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더, 많은, 숫자의 지배
미카엘 달렌·헬게 토르비에른센 지음 | 이영래 옮김 | 김영사 | 232쪽 | 1만5800원
헬게 토르비에른센은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생애 처음 나간 마라톤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많은 마라톤 참가자들의 나이가 30세, 40세, 50세, 60세 등 ‘마의 한계’를 갓 넘긴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나이를 ‘이정표’가 되는 나이라고 보고, 실제 이 나이대의 사람들이 자신의 나이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 나이가 0으로 끝나는 사람, 40세나 50세가 막 되었거나 갓 넘긴 이들은 그해만큼은 자신이 다른 해보다 2.4세 나이가 더 들었다고 느꼈다. 숫자는 우리가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매일, 더, 많은 숫자의 지배>는 경제학자인 미카엘 달렌과 헬게 토르비에른센이 쓴 숫자 안내서다. ‘숫자의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해 우리 무의식과 생활 속에 깊이 침투해 있는 숫자를 해석하는 법을 알려준다.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수는 객관적이고, 그래서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눈앞에 놓여 있는 과일 조각의 개수를 숫자로 말하라고 할 때 수는 객관적이다. 하지만 그 과일의 ‘맛’을 숫자로 표현하라고 할 때의 수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새콤한 과일을 선호하는 사람은 만점을, 그런 과일을 싫어하는 사람은 0점을 줄 수도 있다. 과일을 먹었던 상황에 따라 맛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다. 요즘 호텔, 영화, 레스토랑의 별점과 숫자 평가 시스템이 얼마나 부정확한지 짐작할 수 있다.
저자들은 책의 각 장마다 숫자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가이드인 ‘숫자 백신’을 적어놨다. ‘마의 한계’를 넘긴 사람들에 대한 숫자 백신은 이렇다. “마의 한계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하라. 39와 40의 차이는 38과 39 혹은 33과 34의 차이와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