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여전히 유효한 ‘여성해방’의 목소리

김종목 기자
[책과 삶]여전히 유효한 ‘여성해방’의 목소리

보부아르의 말
시몬 드 보부아르·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이정순 옮김
마음산책 | 172쪽 | 1만6000원

“로마 거리에서 산책할 때 항상 위협을 느낀다는 사실을 남성인 당신은 몰라요.” 시몬 드 보부아르가 장 폴 사르트르에게 한 말이다. 1973년 독일 언론인 알리스 슈바르처와 진행한 인터뷰엔 보부아르와 ‘계약결혼’을 한 사르트르도 참석했다. 보부아르가 “이론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여성해방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당신”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며 다시 꺼낸 말이다. 사르트르가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한 답변은 “당신이 내게 이야기하는 것은 나와 별 상관이 없어요. 나는 여자들을 공격한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요”였다.

나라 안팎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갖은 범죄 행위를 보면, 50년 전 보부아르의 저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보부아르는 “(남성들은) 여성들을 강간하고 모욕하죠. 어떤 시선들은 폭행이고요. 여성들 역시 폭력으로 자신을 방어해야 해요”라고도 했다.

편견과 혐오, 차별과 배제의 일화도 마찬가지다. 사르트르는 “아버지가 되어보지 못해 불완전한 인간으로 느끼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지 않았다. 보부아르는 “어머니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당신에게 근본적인 무언가가 박탈되었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나”라는 이미 ‘정답’이 들어간 질문에 답하도록 몇 번이나 독촉받았다.

슈바르처가 정리한 보부아르의 답은 ‘(아이를 보살피는) 모성적 역할은 타고난 것과 거리가 먼 교육으로 주입되었다는 것’이다. 종종 여자들을 진정한 예속 상태에 놓이게 하고 집 안에 묶어놓는 모성에 대한 관념을 구시대적이라고 선언해야 한다고도 했다.

책은 보부아르와 슈바르처가 1972년~1982년 10년간 진행한 대담을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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