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에 휩쓸린 여당 대표, 결국 하차…“윤 대통령의 실패”

문광호 기자

윤핵관과 ‘김장연대’…여당 당대표로 9개월 동안 ‘당정일체’

홍범도 이념전쟁·보선 공천·인사 실패 등에도 목소리 안 내

김기현과 회동 이준석 “지휘관은 해외에…” 토사구팽 지적

<b>당 수습 방안은… </b> 김기현 국힘의힘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13일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김 대표 사퇴 및 당 수습 방안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당 수습 방안은… 김기현 국힘의힘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13일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김 대표 사퇴 및 당 수습 방안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체제가 13일 9개월 만에 종료됐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실패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자릿수 지지율이었던 김 대표가 당권 레이스에 뛰어든 순간부터 주요 국면마다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저조한 지지율 등 내년 총선에서 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김 대표 사퇴를 불러왔지만, 윤 대통령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한 문제는 그대로라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김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국민의힘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당이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대표인 저의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저의 몫”이라고 했다. 당내에 번진 위기론을 자신의 책임으로 떠안으며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b>페이스북 통해 사퇴 발표</b>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는 글을 올렸다. SNS 캡처 사진 크게보기

페이스북 통해 사퇴 발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는 글을 올렸다. SNS 캡처

그러나 김 대표 체제의 불완전한 종료는 윤 대통령과도 무관치 않다. 김 대표 체제가 처음부터 윤심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구조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당권주자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던 김 대표가 전당대회 직전 선두주자로 떠오른 것부터 윤심 후보라는 인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해 12월 김 대표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과 ‘김장연대’를 결성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안철수 의원,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 등 경쟁 후보들은 ‘윤심 후보가 아니다’라는 대통령실의 확인 절차를 거쳐 자연스레 뒤로 밀려났다.

이렇게 출범한 김기현 지도부는 용산과의 당정일체에 열을 올렸다. 지난 6월 윤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발언 논란에 박대출 당시 정책위의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대입 부정 사건을 수사 지휘하는 등 대입 제도에 누구보다도 해박한 전문가”라며 윤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윤 대통령의 이념전쟁 논란, 부적절한 인선 등 잘못된 국정운영에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지난 8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가 불거졌을 때에는 입장을 내지 않는 것이 대응이었다. 김 대표는 관련 질문에 “이미 입장을 다 밝혔으니 그것으로 갈음하겠다”고만 했다. 김행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선 논란에 대해서도 옹호 일색이었던 당 지도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직후인 지난 10월12일에서야 대통령실에 ‘사퇴 권고’ 방침을 전달했다.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로 김태우 전 구청장을 공천한 것은 윤심 논란의 절정이었다. 당초 당 지도부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김 전 구청장 공천에 회의적이었지만 윤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을 특별사면한 것을 계기로 분위기가 일변했다.

김 대표가 전권을 주고 출범시킨 혁신위원회는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한 내재된 불만을 터뜨린 뇌관이 됐다. 혁신위는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을 직접 겨냥함으로써 당내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물꼬를 텄다. 이는 김 대표에 대한 리더십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방패막이가 됐던 일부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에게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큰 파장이 됐다. 결국 혁신위의 ‘희생’ 요구를 거부하던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김 대표도 사퇴를 강요받게 됐다.

문제는 김 대표 퇴진이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 변화로 이어질지 여부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김 대표와 만나 신중한 결정을 주문했다. 그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지금 발생한 상황의 가장 큰 책임은 김 대표가 아니니 조금 여유를 가지시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 대표 사퇴론을 “전투에서 졌는데 지휘관은 멀쩡하게 네덜란드에 있고, 군단장 정도를 원흉으로 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윤 대통령에게 있는데, 김 대표만 억울하게 토사구팽 신세가 됐다는 취지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