하고 급변하는 국제·지역 정세에 공동 대응하겠다”면서 “테러리즘에 함께 맞서고 지역과 세계 평화·안정을 수호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같은 날 샤 메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교장관,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과 통화하고 아프간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왕 부장은 쿠레시 장관과의 통화에서 “중국과 파키스탄은 중요한 이웃 국가이자 지역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아프간의 안정적 이행과 평화·안정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하도록 소통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는 차우쇼을루 장관에게도 “미군 철수가 아프간에 새로운 난제를 남겼고, 평화 재건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아프간이 역사의 새 장을 열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격려하고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이같은 행보는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으로 국경을 접한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연계된 분리독립 및 테러 움직임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지난 18일 아프간과 국경을 접한 타지키스탄에서 합동 대테러 훈련을 시작한 상태다. 자오커즈(趙克志) 중국 공안부장은 “현재 국제 정세는 큰 변화 속에 있으며 지역 대테러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며 “이번 훈련은 대테러 부대의 대응 능력을 높이고 테러에 맞서 싸우겠다는 양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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