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환갑 맞은 김광석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노래와 세상] 환갑 맞은 김광석

지난 22일은 김광석(사진)이 살아 있다면 환갑이 되는 날이었다. 그는 1995년 8월 소극장 1000회 공연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면서 포크가수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었다. 그러나 1996년 1월5일 배우 박상원이 진행하던 <겨울나기>(케이블 현대방송) 출연을 끝으로 다음날 새벽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가 마지막으로 부른 노래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과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이었다.

김광석이 부른 노래들은 나이에 연관된 노래가 많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삽입돼 더 유명해진 ‘이등병의 편지’(김현성 작사·작곡)는 군 입대를 앞둔 청춘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영화에 나오는 “근데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라는 송강호의 대사는 지금도 회자된다.

또 다른 노래 ‘서른 즈음에’(강승원 작사·작곡)는 청춘들에게 바치는 송가였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라는 가사가 다소 허무적이지만 지난 시대를 지켜왔던 스테디송이었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김목경 작사·작곡) 역시 나이가 주는 무게감을 노래했다. 김광석은 음악계 선후배들이 만들거나 부른 노래를 다시 불러 스테디송으로 만들었다, 어떤 노래든 그가 부르면 듣는 이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살아생전 김광석은 “환갑이 되면 가죽재킷 차림으로 오토바이를 타는 명랑한 노인으로 살고 싶다”라고 얘기했다. 그 꿈은 못 이뤘지만 그는 아직도 젊은 김광석으로 우리 곁에 있다. 그가 아끼던 소극장 학전이 폐관 위기에 처하자 선후배 가수들이 나서서 무료공연을 기획했다. 결코 외롭지 않은 환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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