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민들레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노래와 세상]민들레

봄꽃에 홀려 길을 걷다 문득 발밑에서 기척을 느껴 만나는 꽃이 있다. 아스팔트의 터진 틈으로 수줍게 피어 있는 꽃, 민들레다. 그래서 민들레는 예로부터 민초(民草)들의 상징이었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겨울을 견디다가 봄이면 수줍게 피어난다. 이연실은 그런 민들레를 사랑했던 가수였다. 1989년 ‘고운노래모음’(사진)에 민들레를 소재로 한 노래 두 곡을 한꺼번에 발표했다.

“민들레 민들레 피어나/ 봄이 온 줄 알았네/ 잠든 땅 목숨 있는 건/ 모두 다 눈부시게 피어났다네/ …/ 눈덮인 겨울산에서 시름 앓고 울었네/ 길고도 추웠던 겨울 견디어/ 화사하게 피어났다네.”- ‘민들레’ 일부.

이연실이 작사·작곡한 노래다. 같은 앨범에 수록된 ‘노랑 민들레’는 ‘겨울공화국’의 저항시인 양성우의 시에 이연실이 곡을 붙였다. 혹독한 독재와 맞서 싸운 민주투사를 위한 노래였다.

“누가 알까 그대 소리 없는 웃음의 뜻을/ 누가 알까 그대 흐트리는 만가지 꿈을/ …/ 큰 바람에 그대 소리치며 쓰러져 울고/ 다시 눈떠 그대 부활하는 노랑 민들레.”

포크싱어였던 이연실에게 추운 겨울을 보내고 피는 민들레는 그 어떤 꽃보다도 사랑스러운 봄꽃이었다. 그의 또 다른 노래 ‘찔레꽃’도 궤를 같이한다.

진미령이 1979년 발표한 ‘하얀 민들레’는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둔 노래였다. “나 어릴 땐 철부지로 자랐지만/ 지금은 알아요 떠나는 것을/ 엄마 품이 아무리 따뜻하지만/ 때가 되면 떠나요 할 수 없어요”라는 노랫말을 기억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을 것이다. 작사가는 유명한 사극작가 신봉승이다. 1979년 김자옥과 박근형이 주연한 동명의 MBC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주제가다.

봄꽃이 천지다. 그래도 발밑의 민들레랑 눈 맞추는 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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