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돈키호테 | 미겔 데 세르반테스

황영기 | 금융투자협회장

인생의 황혼에 멋진 여행

라만차의 풍차를 향해 돌진하던 사내. 이름만으로도 저항과 광기(狂氣), 혹은 무모함의 상징이 된 돈키호테.

<돈키호테>를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각색한 <맨 오브 라만차>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고.

[황영기의 내 인생의 책](4)돈키호테 | 미겔 데 세르반테스

그런 사람을 본 지 언제인가? 이룰 수 있는 꿈만 꾸고, 이길 수 있는 적하고만 싸우는 건 아닌지. 에밀리 디킨슨이 쓴 시에는 “가장 미친 것이 가장 정상이다(Much madness is divinest sense)”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성만이 앞서는 세상. 그래서 너무 풀이 죽어 있는 세상이다. 옆나라 일본의 사토리 세대를 보면서, 또는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라는 말이 회자되는 세태에서, 돈키호테는 ‘꿈 없이 현실만 보는 게 더 미친 짓’이라고 외치는 것처럼 들린다.

세르반테스는 독재와 검열의 시대를 살았다. 그래서 돈키호테를 작가의 창작 과정에 대한 은유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그러나 이 작품은 돈키호테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해하는 게 더 좋겠다. 아마도 문학이 창조한 가장 독특한 캐릭터 중 하나일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햄릿을 낳았다면, 세르반데스는 돈키호테를 낳았다.

산초 역시 주목해볼 만한 인물이다. 비합리적인 주인을 맹목적으로 따르며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한다. 그의 ‘무한한 신뢰’가 우스워 보이지만, 누구라도 마음 한쪽에는 산초 같은 동행자에 대한 그리움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는 돈키호테 하면 ‘젊고 혈기 넘치는’ 모습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그는 늙고, 병들었을 때, 모두가 무모하다고 생각하는 꿈을 찾아 떠났다.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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