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 발표 해놓고 “나가라”…말 뒤집은 대기업

박준철 기자

인천공항 내 목욕탕 운영 업체 선정 후 돌연 “경쟁 입찰”

확약서까지 제출한 스파온에어…“아워홈이 약속 어겨”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지하1층에 있는 목욕탕 스파온에어 입구. 박준철 기자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지하1층에 있는 목욕탕 스파온에어 입구. 박준철 기자

“입점 확약서까지 먼저 요구해 써줬는데 이제 와서 나가라니요…, 대기업이면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해도 되는 건가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지하 1층에서 목욕탕과 외투보관 서비스, 구두·가방을 수선하는 ‘스파온에어’는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식음료 운영 사업권을 새롭게 따낸 식품회사 ‘아워홈’이 위탁운영 약속을 해놓고 돌연 입찰을 하겠다고 통보했다고 3일 밝혔다.

아워홈은 지난해 말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지하 1층과 지상 4층의 식음료 운영사업자로 선정됐다.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내 식음료와 상업 시설을 대기업에 맡기고, 해당 대기업은 자신의 브랜드를 입점시키거나 중소업체에 전대를 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기 어려운 약국·세탁소·서점 등 편의시설은 기존 업체로부터 입점 확약서를 받아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그러나 아워홈은 목욕탕을 운영하는 스파온에어와는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스파온에어는 “지난해 말 아워홈의 요청에 따라 입점 확약서를 제출했고, 이후 아워홈은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한 입찰설명회에서 스파온에어를 입점시키겠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스파온에어 측은 아워홈이 식음료 운영자로 선정된 후 올초 태도가 돌변했다고 지적했다. 스파온에어 관계자는 “아워홈은 목욕탕업을 하지도 않는데 돌연 직접 운영하겠다고 했다가 이후에는 경쟁입찰을 하겠다고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내 목욕탕은 코로나19 사태로 3년간 문을 닫았다. 스파온에어는 1억원을 들여 비어 있던 목욕탕을 새롭게 단장한 후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직원 12명도 채용했다. 월 매출은 2억원 정도이고 이 중 임대료로 10~20% 정도를 낸다.

스파온에어 측은 아워홈이 제2여객터미널에 1291㎡ 규모로 신설할 목욕탕도 스파온에어에게 향후 10년간 맡기기로 하고 자금 조달 문제까지 협의했다고 밝혔다. 스파온에어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적자였다가 최근 이용객이 회복되고 있는데 다시 운영권을 입찰한다고 해 황당하다”며 “향후 법적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스파온에어가 목욕탕을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 아워홈이 일방적으로 업체를 바꾸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며 “아워홈이 다른 업체를 선정해도 승인해 주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스파온에어와 기존에 체결한 확약서는 계약이나 사업을 보장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며 “고객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목욕탕 시설과 운영 등 보완 필요사항이 발견된 만큼 기존 업체를 포함해 다른 업체들까지 참여하는 입찰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워홈은 식음료 전문으로, 정관을 변경해 목욕탕을 직접 운영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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