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불평등(4)

“‘스카이캐슬’ 잊어야 교육 불평등 해소 논의 가능”

유경선 기자    강연주 기자
[교육과 불평등④]“‘스카이캐슬’ 잊어야 교육 불평등 해소 논의 가능”
<경향신문>은 ‘교육과 불평등’ 시리즈에서 지식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불평등연구회와 함께 입시 정책이 자주 바뀌면 웃는 것은 누구인지, 정시와 수시 간 끝없는 ‘시소게임’으로 진짜 이득을 보는 것은 누구인지, 미국 사회는 왜 대학 입시에서 표준화된 시험을 없애려고 하는지 살펴봤습니다.
마지막 4회에서는 대학 입시를 넘어 더 큰 교육과 불평등의 상관관계를 살펴봅니다. 학교 등교일수가 크게 줄어든 코로나19 기간 동안 사교육이 공교육의 빈자리를 얼마나 파고들었는지, 이것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격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봤습니다. 그 결과를 토대로 교육 불평등 문제를 풀려면 ‘스카이캐슬’ 중심의 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이제 ‘스카이캐슬’ 얘기는 그만둬야 한다.”

불평등연구회 소속 최성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교육 불평등 관련 논의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교육 불평등 논의가 ‘스카이’(서울대·고려대·연세대)로 대표되는 4년제 상위권 대학 위주로만 흐르는 탓에 진짜 해법을 못찾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 불평등은 한국 사회의 주요 의제 중 하나이지만 논의는 공전하고 있다. 교육이 ‘계층 이동 사다리’의 기능을 되찾게 하려면 교육 불평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야 한다.

“불평등 논의, 10%만 해당하는 ‘4년제 상위권 대학’에서 벗어나야”

최성수 교수는 4년제 상위권 대학 위주인 교육 불평등 논의의 범위를 보다 확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4년제 상위권 대학이 아닌 학교들에 대해서도 교육 서비스 질을 높이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 연구팀은 대학 진학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두 가지로 구분했다.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미치는 영향을 ‘1차 효과’로, 가정의 성향·정보력·문화 등 전반적 배경이 미치는 영향을 ‘2차 효과’로 정의했다.

1차 효과가 우세하다면 대학 진학은 학업성취도에 따라 결정된다. 2차 효과가 우세하다면 학업성취도보다 가정의 전반적 상황에 따라 진학 여부가 달라진다. 연구팀은 1950~1999년 출생자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 1차 효과와 2차 효과 중 무엇이 더 크게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성별·지역 등 변수를 통제한 뒤 진학률을 산출했다(최성수·이승현, 불평등의 상이한 경로: 진학 과정에서 가족배경의 일차효과와 이차효과 분해 및 추세, 2022).

최성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연구팀이 전문대, 4년제 대학,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진학 격차 요인을 분석한 결과 전문대와 4년제 대학 진학 격차에서는 2차 효과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서울’ 4년제 대학 진학 격차에서는 1차 효과가 조금 더 주요했다. 연구팀 제공

최성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연구팀이 전문대, 4년제 대학,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진학 격차 요인을 분석한 결과 전문대와 4년제 대학 진학 격차에서는 2차 효과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서울’ 4년제 대학 진학 격차에서는 1차 효과가 조금 더 주요했다. 연구팀 제공

연구팀의 분석 결과, 전문대와 4년제 대학 진학률에서 ‘가족배경’(부모학력·가구소득 등을 종합) 상위 25%와 하위 25% 집단 간 격차는 2차 효과가 주도했다. 학업성취도보다 가정 환경 등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학업성취도가 비슷한 두 학생 중 한 학생이 가정형편 때문에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드느라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정보력 격차에 따라 전문대 또는 4년제 대학 진학 여부가 갈릴 수도 있다. 반면 대학의 범위를 ‘인서울’(서울 소재) 4년제 대학으로 좁혀보니 가족배경 상위 25%와 하위 25% 간 진학률 격차에서 학업성취도(1차 효과)의 중요성이 커졌다.

연구팀은 “대학 진학 격차의 과반이 2차 효과로 설명됐다”며 “학업성취도 위주의 불평등 해소 접근법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는 “자칫하면 교육 불평등 논의를 전체 인구의 10% 정도만 진학하는 ‘인서울’ 대학의 문제로 일반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대 졸업생이 상위 계층으로 이동하는 확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이 역시 교육 불평등 논의의 범위를 확장할 필요성을 시사한다(이수빈·최성수, 한국 대학들의 사회이동 성적표: 경제적 지위의 세대 간 이동과 유지에서 대학이 하는 역할, 2020). 연구팀은 2005~2015년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GOMS) 데이터를 활용해 가구소득 하위 20% 집단 출신 학생이 본인소득 기준 상위 20% 집단으로 이동할 확률을 산출했다. 그 결과 지방 전문대 졸업생의 상위 계층 이동 확률이 눈에 띄게 높았다.

최 교수는 “2015년 이후 최근까지도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물론 전문대의 계층 이동 확률 절대치가 최상위권 대학에 비해서는 낮지만, 분명한 증가세에 있다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명문대의 좁은 문을 넓혀보자는 ‘학업성취도’ 위주의 논의가 잦은 입시제도 변화로 이어지지만, 고소득층이 잘 적응할 뿐”이라며 “중·하위권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했다.

이범 교육평론가(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는 “한국 교육과 산업 현장의 인력 미스매치가 심각한 상황에서, 그나마 전문대가 직무 중심의 고급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전문대의 역할과 중요성을 주목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심한 대학 서열화의 핵심은 결국 재정격차”라며 “재정을 투입해 대학 간 격차를 줄이고 교육의 질을 상향평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리즈 끝>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본문 인용 연구
-최성수·이승현, 불평등의 상이한 경로: 진학 과정에서 가족배경의 일차효과와 이차효과 분해 및 추세, 2022
-교육과사회계층이동조사(KESSM), 한국교육고용패널(KEEP) 데이터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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