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옹호 다큐 ‘첫 변론’ 제작발표회 강행···여성단체 “막무가내 성폭력 부정”

오경민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첫 변론>의 제작발표회가 16일 열렸다. 박원순을믿는사람들 제공.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첫 변론>의 제작발표회가 16일 열렸다. 박원순을믿는사람들 제공.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첫 변론>의 제작발표회가 16일 열렸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는 “막무가내 성폭력 부정주의에 기인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박원순을믿는사람들은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박 전 시장은 사후 언론의 일방적 보도로 인해 일반 시민들에게 성추행범, 성범죄자로 낙인찍혔다”며 “부시장, 비서실장 등 소위 ‘6층 사람들’도 권력형 성범죄의 방조범으로 인식돼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팩트가 아닌 진영논리, 그리고 페미니즘의 논리가 모든 사람의 명예와 실체적 진실을 삼켜버렸다”며 “언론이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 다큐멘터리는 극히 상식적인 질문을 던진다. 드레퓌스 사건은 12년이 지나서 제자리를 찾게 됐다”고 했다. 드레퓌스 사건은 군국주의와 반유대주의 광풍 속에 프랑스 대위 드레퓌스가 1894년 간첩혐의를 받고 옥살이를 한 이후 재심을 통해 무고를 인정받은 일을 말한다.

박원순을믿는사람들은 이날 2차 예고편을 공개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부정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의혹을 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비서실장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 인권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이 있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김주명 박 전 시장 비서실장), “저희가 옆에서 다 보고 있었기 때문에 성희롱이나 그런 건 아니었다”(김봉수 아시아경제 기자) 등의 발언이 나온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김대현 감독, 영화의 바탕이 된 책 <비극의 탄생>을 쓴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 박원순 팬클럽 ‘동행’의 이선희 사무국장과 이연주 변호사가 참석했다.

김 감독은 박 전 시장의 언행을 성희롱으로 인정한 인권위 조사 결과를 부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저는 여성주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 동의하고 거기에 위배되지 않는 삶을 살려고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2차 가해나 피해자 중심주의 개념에도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사람”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중심주의가 피해자 절대주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2차 가해가 원론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는 굉장히 허술하고 어떤 의도를 가진 조사였다고 생각한다”며 “2차 가해는 1차 가해의 내용이 뭔지에 대한 확실한 판단이 내려진 다음에 가능한 부분이고 지금의 2차 가해 논란은 굉장히 비생산적이고 비합리적인, 논의 자체를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권위 조사와 제도개선 권고를 적절한 결정이라 판단한 1심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는 “아직 진행중이기 때문에 제가 이야기할 건 아니”라고 했다.

손 기자는 이날 피해자의 일부 증언은 ‘증거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등에 대해서도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성희롱 여부에 대한 판단을 회피했다. 그는 “인권위 결정문에는 피해자 상담 내용이 기록돼 있다”며 “박 시장의 성적 언동이라는 것이 피해자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인가 백주 아래 존재하는 것인가. 우리는 피해자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탁상공론을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손 기자는 이어 “박 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를 본 사람을 제가 만났다. 그런데 제가 의아한 것은 그걸 본 사람도 그 문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라며 “인권위 조사 내용을 (피해자 측에서) 전부 공개하면 (제가 가진) 오해들도 불식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는 이날 제작발표회에 앞서 입장문을 내고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부정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다큐가 계속 홍보되고 있다. 이는 성폭력 부정주의에 기인한 2차 가해”라며 “막무가내 성폭력 부정주의는 정치도, 민주도, 진보도 아니다. 피해자 진술과 경험을 무시하는 가해자 중심주의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시장은 인권위와 법원에 의해 성희롱 가해자라는 사실이 확인된 사람”이라며 “피해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줄 수 있는, 악의적인 ‘박원순 다큐멘터리’ 상영 계획을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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