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성공한 비언어극, 블루맨 그룹 14년 만에 내한
1991년 뉴욕 초연 후 3500만명 관람
“관객 에너지로 만드는 공연, 소란스럽게 즐겨 달라”
파란 물감통에 몸을 담궜다가 나온듯 피부가 온통 파란색인 세 남자가 무대에 섰다. 무표정한 얼굴에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엉뚱하지만 호기심 많은 ‘파란 남자’들은 객석과 무대를 휘젓고 다니며 난장을 펼치기 시작한다. 공연은 질서도 없고 정신도 없지만 흥이 넘친다. 강한 비트의 록 음악에 맞춰 형형색색의 물감을 튀길 때는 행위예술 같다가도, PVC파이프를 악기 삼아 두드릴 때는 콘서트 같기도 하다. 마시멜로를 던지고 받아먹으며 장난을 칠 때는 코미디 같기도, 서커스 같기도 하다.
대사도, 정해진 줄거리도 없이 행위 그 자체로 관객과 호흡하는 이 공연은 역사상 가장 성공한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비언어극)로 꼽히는 ‘블루맨 그룹’의 쇼다. 1991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돼 전세계 25개국 3500만명 이상이 관람한 이른바 ‘메가히트’ 쇼로, 14년 만에 한국 무대를 찾았다.
블루맨 그룹의 공연은 세 명의 블루맨이 무대와 객석을 자유롭게 오가며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코로나19로 공연들이 중단됐고, 이 내한 공연 역시 당초 2020년 열릴 예정이었지만 2년 늦춰졌다. 이번에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한국 무대에 서게 됐다.
2008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던 첫 내한 공연이 상대적으로 록 콘서트에 가까웠다면, 이번 공연은 블루맨 쇼의 퍼포먼스 정체성을 더 살렸다. 이번 공연의 ‘쇼 캡틴’인 바니 하스는 지난 15일 개막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계 투어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장면들을 한 데 모았고, 이제껏 한 번도 선보이지 않았던 새 퍼포먼스도 보여줄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공연은 대사 없이 음악과 동작, 색깔 등 비언어적 수단으로 관객과 소통한다. 공연의 정체성이자 상징인 색 ‘블루’는 “관객들이 편견을 갖지 않으면서 시각적인 관심을 끌 수 있는 색이자 부정, 긍정의 의미가 없는 중립적인 색”이라 선택했다고 한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품들이 공연에 활용된다. 바니 하스는 “평범하고 지루한 소품들에 특별한 시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재미를 만든다”면서 “PVC파이프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건 물론 시리얼을 이용한 장면도 있다. 음악은 소리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색의 페인트를 사용해 시각적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블루맨들은 쇼를 “관객의 에너지로 만들어가는 공연”이라고 했다. 16년간 블루맨으로 활동해온 스콧 스파이저는 “우리는 관객을 네 번째 블루맨으로 생각하고 공연을 한다”면서 “관객의 에너지가 공연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매회 다른 공연이 된다. 그저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공연장에 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니 하스도 “공연 중간중간 소리치고 박수치면서 소란스럽게 공연을 즐겨 달라”고 했다.
쇼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관객을 위해 무대와 가장 가까운 ‘스플래시 존’도 마련됐다. 물감과 물이 튈 수 있기 때문에 이 구역 관객들에겐 우비가 제공된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에서 8월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