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환경운동가 버네사 나카테, 개도국 출신으로서 ‘기후 불평등’을 말하다

윤기은 기자

폭우 등 겪고 기후파업 시작

“식량난 등은 선진국 책임…

오염자가 손실금 보전해야”

정부 석유 수송 중단 요청도

우간다 출신 기후정의 활동가 버네사 나카테가 지난 5일(현지시간)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고 있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각국 정상들을 향해 항의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글래스고 | AP연합뉴스

우간다 출신 기후정의 활동가 버네사 나카테가 지난 5일(현지시간)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고 있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각국 정상들을 향해 항의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글래스고 | AP연합뉴스

스물다섯 살 우간다 여성이 기후위기로부터 아프리카를 구하기 위해 나섰다. 기후정의 활동가 버네사 나카테는 지난 5일(현지시간)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영국 글래스고에서 시민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기후위기는 바로 여기에 있다”며 세계 정상들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개발도상국 출신 나카테에게 기후위기는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 몸소 겪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간다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 5월 우간다 서부 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9만명 이상이 이재민 신세가 됐다. 나카테는 고향인 캄팔라의 거리를 걷다가 홍수에 익사한 시신을 목격했다. 아프리카 대륙으로 시야를 넓히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가뭄, 모잠비크의 사이클론(열대성 저기압), 사헬 사막 지대의 팽창, 메뚜기떼 피해 현상이 점점 잦아지고 있었다.

경영학도였던 나카테에게 기후정의 운동에 뛰어들 용기를 준 인물은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였다. 툰베리는 2018년 정부에 탄소배출량 감축을 요구하며 학교를 결석하는 ‘기후파업’을 시작했다. 나카테도 우간다의 마케레레대학교 경영대를 졸업한 직후인 2019년 1월 수도 캄팔라의 의회 앞에서 기후파업 시위를 시작했다. ‘기후파업은 지금부터’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주 1회 1인 시위를 벌였다. 어떤 사람들은 시위를 하고 있는 그에게 “할 일이 없냐”며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그는 시위를 멈추지 않았고 기후정의 운동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게 “기후위기와 싸우기 위해 모든 준비가 됐는가”라고 묻는 서한을 보냈다. 독재자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에게도 150억달러 규모의 석유 수송 프로젝트를 멈추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나카테는 지난해 BBC 선정 올해의 여성 100인에 포함됐다. 2월 미국 시사주간 타임이 선정한 ‘떠오르는 인물 100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개도국 출신 나카테는 기후정의가 불평등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식량난이 대표적 사례다. 농업 의존도가 높은 우간다에서 홍수와 가뭄으로 작물은 더욱 적게 생산되고, 이로 인해 식량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음식을 살 수 있는 사람은 기후위기에도 살아남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기근에 시달리게 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나카테는 “석탄은 먹을 수 없다” “석유는 마실 수 없다” 등의 표어를 내세우며 각국 정부와 기업에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나카테는 선진국이 개도국을 지원해야 한다는 ‘오염자 부담 원칙’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가디언 기고에서 “기후위기에 큰 책임이 있는 국가와 화석연료 관련 기업들이 기후위기로 인한 손실금을 보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COP26에서 개도국의 친환경 자원 개발 지원금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피해 보상 지원금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나카테는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다. 먹고살기 바쁘고 기후 관련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우간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기후위기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반정부 세력’에 대한 우간다 정부의 감시라는 제약도 남아 있다.

아프리카에 끊임없이 자연재해가 닥치고 있지만 나카테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한다. 그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희망이 없었다면 기후정의 활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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