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현장을 가다

사망 3만7000명 넘어서…‘생존자 지원’에 초점

최서은 기자 ·안타키아 | 김서영 기자
<b>배급 받는 이재민들</b>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발생 9일째인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 안티키아의 지진 피해지역 주민들이 구호식품을 배급받기 위해 줄 지어 서 있다. 안타키아(튀르키예) | 문재원 기자

배급 받는 이재민들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발생 9일째인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 안티키아의 지진 피해지역 주민들이 구호식품을 배급받기 위해 줄 지어 서 있다. 안타키아(튀르키예) | 문재원 기자

2차 재난 생존자 돌봄 시급
남부선 ‘옴’에 설사병 유행

“7개지역서 구조활동 중단”

14일(현지시간) 사흘 만에 다시 찾은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의 분위기는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매몰자가 낼지 모를 희미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조심스레 잔해 제거 작업을 펼치는 모습보다, 포클레인 등 중장비가 철거 작업을 벌이는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헤집어진 건물 사이로 노란색 가방에 담긴 시신이 놓여 있었다. 규모 7.8의 강진 발생 후 8일이 지나면서 튀르키예와 시리아 희생자는 3만7000명을 넘어섰다.

매몰자들의 생존 가능성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구조 작업을 종료하는 지역은 늘어나고 있고, 매몰자 구출보다 생존자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AP통신은 지진으로 피해를 본 튀르키예 10개 주 가운데 7개 주에서 구조작업이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카라만마라슈는 이번 지진의 진앙 부근인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에서 북쪽으로 약 80㎞ 떨어져 있다.

구조대원들이 ‘소리 없음’이라는 표지판을 설치해 놓은 매몰 현장도 늘어나고 있다. 남부 아디야만에서 붕괴 건물 앞에 전문가의 수색이 종료됐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되고 있으며, 안타키아 주민들이 가족의 생환을 포기한 채 시신이 수습되면 알려달라며 잔해 근처에 연락처를 적어둔 팻말이 눈에 띄었다.

폴란드 구조대 일부는 생존자 구조가 더 이상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 따라 15일 튀르키예에서 철수할 것이라 발표해 앞으로 수색 작업은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반군이 통제하는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서도 곧 생존자 수색 작업이 종료될 것이라고 민간구조대 ‘화이트 헬멧’이 이날 밝혔다.

에두아르도 레이노소 앙굴로 멕시코국립자치대 공학연구소 교수는 AP통신에 “잔해에 갇힌 사람은 5일이 지나면 생존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고, 예외는 있지만 9일 후에는 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 정부와 유엔 등은 매몰자 구조에서 생존자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차장은 “이제 생존자들을 위한 쉼터, 심리적 돌봄, 음식, 교육, 피난처 등을 긴급하게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지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영하의 추위 속에서 식량·물·의료품·텐트 부족, 열악한 위생 상태 등에 따른 ‘2차 재난’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추가 여진도 우려된다.

위생 상황도 심각한 수준이다. 구조대와 생존자들을 위한 임시 화장실은 턱없이 부족하고, 곳곳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튀르키예 남부 아디야만에서는 전염성이 무척 강한 피부병 ‘옴’이 발병했고, 어린이들은 설사에 시달리고 있다.

소일루 튀르키예 내무장관은 “여러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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