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까지 대형병원 살얼음판···“병원, 자구책 없이 무책임”

김향미 기자    민서영 기자
의대생 증원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가 지속되고 있는 9일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한 서울 대형 병원에 직원들의 무급 휴직 등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한수빈 기자

의대생 증원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가 지속되고 있는 9일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한 서울 대형 병원에 직원들의 무급 휴직 등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한수빈 기자

전공의 이탈 여파로 병원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서울아산병원이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하자 주요 수련병원에서도 병원 노동자들의 고충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현재 무급 휴가 중인 간호사가 다른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8일부터 오는 19일까지 50세 이상이면서 20년 넘게 근무한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의사직을 제외한 모든 직군이 포함된다. 이경민 보건의료노조 서울아산병원지부장은 9일 통화에서 “앞서 개인별로 평균 5~6일씩 지금까지 2800명 정도가 무급휴직을 했다”며 “(이번 사태로) 병원 직원들의 피해가 누적돼 있어서 최근에 기자회견도 했지만 (희망퇴직 신청 이후) 앞으로는 더 폭넓게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이번 사태로 병원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물론 이것도 수용할 부분인지도 따져봐야겠지만, 무급휴직에 희망퇴직 신청까지도 개원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부분이었는데 앞으로 권고사직 같은 (사측이) 억지로 밀어내는 수준으로 갈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며 “그럴 경우엔 저희들도 더 강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비중이 높은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서울성모·서울아산·삼성서울병원) 중 이번 의료공백 사태로 직원 대상 희망퇴직 신청을 시작한 서울아산병원이 처음이다. 빅5 중에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곳은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연세의료원) 등 3곳이다.

다른 대형병원에서도 무급휴직이나 신규 간호사 발령 지연 등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병원이 나오면서 다른 병원 노동자들도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권미경 세브란스병원노조 위원장은 “무급휴가도 쓸 만큼 쓴 상황인데, 직원들 사이에서 불안해진다는 표현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 노동자들은 정부와 의사단체가 대화를 통해 조속히 사태 해결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또 병원 사측에서 의사 복귀 설득, 전문의 추가 고용 등 위기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하는데 일반 직원들의 협조만 구하는 식으로 소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제29차 회의를 열고 현재 무급 휴가 중인 간호사가 다른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대한간호협회를 통해 근무 의향이 있는 무급 휴가 간호사를 조사하고 있고, 현장의 수요와 의견을 바탕으로 추진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병원과 의료계가 직접 나서야 한다”며 “서울아산병원은 일반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데, 떠난 의료진을 복귀시킬 자구책 없이 병원 적자에 일손을 줄이는 무책임한 자세”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시작한 의료 대란을 수습하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 등 투입된 비용이 5000억원을 넘었다”며 “국민이 의사의 봉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진료현장의 혼란은 환자를 떠난 전공의의 불법행동으로 초래된 만큼 정부는 병원과 의료계에 전공의 복귀 등 사태 수습을 위한 노력을 요구하고, 자구 노력이 없는 병원에는 건보 재정 지원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비상진료체계를 위해 정부는 지난달 1285억원 예비비 편성에 이어 건강보험 재정 1882억원을 두 달째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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