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거래소 대표 사망과 사라진 1700억…<아무도 믿지 마라>

임지선 기자

<아무도 믿지 마라 : 암호화폐 제왕을 추적하다>

다큐멘터리 <아무도 믿지 마라 : 암호화폐 제왕을 추적하다>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제공

다큐멘터리 <아무도 믿지 마라 : 암호화폐 제왕을 추적하다>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제공

[오마주] 비트코인 거래소 대표 사망과 사라진 1700억…<아무도 믿지 마라>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코인 거래소 대표 사망으로 사라진 1700억원의 행방 #shorts #오마주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되묻게 됩니다. ‘이게 사실이야? 어디까지 진짜야?’

영화 초반에는 캐나다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 ‘쿼드리가CX’의 젋은 CEO, 제럴드 코튼이 등장합니다. 앳되어 보이는 외모와 모형 비행기를 날리고 해맑게 웃는 모습은 영락없이 젊고 성공한 매력적인 사업가 느낌입니다. 요즘 MZ 세대들의 롤모델 같습니다.

캐나다 비트코인 최대 거래소 ‘쿼드리가CX’ 제럴드 코튼 대표. <아무도 믿지 마라>의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캐나다 비트코인 최대 거래소 ‘쿼드리가CX’ 제럴드 코튼 대표. <아무도 믿지 마라>의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2013년 시작된 ‘쿼드리가CX’ 거래소는 2017년 말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았을 때 최대 호황을 누립니다. 그가 방송 인터뷰와 컨퍼런스에서 멋드러지게 발표하는 모습 등은 믿음직스럽습니다. 이 시기 비트코인은 미국 달러로 2만 달러에 육박했습니다.

1년쯤 지난 2018년 가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통 조우가 등장합니다. 그의 눈빛은 불안해보였고 눈 밑에는 다크써클이 가득합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통 조우는 전 재산을 ‘쿼드리가CX’ 거래소에 넣어뒀습니다. 4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이었습니다. 그는 캐나다 달러로 인출하려고 했지만 거래소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이때 소식 하나가 전해집니다. 2018년 12월 이 거래소의 CEO 제럴드 코튼이 갑자기 사망했다는 겁니다. 가상통화는 그 특성상 가상통화 ‘지갑’(콜드월렛)에 접근할 비밀번호가 있어야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줄 수 있습니다. 거래소의 비밀번호를 이 CEO 혼자 알고 있다는 겁니다. 11만명의 투자금 1억9000만 캐나다 달러(당시 1700억원)가 공중에 붕 뜬 거죠.

그런데 가만 보니 그의 죽음이 수상합니다. 아내 제니퍼 로버트슨과 인도 여행 중에 크론병의 합병증으로 급작스럽게 사망했다는 겁니다. 서른살의 젊은 기업인이 사망한 곳이 뜬금없이 인도이고, 사망 확률이 낮은 크론병 관련 질환입니다. 이 소식을 알린 시점도 실제 사망일로부터 2주 가량 지나서였습니다.

투자자들이 텔레그램을 통해 모여들었습니다. 그의 죽음을 의심하고 분명 어딘가 살아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돈을 빼돌리고 성형수술을 하고서 조세피난처 어디선가 수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의심에 의심을 더했습니다.

비트코인 거래소 대표의 죽음을 알리는 당시 기사. <아무도 믿지 마라>의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비트코인 거래소 대표의 죽음을 알리는 당시 기사. <아무도 믿지 마라>의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음모론이 커지는데 공권력이 나서지 않으니 ‘네티즌 수사대’가 가동됩니다. 한국이나 전세계 어디든 ‘네티즌 수사대’의 능력은 역시 대단합니다. 수많은 제보를 받은 캐나다의 언론매체인 ‘글로브 앤 메일’ 기자도 취재에 들어갑니다.

비트코인 거래소 대표의 죽음을 둘러싸고 퍼진 음모론이 퍼졌다. 투자자들은 자체적으로 이 일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아무도 믿지 마라>의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비트코인 거래소 대표의 죽음을 둘러싸고 퍼진 음모론이 퍼졌다. 투자자들은 자체적으로 이 일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아무도 믿지 마라>의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네티즌 수사대와 취재진은 제일 먼저 아내를 의심했습니다. 그러나 아내를 직접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아내는 이미 투자자들의 보복이 두려워 숨어 있다고 합니다. 영화에는 아내의 언니가 나와 열심히 해명합니다.

네티즌 수사대와 취재진의 레이더망에 새로운 사람이 걸립니다. 이 거래소의 공동 설립자인 마이클 패트린. 그는 전과자였습니다.

공권력은 뒤늦게 나섭니다. 수사를 결정한 캐나다 온타리오 증권위원회(OSC). 증권위원회는 이 거래소에서 곧바로 이상한 점을 발견하죠. 초반에는 거래소에 회계사, 변호사가 있어서 여러 기록이 남아있었지만 2016년 이후로는 아무런 기록이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 거래소에 들어온 투자금이 해외 거래소로 보내졌다는 점입니다. 뭔가 수상합니다. ‘돈 세탁’을 하려던 걸까요?

취재진은 인도에 통신원도 파견합니다. 크론병은 사실 죽음에 이를 확률이 낮은 질병이기 때문에 직접 인도 병원에 가서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거죠. 사망진단서를 쓴 의사를 직접 만나러 갑니다.

결국 실마리는 증권위원회에서 찾습니다. 증권위원회는 이 거래소에 들어온 자금이 수상하다고 결론을 짓습니다. 거액이 오가는 거래소가 얼마나 부실하게 거래됐는지 드러납니다. 이건 부실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다큐에서는 한국도 언급됩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구치다가 2018년 연초 한국과 중국에서 사실상 비트코인 거래 금지 조치가 내려진 뒤 가격이 급락했습니다. 당시 거래소로 투자자들의 인출 요청이 쇄도했고, 제럴드 코튼은 이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거죠. 그리고 그가 어린 시절부터 사기를 쳐왔던 사람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납니다. 투자자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이 다큐는 2017년~2018년 한국 사회를 휩쓸고 간 ‘비트코인 광풍’을 떠올리게 합니다. 최근 가상통화 루나와 테라 사태도 오버랩 됩니다. 무엇이 이렇게 가상통화에 열광하게 만들었을까요. 가상통화 관련 규제는 전세계 어디나 허술했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제럴드 코튼은 살아있을까요. 시작부터 되물었는데 영화가 끝날 때도 여전히 되묻게 됩니다. “이거 실화야?”

<아무도 믿지 마라 : 암호화폐 제왕을 추적하다>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검색 지수 / ★★★★★ /진짜 이런 일이 있었는지 포털 검색창을 자꾸 두드리게 됨.

탐정 지수 / ★★★ / 분명 다큐인데 픽션 같은 내용. 나라도 ‘셜록 홈즈’가 돼야 할 것만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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