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의 미래 | 에이미 추아
강대국 혹은 지배적 문명의 성공과 쇠퇴를 분석한 책들은 역사적으로도 많다. E.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부터 20세기 후반에 나온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 등. 최근에 아주 흥미롭게 읽은 강대국 흥망사는 ‘타이거맘’으로 알려진 에이미 추아(Amy Chua) 예일대 법대 교수가 쓴 <제국의 미래>다. 두껍지만 재미있다.
추아 교수는 역사상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세계를 지배했던 초강국의 공통점이 ‘동시대의 기준으로 보면 매우 다원적이고 관용적이었다’고 주장한다. 방대한 참고문헌을 토대로 한 이 책에서 추아 교수는 초강국들이 불관용으로 돌아서고 종교적·인종적·민족적 ‘순수성’을 부르짖는 순간부터 쇠퇴로 접어들었다고 설파한다. 잔혹한 정복자로 알려진 칭기즈칸도 이민족 출신들을 몽골제국을 경영하는 고위관리와 기술자, 군대 등으로 활용했다. 칭기즈칸의 자손인 쿠빌라이는 중국에 교회, 러시아에 이슬람학교, 페르시아에 불탑을 세울 정도로 모든 종교에 관용적이었다.
대영제국 시기의 영국은 유대교 차별철폐정책으로 유럽의 유대인들을 끌어들이고 18세기 초 합병한 스코틀랜드인들에게 식민지 경영을 맡겼다. 대영제국이라는 패권국가를 운영하는 중추기관이었던 영란은행은 스코틀랜드인이 입안하고 위그노교도들이 투자했으며 유대교도들이 은행 대부금을 중개했다.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사회는 가용 인재풀이 넓고 창의성을 이끌어내기에, 폐쇄적인 곳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폐쇄와 배타성을 선택한 사회가 역사적으로 훨씬 많았다. 왜냐하면 그게 더 쉬운 길이니까.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어떤 패러다임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