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젤라토 한입을 허하라”···밀라노 이색 소음 대책 ‘논란’

윤기은 기자
젤라토. 위키피디아

젤라토. 위키피디아

소음 줄인다며 포장음식 심야 판매 제한 조례
음식물 야외 섭취도 금지…젤라또 가게 직격탄

이탈리아 밀라노시가 도시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기 간식 ‘젤라토’를 포함한 포장 음식을 심야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례안을 만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1일(현지시간) 밀라노시가 도시의 소음공해를 방지하기 위해 평일 밤 12시30분, 주말 오전 1시30분부터 오전 6시까지 유흥 지역 12곳에서 음식과 주류 포장 판매를 금지하는 조례 시행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례안에는 지정된 구역에서 음식물 야외 섭취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밀라노시가 이 조례안을 최종 승인하면 오는 5월17일부터 6개월간 금지 조치가 적용될 예정이다.

판매 금지 업종 중 가장 논쟁거리로 떠오른 것은 젤라토 가게다. 이탈리아에는 여름밤에 더위를 이기기 위해 가족, 이웃, 친구들과 모여 강변이나 광장에서 젤라토를 먹는 문화가 있다.

시장 규모도 거대하다. 시장조사기업 글로벌데이터는 2021년 기준 이탈리아 내 젤라토를 포함한 아이스크림 판매 금액을 26억3000만달러(약 3조600억원)로 집계했으며, 밀라노는 이탈리아 도시 중 로마에 이어 두 번째로 젤라토를 포함한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많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밀라노시가 이 같은 조례를 시행하려 하자 일부 밀라노 시민과 상인협회는 반발했다. 이탈리아 소매업체협회 관계자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여름철 밀라노의 평균 기온은 30도다. 가족들은 늦게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며 젤라토를 먹는다”며 조례안이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소매업체협회에 따르면 밀라노에는 1만 곳 이상의 식당, 바, 젤라토 가게 등이 있으며, 이 중 80%가 해당 조례의 적용을 받는 지역에 있다.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은 유흥가 소음 관련 민원이 수백 건에 달한다며 문제의 조례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살라 시장은 지난해 10월 도시 소음을 줄이겠다며 심야 술 판매 및 술집 야외 영업을 금지하는 정책을 3주간 임시 시행했을 당시에도 “도시도 우리 인간처럼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젤라토 심야 판매 금지 논쟁은 2013년에도 일어난 바 있다. 당시 밀라노시가 자정 이후 유흥 지역 네 곳에서 음식 포장 판매를 금지하려 하자 이에 반대하기 위한 수십명의 시민 모임이 꾸려졌고,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시민들과 토론 과정을 거친 밀라노 시의회는 결국 조례안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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