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법 다툼, ‘행정입법 통제’에서 ‘예산심사권 확대’ 문제로 확전

유설희·김윤나영 기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야의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14일 행정입법에서 예산심사권으로 확전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행정부의 시행령에 대한 입법부 통제 권한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이날 발의한 데 이어 행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에 대한 입법부의 심사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국민의힘은 “예산편성권의 강탈”이라며 반발했다. 여소야대라는 불리한 지형을 시행령으로 돌파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와 국회 입법권을 통해 이를 견제하겠다는 야당의 힘겨루기가 여러 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대통령령, 총리령 등 행정입법이 국회가 정한 법률에 반하면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수정·변경 요청을 받은 소관 행정기관장은 이를 처리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조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입법권은 국회에 있는데 시행령이 법률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발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법 개정안에 강제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정부가) 상임위에 결과를 보고해야 하니 사실상 강제성이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예산 심사에 대한 국회 권한을 키우는 국회법 개정안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맹성규 의원은 현행 1년 단위로 운영되는 특별위원회인 예산결산위원회를 상임위로 전환하고, 예산심의 방식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가 재정 총량 및 위원회별 지출 한도를 보고하면 예결위가 이를 심사·조정하고, 상임위가 지출 한도 내에서 심사한 내용을 예결위가 재차 종합 심사·조정하는 과정을 거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예결위 상설화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다만 독립 상임위로 할거냐, 예결위의 권한을 어디까지로 할 거냐는 정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나라의 곳간 열쇠까지 빼앗으려 한다”라며 반발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국가예산은 정부에서 편성하고 국회에서 심의 의결하며, 정부에서 집행한 후 국회가 다시 결산심사를 하는 과정을 통해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다”며 “민주당은 일방적인 예산편성권 강탈법안을 이런 견제와 균형을 무시하고 의석수만을 기준으로 모든 권한을 독점하겠다고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은 법사위를 장악해서 민생법안 통과를 틀어막으려 하고 있고 행정입법 통제법으로 정부를 공박하고 있으며 예산편성권을 강탈해서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겠다는 시도가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송 원내수석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MBC 라디오에서 “민주당의 강행에 의해서 통과가 된다면 대통령 거부권도 우리가 고려해야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날 조 의원의 국회법 개정안 발의에 대한 국민의힘 비판도 이어졌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집권여당 시절엔 전혀 그런 부분 논의조차 않고 있다가 정권 바뀌자마자 행정부 통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민주당의 검수완박에 이은 정부완박(정부 권한 완전 박탈)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170석을 등에 업고 안하무인 격으로 대한민국의 입법·사법·행정을 모두 좌지우지하려 하는 민주당의 독주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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